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이제 더 이상 로봇은 공상과학영화에만 나오는 존재가 아니다. 자동차나 스마트폰처럼 우리 생활 가까이서 흔하게 볼 수는 없지만 산업현장과 일부 공공시설에는 로봇이 사용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 가면 청소로봇과 안내로봇을 만나볼 수 있고, 산업현장에서도 컨베이어 벨트에 사람 대신 로봇이 작업하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국내 대표 가전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로봇 사업에 관심이 많다. LG전자가 구체화된 로봇 라인업으로 시장을 먼저 출사표를 던졌다. 삼성전자도 로봇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관련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면서 큰 거 한방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업계서 흘러나온다.

▲ IFA 2018 LG전자 부스에 전시된 '클로이' 제품. 출처=LG전자

LG전자 ‘인공지능·빅데이터 기반 로봇사업’

LG전자는 로봇 사업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중요하게 활용하는 것을 차별화 전략으로 꼽았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가전전시회 IFA 2018 기자간담회에서 “생활로봇, 상업로봇, 공공로봇, 웨어러블 로봇은 각각 다 고유의 특성이 있는 만큼 어느 한 기업이 모든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지는 못한다”면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로봇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차별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IFA 2018에서 웨어러블 로봇인 ‘클로이 수트봇(CLOi SuitBot)’을 공개했다. 클로이는 LG전자의 로봇 브랜드 이름이다. 클로이는 똑똑하면서도(Clever & Clear) 친근한(CLose) 인공지능 로봇(Operating Intelligence)을 의미한다. 클로이 수트봇은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를 도와 무거운 짐을 들 수 있게 해 주거나, 보행이 볼편한 사람들의 움직임과 재활을 도울 수 있다.

송대현 LG전자 사장도 IFA 2018에서 클로이 수트봇에 대해 “이 로봇은 일반 고객이 공략 대상이 아니고 재활병원쪽이나 산업현장이 타겟”이라면서 “맞춤형, 주문식으로 로봇이 제작될 것이고 당장 상용화시키기보다는 미래 준비 차원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LG전자의 로봇 사업은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LG전자는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 ‘CES 2017’에서 자체 개발한 가정용·공공서비스용 로봇을 처음으로 선뵀다.

이후 최근 IFA 2018에서 처음 공개한 클로이 수트봇까지 LG전자는 총 8종의 로봇 라인업을 갖췄다. 8종 라인업은 안내로봇, 청소로봇, 잔디깎기로봇, 홈 로봇, 서빙로봇, 포터로봇, 쇼핑카트로봇, 클로이 수트봇이다. 이 중 안내로봇과 청소로봇은 현재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LG전자는 “로봇은 센서와 자율주행, AI등 산업 전반의 핵심기술이 접목된 융·복합 분야”라면서 “독자 기술 강화와 동시에 웨러러블 로봇 스타트업인 SG로보틱스, 로봇 개발 스타트업 보사노바 로보틱스,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등 외부 기업과 협력도 계속 강화 중”이라고 밝혔다.

▲ LG클로이 수트복 착용모습. 출처=LG전자

잠잠한 삼성전자 ‘한방’노린다

LG전자가 작년부터 로봇 라인업을 공개하고 브랜드 이름까지 공개한 것에 비해 삼성전자의 행보는 잠잠하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노인용 웨어러블 로봇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인공지능 포럼인 삼성AI포럼에서도 로봇 관련 강연이 등장해 삼성전자가 조만간 로봇 사업을 깜짝 공개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로봇사업에 대해 “공개할 만한 것이 없고, 종합기술원쪽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도 “수많은 임상 시험이 교수별로 일어나는데 이 중에는 공개하기 힘든 내용이 대부분이라서 삼성전자의 웨어러블로봇 관련 시험도 확인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로봇사업 관련 내용을 밝힌 적은 없지만 업계는 삼성전자도 뭔가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도 IFA 2018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로봇사업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로봇사업에서 중요한 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의견을 밝힌 바 있다.

▲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달 3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김 사장은 “로봇도 인공지능(AI)의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견고한 AI플랫폼을 바탕으로 하드웨어를 붙여 나가면 그것이 로봇이 될 수도 있고, 스마트홈이나 스마트시티가 될 수 있다”면서 “어떤 디바이스를 먼저 내느냐가 중요할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간으로 치면 가장 중요한 뇌 부분인 AI를 먼저 성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사장의 발언으로 유추해 보면 삼성전자는 자사의 인공지능인 ‘빅스비’가 어느 정도 안정화 됐다고 판단했을 때 로봇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사업에 먼저 출사표를 던진 LG전자와 로봇사업에서 AI를 우선 신경쓰겠다는 삼성전자의 ‘로봇 전쟁’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