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MCN(다중채널네트워크)은 하나의 방식으로 운영되는 영역이 아니지만, 인플루언서 기반의 마케팅이 중요한 방법론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태동한 1인 크리에이터 시장이 하나의 채널로 묶이면서 시너지를 내는 것이 MCN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브랜디드 콘텐츠를 비롯해 콘텐츠 마케팅의 정량, 정성 평가 지표를 세우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한편 MCN 업계 전반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연계하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인플루언서의 등장은 업계를 받치는 중요한 핵심이다.

▲ 통합 방송법의 등장으로 기존 뉴미디어 방송의 흐름이 달라질 전망이다. 출처=갈무리

통합 방송법, 공정위 조치...철퇴
최근 MCN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인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위기와 직면했다. 일부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회적 일탈행위와는 차원이 다른 규제의 차원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통합 방송법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가 대표 사례다.

통합 방송법 현안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방송법은 2000년 3월 방송법과 종합유선방송법, 유선방송관리법, 한국방송공사법이 통합되며 등장했다. 그러나 지상파와 일부 케이블, 플랫폼만 염두에 둔 법안이기 때문에 뉴미디어와 시청자의 새로운 사용자 경험까지 고려하지 못했다는 말이 많았다.

특히 비대칭 규제가 문제다. IPTV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 IPTV와 방송법의 적용을 받는 기존 플레이어 사이에서 규제의 간극이 컸기 때문이다. 통합 방송법이 논의되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다.

통합 방송법의 핵심은 비대칭 규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며, 최근 논의되는 통합 방송법은 법 적용의 커버리지가 넓어지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와 MCN이 포함되는 방향으로 논의되는 이유다.

업계의 반응은 극과극이다. 특히 MCN이 통합 방송법의 적용을 받으면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송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유튜브로 방송을 송출하는 개인도 통항 방송법의 적용을 받는지 등의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통합 방송법의 틀이 완벽하게 짜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MCN 업계에 미치는 후폭풍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MCN이 통합 방송법의 커버리지에 속한다면 브랜디드 콘텐츠,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을 핵심으로 삼는 업계의 핵심 동력이 무너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로운 영상 제작과 송출의 MCN이 딱딱한 규제를 만나 좌초한다는 뜻이다. 반대의견도 있다. 특히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작동하는 MCN 업계가 자정능력을 상실했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통합 방송법의 MCN 편입이 큰 틀에서 벌어지는 규제라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인플루언서 마케팅 협찬 조사 방침은 일종의 직격탄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이뤄지는 화장품과 소형가전 등 후기 형태로 공유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대한 전수조사를 단행해 부작용을 뿌리 뽑는다는 방침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새로운 판로 개척의 의미가 크지만, 소비자 피해도 만만치않다. 상품 구매 후 반품과 환불이 어렵거나 인플루언서가 문제가 있는 제품을 속이고 판매하는 경우도 일상다반사다. 심지어 사기와 같은 극단적인 피해도 발생한다. 공정위는 이 지점에 주목해 부작용을 잡아낸다는 각오다.

▲ 유통업계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강해지고 있다. 출처=롯데

불필요한 규제? 필요한 조치?
최근 통합 방송법과 공정위 조치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자유로운 업계의 활동을 무시한 처사"라면서 "신사업의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통합 방송법에 MCN이 포함되는 조치는 위험하며, 인플루언서를 겨냥한 공정위의 조치도 시대 착오적이라는 비판을 했다.

당연한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당초 취지와 달리 최근에는 고객을 현혹하는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논리다. 최근에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주력으로 삼는 모 쇼핑몰이 과장광고에 따른 온라인 광고 영업정지 처분을 받자 별도의 홈페이지를 새로 제작해 영업을 재개하는 꼼수를 부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인플루언서가 고객과 소통하며 제품의 장단점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광고의 또 다른 행태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롯데홈쇼핑이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아모레와 LG생활건강이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을 보면, 이제 순수한 의미의 인플루언서는 씨가 마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기업의 전위부대가 되고 있는 인플루언서를 누가 진정한 의미의 인플루언서로 보겠는가"고 반문했다. 그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블로거지(블로거+거지) 논란과 비슷한 결말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