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인문학 수업: 멈춤> 백상경제연구원 지음, 한빛비즈 펴냄

 

[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 백상경제연구소는 <서울경제신문>의 부설 연구기관으로 지난 2002년 설립됐다. 주 목표는 종합 사고력과 창의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과학·인문의 융합교육이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백상경제연구소와 서울시교육청이 함께 진행하는 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을 바탕으로 기획해서 쓴 것이다.

‘퇴근길 인문학’이라는 콘셉트는 우리가 일상에서 목말라하고 있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낸다. 보통 한 시간 정도 걸리는 퇴근길에서, 자기를 위해 온전히 시간을 쓰는 경우는 많지 않다. 또한 나날이 버겁게 느껴지는 현실 속에서 인문학에서 말하는 ‘삶의 근원과 존재 이유’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8만여명이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를 수강한 데서도 그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퇴근길 인문학’ 시리즈의 ‘멈춤’ 편이다. ‘멈춤’ 외에도 ‘전환’ ‘전진’ 등 생의 방향성에 따라 다른 주제로 나눴다. ‘멈춤’ 편은 ‘생존과 공존’ ‘대중과 문화’ ‘경제와 세계’ ‘철학과 지혜’로 세분화했다.

‘생존과 공존’의 2장 ‘너를 이해해’에서 단국대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인 전미경은 ‘진짜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해 살핀다. 그는 지난 2010년 우리나라에 광우병 파동이 일었을 때 책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였던 이유를 ‘정의에 대한 목마름’으로 이해한다. 그는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저자 마이클 샌델이 주장하는 정의를 정리했다. 윤리적으로는 정의로움, 경제적으로는 분배, 정치 측면에서는 선택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경제와 세계’의 1장 ‘쉽게 풀어보는 경제원리’에서 박정호 경제학자는 첫사랑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이유를 다음으로 설명한다. 우리가 첫사랑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더욱 애틋하게 여기는 것은, 경제학에서 특정 제품이 추가로 소비됨에 따라 한계효용이 점차 감소하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책에는 이외에도 토머스 그레셤·애덤 스미스 등 역사에 남은 경제학자들의 한마디와 무기의 발달·경제, 한국의 철학과 고전의 지혜까지 두루 살피고 있다. 출퇴근길에 들고 다니며 틈틈이 인문학을 익히기에 좋다. 이 책의 부제는 ‘바쁜 걸음을 멈추고 나를 둘러싼 세계와 마주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