반도체 슈퍼사이클 논란이 지속되면서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 관심이 쏠린다. 스텝다운형의 낙인 우려는 제한적이지만 만기가 다가온 ‘공격형 ELS’의 손실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당 ELS 발행의 대부분은 삼성증권이다. 다만, 최대 손실을 10%로 제한해  주가 추가하락에도 피해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 업종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올해도 이러한 의견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에는 골드만삭스와 CLSA가 가세했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투자은행(IB)의 전망이 다소 지나치다며 맞서고 있다.

반도체 사이클을 집중하는 이유는 단연 수출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은 올해 초 코스피 지수를 2600포인트까지 끌어 올렸다. 반도체 산업은 국내 경제는 물론 증권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통상 반도체 시장은 세계 경제 상황과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의 반도체(IC) 성장률 사이의 관계를 보면, 2000년대에 들어선 이후 연관성이 점차 높아졌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전세계의 다양한 정보가 즉각 반영되고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며 “글로벌 매크로와 IT산업의 상관관계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 주가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는 올해 들어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지수는 반WSTS반도체 월별 매출 증가율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가와도 비교적 높은 동행성을 가진다.

D램가격 하락과 함께 인터넷 빅4(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의 2분기 자본적지출(CAPEX) 증가율이 둔화된 점도 수요 둔화 시그널로 꼽힌다. 글로벌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투자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반도체 수요가 PC에서 스마트폰, 그리고 서버로 이동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우려는 크지 않다. 반도체 수요처 다변화로 사이클 정점에서의 가격 하락 폭이 과거 대비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이전 PC 수요 중심에서는 D램 매출액이 고점 대비 약 –60% 이상의 변동성을 보였으나 이후에는 –33%에서 –12%로 완화됐다.

삼성증권 ‘삼성전자 사랑’...ELS는 배신?

일반 투자자에게 반도체 사이클 고점 논란은 큰 의미가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추이가 중요하다.

산업 동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사이클과 주가가 반드시 동행하는 것도 아니다. 반도체 산업이 정점이 아니더라도 주가는 하락할 수 있고 반대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따라서 특정 기간을 고려한다면 두 기업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 투자자에게 민감한 문제다. ELS는 일정 기간 동안 증권사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해야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LS 중 가장 대중적인 형태는 스텝다운형이다. 통산 낙인(Knock-In) 베리어가 기초자산의 60%(만기일 기준) 이상이면 조기 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만기에는 제시된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

▲ 출처=전자공시, SEIBro

문제는 ‘공격형 ELS’다. 통상 1년의 짧은 기간 동안 기준가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

지난해 10~11월 삼성전자 주가는 역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올랐다.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공격형 ELS’는 14건이다. 이중 삼성증권이 11건으로 가장 많았다. 미래에셋대우는 2건, 키움증권은 1건을 각각 발행했다.

해당 ELS들은 발행일로부터 3개월, 6개월, 9개월에 해당 기초자산이 모두 102% 이상일 때, 각각 제시한 수익률을 제공한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주가가 지속 하락해 상환 조건이 발동하지 않았다. 다만, 최대 손실은 10%로 제한된다. 삼성증권은 삼성전자 주가가 본격 하락하기 전인 지난 5월에도 동일한 구조의 ELS를 내놨다. 단 2건이지만 전체 증권사 중 유일하다.

▲ 출처=전자공시, SEIB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