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아마존이 20일(현지시각) 미국 시애틀 본사에서 인공지능 알렉사와 연동되는 다양한 하드웨어 기기를 공개했다. 글로벌 이커머스를 장악하는 한편 아마존 제국 건설을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가운데, 기술의 즉각성과 인공지능 생태계 전략 등 많은 시사점이 있다는 평가다.

▲ 아마존이 12개의 하드웨어 제품을 공개했다. 출처=아마존

공개된 12개의 하드웨어
아마존의 하드웨어 경쟁력은 호불호가 갈린다. 야심차게 파이어폰을 출시했으나 성공적인 판매고를 올렸다고 보기에는 어렵고, 그 외 하드웨어 단말기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구글과 애플이 장악한 모바일 생태계 아성에 도전하며 단독 운영체제 로드맵에도 시동을 걸었으나 제대로 된 한 방은 없었다.

어려움이 이어졌으나 아마존은 하드웨어 제품군 출시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20일 알렉사 기반의 하드웨어 제품 공개는 지금까지의 하드웨어 부진을 씻어낼 결정적 한 방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ICT 업계가 모바일에서 인공지능 중심의 사물인터넷 시대로 접어드는 장면이 핵심이다.

안드로이드와 iOS만 존재하던 모바일 시대와 달리 초연결 시대의 패권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아마존은 알렉사 기반의 인공지능 스피커인 에코를 최초로 출시해 기선을 잡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운영체제가 될 수 있는 시대, 아마존은 클라우드 경쟁력인 AWS와 더불어 알렉사를 운영체제로 설정해 모바일 시대에서 이루지 못한 소프트웨어 주도권을 잡으며 하드웨어까지 뻗어가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시대지만 하드웨어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아마존의 노력은 신선식품 홀푸드 인수와 무인매장 아마존고의 등장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아마존은 모바일 시대에서 이루지 못한 독자 운영체제와 이에 기반한 하드웨어 플랫폼 경쟁력 확보를 인공지능 초연결 시대에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으며, 그 중심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방대한 생태계 건설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을 매개로 모바일 운영체제 위에서 초연결 시대를 준비하는 구글과 애플의 전략과 일견 비슷하지만 그 과정에서는 약간 다른 셈이다. 아마존은 인공지능을 운영체제로 삼아 클라우드로 기술의 즉각성을 보장하며 하드웨어 제품에 이르는 통합 생태계 건설에 나서고 있다.

공개된 12개의 하드웨어에 이러한 아마존의 야망이 잘 반영됐다는 평가다.

음향을 키운 에코 닷과 온도 센서 기능을 탑재한 에코 플러스, 2세대 에코 쇼는 꼼꼼한 스마트홈 전략이다. 에코를 거실에 두고 나머지 파생 라인업을 각 방에 설치하는 장면을 연상하면 편하다. 국내 통신사인 SK텔레콤이 누구미니, 누구캔들을 출시한 것과 KT가 기가지니 버디를 출시한 이유와 동일하다. 구글이 구글홈과 구글홈 미니를 출시하며 각 기기의 연동성을 강화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장면과도 같은 전략이다. 스마트홈 전략을 고도화시키려는 파생 플랫폼 전략이다.

10인치 디스플레이에 베젤리스 기능을 살린 에코 쇼는 음성 인터페이스에 시각 디스플레이를 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마존의 필팩 인수와 사내 비밀조직인 1492팀의 존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마존은 알렉사 기반의 에코 쇼를 통해 원격의료를 비롯해 음성 이상의 인터페이스가 필요한 다양한 가능성을 확보하게 됐다. 이 외에도 인공지능 스피커가 시각 디스플레이 기능을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능은 무궁무진하다.

▲ 새로운 에코 쇼가 보인다. 출처=아마존

에코 오토도 공개됐다. 아마존이 스마트홈을 넘어 모빌리티 전반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블루투스 기반이며 8개의 카메라가 탑재됐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도 알렉사 에브리웨어 전략에 편입시킨다는 의지가 보인다.

