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18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의 3대 지수가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본격화데도 불구하고 일제히 상승했다. 유럽 대표 지수인 Stoxx 600과 중국의 상해종합 지수도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세번째 보복관세의 포문을 열고 중국은 이에 대응해 반격을 가했지만 주식시장은 상승으로 반응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2000억달러 10%관세와 중국의 미국에 대한 600억달러 5~10%관세에 주식시장은 빙그레 웃었다. 왜 일까.

낮은 관세율과 위안화 하락에 관세 완충...민감한 품목들도 서로 제외해

글로벌 자본시장의 초점은 미·중 간 무역갈등에 있었다. 앞서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치에 대해 오는 24일부터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1월부터는 25%로 관세를 인상하겠다는 입장도 발표했다.

시장은 이점에 주목했다. 왜 10%일까. 25%가 아니고 연말까지 10%만 인상하는 이유는 뭘까. 또한 시행일을 '바로 당장'이 아닌 '24일부터'라고 며칠 말미를 둔 배경이 뭘까. 이런 점들이 미국과 중국 모두 여전히 협상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판단했다.

시장은 최소한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협상 여지가 연말까지는 열려있다고 판단했다. 10%관세에 대해 왜 이렇게 시장이 넉넉하게 봐주는 것일까. 중국의 위안화가 올들어 6%넘게 절하되면서 사실상 이번 미국의 중국 제품에 대한 10% 관세가 이미 상쇄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점이 시장을 안도시킨 배경이다.

중국은 미산 제품 600억달러치에 대한 관세부과로 받아쳤다. 중국 당국은 해당 제품에 대해 5~10%의 관세를 오는 24일부터 부과할 방침이다. 이는 예상보다 낮은 수준의 보복이다. 수입액 자체가 적은 데다가 일부 품목에 5% 관세를 적용했다. 특히 중국은 미국산 원유 등 미국이 민감해할 만한 품목은 예외로 뒀다. 대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와 타이어, 옥수수 아동책 등 5027개 품목을 포함했다. 

미국 역시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희토류를 비롯해 화학 원료, 직물, 농산물을 관세 품목에서 제외했다. 스마트워치, 블루투스 장비, 자전거 헬멧, 유아 카시트, 안전장치도 뺐다. 대신 선박, 구리 외에 가구, 식품류, 의류, TV 등 가전, 주방용품, 향수, 매트리스, 장난감 등이 대거 관세 부과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당초 미국무역대표부(USTR)이 제안했던 6031개 관세 품목 리스트에서 297개를 제외한 것이다.

▲ USTR이 발표한 관세 품목. 자료=USTR

협상 어려울수도..."관세 부과는 정치적 수단"

최악의 상황으로 갈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중국과 무역 합의 여지가 축소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는 “강경파 중심의 백악관 참모와 커들로 국제경제위원장,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등 강경 성향의 백악관 주요 인사들은 경제상황이 양호한 미국이 무역 상대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관세”라고 진단했다.

FT는 이어 “이들은 무역 관련 강경 대응으로 미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 축소라는 중기적 목표를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와 강제적 기술이전, 지적재산권 침해 근절이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FT는 또 "중국의 보복은 미국의 중간선거를 고려한 정치적 행동"이라면서 “중국을 사기꾼이라고 지칭하며 많은 유권자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콧 리드 미국 상공회의소 수석전략가 같은 사람들은 정치적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해와 비교한 뉴욕 채권시장 10년 만기 국채수익률 추이. 자료=마켓워치 갈무리

무역전쟁 여파는 채권시장에

협상 가능성이 논쟁거리가 된 가운데 무역전쟁 여파는 채권시장에 있었다. 이날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미국 국채 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에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4.7bp 상승한 3.048%를 기록했다. 이는 3개월 내 최고치다. 만약 3.109%를 넘어서면 7년만에 새로운 고점을 쓰게 된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7bp 뛰어오른 3.195%를 보였다. 이 역시 3개월 내 최고치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이날 1.3bp 오른 2.799%로 마감했다. 이는 무역전쟁으로 미 중앙은행(Fed)이 12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소폭 상승했다.

관세 부과로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서 자금을 빼내 미국에 투자하고 기준금리까지 동결하면 미국 경제가 확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의견이 시장에 나돌면서 장기물이 큰 폭으로 오른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이전 채권시장 흐름과는 대조된다. 무역 전쟁이 거세지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 국채 등 안전 자산 수요는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관세가 수입 가격을 올리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는 우려에 국채가 하락 압박을 받았다. 인플레이션은 통상 고정 수입인 국채 가격을 좌우한다. 인플레이션 가속도가 붙으면 연준이 금리 이상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

전문가는 중국의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새로운 보복 조치로 국채 매도를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보복을 위해 1조달러가 넘는 수준의 미 국채 보유분을 매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7월 미국이 관세부과 의사를 강하게 피력하자 77억달러치 채권을 팔았다. 이는 6개월 내 최다 판매량이다.

류스진(劉世錦) 중국 런민은행 자문위원은 일본 닛케이 통신과 인터뷰에서 “무역전쟁을 실제 경제보다 시장 심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과거에도 무역전쟁과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 증시와 외환시장 변동성이 심하게 증가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국은 미국 채권 시장에 손을 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