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체스터필드=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2016년 9월 독일의 글로벌 화학·제약기업 바이엘(Bayer)이 세계 1위의 종자기업인 미국의 몬산토(Monsanto) 인수 계획을 발표한 지 약 2년이 지난 9월 17일(현지시간), <이코노믹리뷰>가 미국 세인트루이스(Saint Louis)주 인근의 체스터필드(Chesterfield)에 위치한 ‘바이엘(몬산토) 연구센터’를 찾았다. 바이엘이 몬산토를 인수합병하면서 대외적으로 몬산토 대신 바이엘로 명칭을 통일했지만, 연구센터 정문은 아직 ‘Monsanto Research Center’로 되어 있었다.

▲ 미국 세인트루이스 체스터필드에 위치한 바이엘(몬산토) 연구센터. 두 업체 간의 사업, 인력 등의 정리가 시작된지 3주 가량(현지시간 17일 기준)밖에 되지 않아 간판 등 일부 외양은 몬산토 명칭이 남아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기자를 맞이한 바이엘 연구센터의 한국인 연구원인 문홍석 박사는 “바이엘-몬산토 인수합병 이후 내부적으로 세부 사업분야와 관련 인력 등의 개편·정리가 시작된 지 3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건물 간판 등 일부 외양은 아직 바꾸지 못한 상황”이라며 “작물보호제와 육종기술에서 각각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바이엘과 몬산토가 합쳐져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그린바이오(Green Biotechnology) 등 미래농업에 더욱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바이엘 연구센터 입구 내부 모습. 바이엘 입간판과 몬산토 명칭이 함께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지난 14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에 위치한 바이엘(몬산토) 헉슬리 교육센터 내부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몬산토 인수한 바이엘, 생명공학·디지털농업 솔루션 분야 주력

바이엘은 몬산토 인수를 계기로 작물과학(Crop Science) 사업에서 ‘미래 농업의 대안 제시와 선도’를 지향점으로 삼고, 식량안보를 위한 농업 생산성 제고와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생명공학(Biotechnology)과 디지털농업 솔루션(Digital Farming, 정밀농업)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이 중 생명공학 분야는 몬산토가 가지고 있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종자 치핑(Seed Chipping) 등의 육종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발전시켜 농가에게 최대한의 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기아·가난 등의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졌다.

존 비지니(John Vicini) 바이엘 특별 연구원은 “세계 인구는 1930년 약 30억명에서 2017년 74억명, 2050년에 100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지금보다 20억명 이상의 식량증산이 요구된다. 특히 급속한 산업화·도시화로 중산층 인구가 늘면서, 동물성 단백질의 소비확대에 따른 사료용 작물의 생산성 향상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면서 “GM 기술은 교배육종·돌연변이육종 등 관행육종과 비교해 정확성·안전성이 높고 환경문제를 줄일 수 있어, 지속가능한 농업과 식량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존 비지니 특별 연구원(맨 왼쪽)이 GM작물 육종기술의 긍정적인 혜택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해충저항성 GM대두 작물(왼쪽)과 일반 대두작물(오른쪽)을 약 1주일 동안 동일한 조건으로 해충에 노출시킨 결과, 해충이 일반 대두작물의 잎을 갉아먹으며 생산성을 저하시켰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GM 작물, 안정적인 수확량·탄소발자국 절감 효과

존 비지니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GM 기술로 육종한 생명공학 품종들은 생산성 향상은 물론 급작스러운 기후변화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제초제 내성(HT)과 해충저항성(BT) 품종 외에도 홍수저항성 품종은 강수량이 높은 기후에서 안정적인 수확량을 제공하고, 가뭄저항성 품종은 극심한 가뭄에서도 물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해 작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질소이용 효율이 높은 품종은 토질·재배환경에 맞춰 질소를 적절히 사용해 생산량은 늘리면서, 불필요한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

그는 “GM 육종기술은 생산성 증대가 가장 큰 목적이지만,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동시에 비료·화학살충제 사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 일례로 GM 작물 재배로 2014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700만t 감소됐는데, 이는 1200만대의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은 것과 동일하다”며 “GM 작물이 주는 혜택으로 전 세계 29개국이 GM 작물을 재배하고 있으며, GM 재배면적은 2016년 1억8510만 헥타르(ha)에서 지난해 1억8980만ha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 줄리아 호놀드 연구원이 '종자 치핑'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에 있는 기계는 Corn Chipper라 불리는 종자 치핑 기계.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바이엘의 ‘종자 치핑’, 품종 육종기간 3~5년으로 단축

바이엘의 차별화된 육종기술 중 하나는 ‘종자 치핑’이다. 몬산토가 독자 개발한 종자치핑 기술은 종자를 완전 훼손하는 것이 아닌 일부만을 떼어서 유전자를 분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에는 파종을 해서 재배·수확을 하고 난 후에 유전자 분석이 가능했다. 그러나 종자 치핑 기술은 파종을 하지 않고도 종자의 형질과 특성, 예측 수확량, 질병 저항성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해당 종자의 일부만을 떼어냈기 때문에 다시 파종이 가능하다.

