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릴 적 <월리를 찾아서>라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세계의 여러 명소를 배경과 함께 있는 ‘월리’라는 캐릭터를 비슷해 보이는 여러 인물들 속에서 찾는 일종의 숨은 그림 찾기 Game Book이다.

게임의 원리는 간단하다. 월리는 하의는 멜빵이 있는 청바지, 상위와 모자는 레드와 화이트의 줄무늬가 있고, 책의 뒤로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특유의 표정만 남고 나머지 부분이 다른 캐릭터에 의해 가려져 있어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

분명 어떤 법칙이 있다고 생각해 기존에 주로 월리가 숨어있던 곳을 통해 숨을 만한 곳을 수색 또는 관찰하지만, 뒤로 갈수록 높아진 난이도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월리를 발견하면서 숨은 그림 찾기 게임의 시퀀스를 월리를 통해서 느꼈던 것 같다.

우리의 비즈니스 환경이 그렇다. 늘 누군가와 숨은 그림 찾기 또는 술래잡기를 하면서 자신이 가진 노골적인 목적을 최대한 숨기려고 한다.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더 많은 이들로부터 선택을 받기 어렵게 되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과거에 그랬기에 향후 모든 비즈니스에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원리는 보여주지 않더라도 모두가 동일하게 알고 있기에 꼭 그래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단지 각자 갖고 있는 비즈니스 원칙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주저했을 뿐이다. 상업적이지만 상업적 코드를 드러내면 안 되는 일종의 양반 놀음과 같은 것이다. 맛있지만 맛있다고 말하면 안 되고, 멋있지만 그 멋을 내가 말해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법칙을 깨는 듯한 것이 나타났다. ‘B급이지만 괜찮아’류의 배달의 민족 등과 같은 서비스 또는 브랜드가 많은 이들로부터 선택을 받으며 몇 년도 되지 않아 승승장구하는 것, <데드풀>과 같이 관객과 대화를 하는 듯한 새로운 논법으로 관객과 대화하는 영화 콘텐츠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궁극적으로 고객과 함께 2, 3차 콘텐츠가 만들어지면서 더 큰 성공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이전의 성공 법칙을 깨는 또 다른 법칙은 늘 나타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쉽게 말해 원리는 언제든 만들어졌다가 깨질 수 있으며, 그것이 만약 비즈니스라면 기업이 인위적으로 시장의 법칙을 만들고 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고객의 권한에 의해 변화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미 그 주도권은 대부분 성숙된 시장이라면 온전히 고객들의 움직임에 의해 기업의 미묘하지만 원리 원칙의 변화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 大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시장의 중심은 늘 고객이고, 기업의 존재 목적은 그들이 상대하는 고객으로부터 찾아야 하고, 당연히 고객이 누구인가에 따라서 찾는 방법이나 고객과 관계를 맺는 방법은 기업마다 나름의 특색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전략이라고 부르는 것도 대부분 ‘대고객 전략’으로부터 출발한다.

결국 시장을 관통하는 大원리 속에서 고객을 응대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우리 비즈니스의 성장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곧 시장의 원리이고, 그 나름의 생존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비즈니스를 이끌고 주도하는 리더가 세워서 구성원에게 보여줘야 하는 비즈니스상의 원칙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직장도 마찬가지로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분명 직장 전체를 관통하는 원리(Principle)는 존재한다. 하나 혹은 둘 이상의 목적을 위해 조직은 존재하고, 조직 속 여러 구성원들은 해당 목적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서 조직 및 개인 성장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고, 모두가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미묘하게나마 이러한 원리에도 각 산업 또는 기업에 따라서 실천하는 방법의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원리는 거의 그대로지만, 구성원의 생각의 변화 및 채용 시장을 바라보는 개개인의 관점 변화가 기업 내부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결국 그들이 기존에 고수했던 리더와 직원 간의 관계를 유지했던 원칙의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조건으로 수직적 문화 속에서 지시와 명령에 의해 조직 목적 달성을 위한 철저한 개인들의 희생을 반강요하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수직적인 구조 속에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이전보다 민주적인 원칙이 조금씩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모두가 ‘수평적 조직 문화’에 관심을 갖고, 더 좋은 일터를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당연히 개인은 각자가 근로자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지위와 권한을 미묘하게 변한 비즈니스 및 조직 구성의 원리 원칙 속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권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쉽게 말해, 함께 일하는 리더에게 우리의 비즈니스와 맡고 있는 일에 대한 당위성과 존재감에 대한 의미부여를 요구해서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상의 하에 진행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대기업 혹은 오래된 기업일수록 위와 같은 과정이 생략된 채 명확한 잣대와 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때로는 이런 부분으로 내부 갈등을 야기하기도 하며, 그 결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재를 잃거나, 업계 내에서의 기업 평판에 치명상을 입기도 한다.