현재 모빌리티 업계는 승차공유와 자율주행차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으나, 카 인포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하는 전장산업 전반은 미래 모빌리티 업계의 튼튼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그 연장선에서 아마존은 에코 오토를 통해 집을 벗어나 자동차에 탑승한 사람도 알렉사 생태계에 편입시킬 수 있다. 나아가 스마트홈 전략이 완성되고 스마트시티 등 더욱 거대한 플랫폼이 등장한다면, 이미 구축된 스마트홈 플랫폼과 스마트시티의 연동을 지원하는 첨병은 자동차가 된다. 아마존의 에코 오토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230달러의 파이어 TV 리케스트도 공개됐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의 시너지가 예상되며 다양한 운영체제 스트리밍이 지원된다는 설명이다. 아마존 프라임의 멤버십 생태계 강화 초석이자, 아마존이 꾸준히 관심을 보이는 스트리밍 전략을 의미한다.

새로운 보안 카메라도 등장했다. 링의 인프라를 살려낸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Santa Monica)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링은 와이파이로 작동하는 비디오 도어벨 한 가지 품목으로 6년 전 설립된 회사며 올해 초 아마존에 인수됐다. 이번에 공개된 제품은 스마트홈 보안 전략 강화 포석이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이 배달원, 개 산책 도우미, 집 청소 도우미 등을 구분해서 열쇠 없이 집 안으로 들어 올 수 있도록 허용하는 서비스인 아마존 키 서비스와 연동된다는 설명이다. 아마존은 링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링크도 인수한 바 있다.

▲ 에코 월 클락이 보인다. 출처=아마존

에코 월 클락도 눈길을 끈다. 외견으로 보면 아날로그 시계지만 음성으로 타이머를 조정할 수 있다. 스마트워치들도 아날로그 시계 사용자 경험을 적극 차용하는 가운데, 아마존 알렉사는 우리의 시간관념마저 넘보고 있다. 스마트 플러그는 알렉사의 기본적인 전력 제어를 가능하게 만든다. 알렉사 에브리웨어의 하단 인프라 경쟁력이다. 최근 등장하는 인공지능 스피커 중 구글은 다양한 하드웨어 라인업과 만나며 서드파티 중 스마트 플러그와 유독 가까워지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스마트홈 제어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알렉사를 구동시킬 수 있는 오디오 장비 에코 링크와 에코 링크 앰프, 스피커와 연결해서 쓸 수 있는서브 우퍼 에코 서브도 선보였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전자레인지다. 제품에 마이크나 스피커가 없고 에코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알렉사가 스마트홈의 핵심 중 하나인 거실로 파고드는 사례며, 음성 인터페이스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가격은 약 60달러다.

▲ 알렉사 기반의 전자레인지도 나왔다. 출처=아마존

커지는 알렉사 에브리웨어
아마존은 이커머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성장, 다양한 ICT 전자 인프라를 바탕으로 거대 제국을 건설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전략이 매섭다. 알렉사 에코라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처음 출시했으며 최근에는 알렉사와 MS 코타나의 연동까지 끌어냈다.

아마존은 알렉사라는 인공지능을 운영체제로 삼아 초연결 시대를 온라인,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정복할 야심이다. 사람들이 알렉사 기반의 하드웨어 제품을 사용할수록 알렉사가 모으는 데이터를 방대해지고, 이는 다시 알렉사 생태계의 경쟁력이 되는 선순환 구조다. 여기에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이동으로 기술의 즉각성을 살리면 생활밀착형 생태계는 단숨에 완성될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의 강력한 멤버십 경쟁력과 만나면 강력한 시너지가 발생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아마존 은행의 가능성까지 나온다. 모든 것이 알렉사 에브리웨어로 설명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다.

변수는 하드웨어 제품의 매력이다. 고객들은 알렉사 생태계가 좋아 하드웨어 제품을 쓰거나, 하드웨어 제품이 좋아 알렉사 생태계에 편입될 수 있다. 여기서 후자가 어려우면 매력적인 전략을 추구할 수 없다. 다른 기업들이 서드파티와 협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기 때문에, 아마존이 보여줄 미래 행보에 더욱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