줄리아 호놀드(Julia Honold) 바이엘 연구원은 “현재 지역과 환경, 특성에 맞는 ‘맞춤형 신품종 GM 작물’ 개발을 위해서, 전 세계의 다양한 종자 샘플을 수집해 종자 치핑 기술을 활용한 유전자 분석을 하고 있다”며 “종자 치핑 기술은 과거 평균 10년 정도 걸리는 품종 개량·개발 등의 육종기간을 3~5년 수준으로 단축시켜 주고, 자체 개발한 유전자형질 분석기계로 한 번에 수백 개의 종자 분석이 가능해 신품종 작물 개발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미구엘 베가 산체스 연구원이 유전자편집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5년 전부터 유전자편집기술 꾸준한 투자

바이엘은 5년 전부터 유전자편집기술(Gene Editing)에도 꾸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유전자편집기술은 외래 유전자를 대상 식물에 도입하는 GM 육종기술과 달리, 원하는 특정 유전자를 선택 제거하거나 관련 기능을 없애 더욱 나은 형질을 획득하는 것으로, 현재 생명공학기술에서 가장 진보한 수준이다.

미구엘 베가 산체스(Miguel Vega-Sanchez) 바이엘 연구원은 “갈변하지 않은 감자나 고올레인산 대두, 제초제 저항성 카놀라 등이 유전자편집기술의 대표적인 예로, 짧은 기간에 외부로부터 영향 없이 작물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영양성분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바이엘은 이전 몬산토 때부터 관련 기술의 라이센스를 구입해 현재 몇몇 작물을 대상으로 실험 중이며, 향후 상업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 바이엘의 디지털농업 솔루션은 GPS 위치기반기술이 적용된 콤바인을 통해 농가에게 토양 특질과 수확량 등의 중요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케빈 코프만 바이엘 매니저가 디지털 농업 솔루션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미국 농가 연간 1000달러 지불로 바이엘의 유료 정밀농업 서비스 혜택

바이엘은 미래농업을 선도하기 위해 육종기술뿐만 아니라 ‘최적의 재배환경·최대의 생산성’을 목적으로 한 ‘디지털농업 솔루션(Digital Farming Solution)’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3년 몬산토가 1조원을 투자해 인수한 농업 데이터 수집·분석기업인 클라이미트 코퍼레이션(Climate Corporation)을 통해 미국 250만개 지역의 기후정보, 과거 60년간의 수확량, 1500여곳의 토양 정보 등 각종 데이터를 확보한 것을 토대로 했다.

바이엘에 따르면 미국의 디지털 농업 솔루션은 GPS 위치 데이터 기술을 바탕으로 세분화된 단위의 토양에 종자·비료·농약 등의 투입의 최적화, 토양의 영양·특성에 따른 종자 선택, 파종의 정확한 간격과 밀도 파악, 인공위성·드론을 활용한 작황예찰, 수확량 예측 등 농업재배와 관련한 모든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농가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농업 솔루션을 제공받고 있는 미국의 농지면적만 2억5000만 에이커(ac, 약 1억ha 이상)로, 이는 미국 전체 농경지 면적의 70% 이상에 이른다.

케빈 코프만 바이엘 매니저는 “현재 바이엘은 5000만 에이커(약 2023만ha)를 대상으로 토양 특성에 따른 비료 정량투입·종자 추천 등의 유료 디지털농업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며 “해당 농가가 연간 1000달러(한화 약 112만원) 정도만 지불하면, 자신의 농지에 맞는 작물 재배환경에 대한 전반적인 컨설팅은 물론 생산성 향상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받기 때문에 호응이 무척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 미주리주의 어느 농가가 GPS 위치기반 장치를 부착한 콤바인으로 옥수수를 수확하면서, 동시에 단위면적당 예측 수확량과 지역별 수확량 차이의 정도, 토양의 산도(pH)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미국의 디지털농업 솔루션 서비스는 토양의 특성과 종자 선택, 비료 투입량 등에 따라 수확량을 수집·분석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디지털농업 솔루션 시장 성장 가능성↑…바이엘 투자 지속 확대

다만 바이엘을 비롯한 미국의 디지털농업 솔루션은 중·대형 규모의 농가가 사용하기 적합하도록 개발됐으며, 우리처럼 소농 비중이 높은 지역에 맞는 솔루션 개발은 아직 더딘 상황이다. 이에 케빈 코프만 매니저는 “최근 들어 디지털농업 솔루션 제공을 원하는 소농들이 꽤 늘고 있고, 전반적으로 미국 농업의 생산성 제고와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겨냥한 솔루션 개발에 나설 방침”이라며 “향후 디지털농업 솔루션 시장의 꾸준한 성장 가능성이 예측되는 만큼, 바이엘은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