따라서 앞서 말한 비즈니스 원리와 원칙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직장도 원리의 변화가 필요하다. 아니 현재 변화하고 있지만, 그 방향과 속도를 함께 점검하면서 앞으로 새롭게 주역으로 떠오를 밀레니얼(Millennials)에 대한 배려가 기존 기성세대를 통해 발 빠르게 만들어져야 한다.

첫째, 일을 내려주는 개념에서 탈피해 기업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이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 진행되는가에 따라, 조금은 느리지만 제대로 변화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보태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네 조직은 조직의 목적이 곧 오너의 목적인 경우가 많다. 누군가가 제시한 목표가 조직의 목적이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제시한 쪽이 Bottom이 아닌 Top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누가 해결하는 것이 아닌 조직 전체가 해당 문제를 계속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리더이고 부하 직원이고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모두가 문제 해결을 위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함께’라는 의미를 담아야 한다.

둘째, 기업 속 일을 하는 대부분의 과정은 일부를 제외하고 최대한 내부적으로는 공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를 모두가 동의한 원리 원칙에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 자칫 비공개 원칙으로 또 다른 악의적 소문을 포함해 각종 부작용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유럽의 성(性)문화가 대부분 공개를 통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서 모두의 문제로 삼아서 해결하는 것이 아닌, 꾸준히 관심을 갖고 관리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셋째, 기업 속의 숨어있는 원리 원칙을 고객으로부터 찾고, 이를 가지고 구성원들과 함께 끊임없이 우리가 찾은 내용이 맞는지 아닌지를 가늠해보는 것이다. 대부분 과거의 성공의 大원칙을 많은 기업들이 고수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가장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 대부분 알고 있고, 그게 우리의 정통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지금은 New Normal의 시대다. 과거의 보통, 평범이라고 믿었던 기준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시대의 흐름에서 우리만 비켜갈 것이라는 생각은 상당히 위험하다. 오히려 과거의 우리 성공 패턴을 ‘0’으로 만들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거나, 기존의 우리 리소스를 통해 더 경쟁력이 있는 쪽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의 수년 동안 대기업들이 사내 벤처를 지속적으로 육성하는 것도 향후 새로운 먹거리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이전의 위엄과 사세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함이다. 당연히 “비즈니스는 성장하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평범하지만 절대 원리를 따르는 것이다. 만약 그러한 원리를 따른다면, 계속 우리의 과거 방법을 고수할 수 있을까.

비즈니스만 그런 줄 알았지만, 우리의 직장생활도 그렇다. 그 속의 성공을 위한 원리는 늘 숨어있다. 또한 각 기업, 그 속의 팀 혹은 직무에도 늘 원리(Principle)가 ‘숨어’ 있다. 이른바 왜 해당 조직 속에서 존재해야 하는지 일종의 ‘존재론’과 관련된 이야기이며, 그 존재의 크기에 따라서 조직에서 얼마나 대우 또는 천시를 받을지가 결정된다.

당연히 감춰진 그 원리 원칙을 개인도 조직도 함께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는 과정 속에서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은 비즈니스, 그 속의 연결된 다양한 이해관계자 속에 숨어서 쉽게 찾을 수 없고, 조직의 누구도 우리 비즈니스의 원리에 대해 뚜렷하게 설명해주지 않아서 결국 자기 식대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맡게 된 역할과 책임을 과거의 경험을 기준으로 판단해 결정하고 실행할 수밖에 없는 것에 관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가장 무서운 것이 습관이다. 그러한 습관이 녹여진 시스템이라면, 해당 시스템의 유연성이 반복된 숙련됨으로 인해 고착화되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기업은 한 순간에 무너지지만 그 조짐은 기업이 최초 만들어질 때부터 시작된다는 한 경영 구루의 말을 믿는다.

따라서 조직이 가진 원리 원칙을 조직 속 구성원만이라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의 공유를 통해 모두가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지 서로 검토하는 시스템을 늘 가동할 수 있도록 항시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해당 활동이 시스템으로 구축되어 있지도 않을 뿐더러,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믿는 리더들이 대부분이기에, 하나의 조직이지만 여러 방향으로 튀어나가려고만 하면서 결국 조직 자체가 붕괴의 조짐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 속에서 개인은 어떻게 자신의 생존이 달린 비즈니스의 지속성 문제를 대해야 할까. 사실 누구도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다. 그저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하고, 그 일을 함께 하는 이들로부터 끊임없이 크로스 체크를 하고, 누군가와의 비교보다는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의 비교를 통한 성장 방향과 여부를 가늠해보는 것이다.

물론 이런 부분도 자신이 원하는 비즈니스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나 어울리는 방향 또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아직 자신이 원하는 길을 발견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현재 머무는 곳에 적응하는 것도 조직이 바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들 어렵다고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