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가상통화 업계는 침체기다. 가상통화 공개(ICO)는 무법의 단계에 머물러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으며, 그나마 발생하는 자금은 대부분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존재하지만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는 대부분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 틈을 노려 중국계 거래소가 대박을 치고 있다. 가상통화와 더불어 블록체인 개발도 미래 기술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이 역시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가상통화와 블록체인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근 벌어지는 색다른 시도는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와의 결합이 눈길을 끈다.

▲ 가상통화와 엔터의 만남이 화제다. 출처=갈무리

블록체인으로 정산.."투명하다"
블록체인의 강점은 투명화, 그리고 분산형에 있다. 중앙 집중형 플랫폼과는 다르게 각 생태계 파트너에게 충분한 권한과 핵심을 보장하는 블록체인 고유의 특성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블록체인과 음원 플랫폼과의 만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는 지난해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미디어체인 랩을 인수했다. 콘텐츠와 제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기 위해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도 많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협력해 비슷한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SK텔레콤은 뚜렷한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 없다.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를 출시하며 T맵 내비게이션, SK브로드밴드와 연동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핵심 콘텐츠인 음원 스트리밍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은 약점으로 꼽혔다. 그 대안으로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직접 손을 잡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여기에 블록체인을 도입, 지금까지의 중앙집중형 플랫폼 구조를 탈피한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은 소위 '거마꾼'이 없으며 거래의 투명성이 보장된다.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플랫폼이 확장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다. 지난 4월 블록체인 청사진을 전격 공개했다. IBM과 SK C&C를 거쳐 지난해 SK텔레콤에 합류한 오세현 블록체인사업개발유닛장이 전면에 나섰다.  오 유닛장은 ‘고객에게 신뢰받는 블록체인 거래 플랫폼’을 사업의 비전으로 제시하며, ▲디지털 실명제로 인터넷 세상의 신뢰기반 마련 ▲지불 편의성 제고 ▲블록체인 거래 플랫폼 신뢰도 확보를 목표로 향후 SK텔레콤의 블록체인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 가상통화소녀는 가상통화를 캐릭터로 삼았다. 출처=홈페이지

가상통화소녀? 당신의 아이돌에 ICO 하세요?
일본에서 활동하는 가상통화소녀라는 아이돌이 있다. 이들은 일반적인 아이돌이 아니다. 가상통화를 상징하는 아이템을 일종의 캐릭터로 체화해 활동하고 있다.

자세히 알아보자. 가상통화소녀는 기존 여성 아이돌 그룹 성좌백경의 파생 유닛이다. 각 멤버는 가상통화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넴, 리플 등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상통화를 일종의 캐릭터로 사용하고 있다. 일각에서 이들을 '가상통화 전대물 캐릭터'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치 추억의 후레쉬맨에 등장하는 레드, 블루, 그린처럼 이들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넴 등을 캐릭터로 승화했다. 컬러가 아닌, 가상통화로 캐릭터를 잡았다. 무대에 설 때 모두 가상통화를 형상화한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

가상통화소녀와 팬덤의 소통도 가상통화로 이뤄진다. 라이브 입장료와 굿즈 판매는 모두 가상통화로 이뤄진다. 심지어 멤버들의 월급도 가상통화로 받는다. 이들은 가상통화를 투기의 목적으로 보지 말고 올바른 투자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로 활동한다. 가상통화 홍보의 역할을 하면서 올바른 투자 환경을 조성하라는 메시지를 노래에 담기도 한다.

올해 초 가상통화소녀는 큰 시련을 겪었다. 일본 가상통화 거래소 코인체크 해킹과 관련이 있다. 코인체크 가상통화 넴 5700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진 가운데 와다 코이치로(和田晃一良) 코인체크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넴의 거의 전액이 무단으로 외부에 송금됐다”며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인체크는 넴을 외부 네트워크와 접속할 수 있는 상태로 관리하고 있어 해킹에 취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제단체에서 추천된 안전성이 높은 보안기술 역시 도입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 올해 초 코인체크가 해킹당했다. 출처=갈무리

가상통화소녀의 월급도 코인체크 해킹에 사라졌다. 가상통화소녀 리더인 시하라마 히나노는 "이번 해킹으로 우리 월급이 사라졌다"면서 "해커는 당장 원상복귀 시켜라"로 말했다. 재미있는 장면은 가상통화소녀의 자존심이다.

리더 시하라나 히나노는 "사무실에서는 이번에 월급을 엔화로 지급하겠다고 말했다"면서 "거절했다. 우리는 가상통화 대중확산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아이돌이며, 이건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아이돌이 ICO에 나섰다는 주장이 나오며 문제가 벌어지기도 한다. 올해 초 미국의 가상통화 정보 사이트인 코인데스크에 중국의 아이돌 티에프보이즈 팬들이 블록체인 단체를 만들어 자체 토큰인 TFBC를 발행한 바 있다.

멤버들에게 60%를 부여하고 나머지 40%는 팬들이 공유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중국은 ICO가 금지됐으며, 주체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소속사가 나서 "우리는 ICO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다.

▲ 중국의 아이돌 TF보이즈의 ICO 논란이 일었다. 출처=갈무리

ICO를 통해 재화를 창출하고 이를 활용하는 일은 간혹 벌어진다. 그러나 아이돌을 대상으로 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일이 벌어지며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상적인 활동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가운데, 성급한 전략은 업계 전체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일부 소속사를 통해 아이돌 코인이 발행되는 일이 있다. 걸그룹 베리굿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스타코인을 발행해 콘서트와 굿즈 판매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 걸그룹 베리굿도 ICO를 활용한다. 출처=소속사

"K팝과 블록체인, 가상통화 연결"
한국핀테크연합회는 올해 4월 한류 팬을 위한 암호화폐 플랫폼 'Ko-fun'을 공개했다. 다양한 한류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한류 스타의 콘텐츠를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채굴이 아닌 팬들이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면 토큰이 생산된다. 일종의 토큰 이코노미를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에 이입한 사례다.

전용 암호화폐 거래소 '천지인'이 구축된다. 해당 플랫폼을 통한 이상거래 및 다양한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합리적인 창구를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엔터테인먼트 제니스미디어콘텐츠는 동남아 10개국을 돌며 스타 발굴 시스템을 추진하며 코인 발행과 블록체인 기술을 모두 적용한다는 설명이다. Z-POP 드림 오디션을 진행하며 오디션 과정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다. 평가 결과를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또 ICO를 통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에게 보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