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협상 국면이 충돌로 급전환하고 있다.   출처= MarketWatch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전쟁이 돌연 해빙 분위기로 전환되더니만 며칠새 또 다시 충돌 양상으로 확 바뀌며 한치 앞을 내다 볼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미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000억 달러 관세 부과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도 이에 대한 조치로 자국내 미국 기업에 대한 새로운 보복 조치를 언급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이번 주에 일촉즉발 상황까지 고조될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7월과 8월에 걸쳐 500억 달러 관세를 주고받은 양국은 또 한 차례의 난타전을 벌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미국 재계가 주도해 가까스로 협상 재개를 발표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도 이번 주에 상무부 고위 관리가 워싱턴을 방문해 의제를 사전 조율하고 오는 27~28일 류허 경제부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므누신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었다.

WSJ은 “관세 부과와는 별도로 이달 말 양국 간 무역갈등 완화를 위한 고위급 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백악관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예의 투트랙 전략(양동 작전)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 행정부 내에서는 대(對)중국 전략에 대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등 강경파들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온건파로 갈려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이번 주초(17일이나 18일)에 관세 강행 발표를 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관리들은 미국이 새로운 관세를 발표할 계획이라면 협상은 의미가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중국 외교부의 한 고위 관리는 “미국이 우리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규모(1300억 달러)가 크지 않아 같은 규모로 반격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미국 제조업계의 공급체인에 직접 타격을 가할 수 있도록 원재료나 장비 등의 대미수출을 규제하는 이른 바 ‘비관세’ 보복 조치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우지웨이(樓繼偉) 전 중국 재정부장은 “미국에 대해 보복 관세와 함께 ‘수출 규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에 진출해 있는 대표 미국 기업 중 하나인 애플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임은 자명하다. 현재 애플은 아이폰 전량을 중국에서 조립하고 있다. 중국은 아이폰을 면세지역에서 생산하게 해 어떠한 관세도 부과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미국의 무역 공세에 '종합 대책'으로 맞서겠다면서 다양한 보복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중국에 진출한 200여개 미국 기업을 회원사로 둔 미중 무역전국위원회의 제이컵 파커 부회장은 "최근 중국 관료들이 미중 관계가 개선되고 안정화할 때까지 라이선스(면허) 신청을 접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위원회 대표들에게 밝혔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에 새롭게 진출하는 미국 기업들이 영업을 위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취득해야 하는 라이선스를 발급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중국 당국은 또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의 시장 개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미국의 관세부과가 강도를 높여갈 경우 이를 철회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린제이 월터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4일 성명에서 미 행정부 내부에서 과세 문제가 토의되었는지에 대해 언급을 거부하면서도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다루기 위해 계속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중국이 미국이 제기한 오랜 우려를 해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 새 관세를 부과하면, 앞서 부과한 500억 달러와 함께, 5000억 달러가 넘는 전체 중국 수입품의 절반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70억 달러의 추가 관세도 예고하고 있어 중국 제품 전체에 대한 관세 부과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2000억달러 관세 부과를 강행하더라도 관세율은 10%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공청회에서 대중관세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반발이 나온 데다, 연말 연시 쇼핑 시즌을 앞두고 미국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00억달러 관세에는 자전거부터 해산물까지 생필품을 비롯한 광범위한 물품이 포함되어 있어, 냉장고, 에어컨, 텔레비전 등 1000여개 제품의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백악관 관계자는 “소비자 분노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중국에 압박을 가하는 방식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기업들 역시 그간 진행된 공청회에서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을 지지하지만, 관세 부과에 대해선 비용 상승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용이 증가하면 감세에 따른 이익도 모두 상쇄될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캐나다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에서도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NAFTA에서 캐나다를 제외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협상은 지난 주에도 합의를 보지 못했으며, 현재 아직 재개 계획은 없다고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