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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동 끝', 재계 기지개 켜나

4대 그룹 총수들 대외행보 활발

최진홍 기자 rgdsz@econovill.com

기사승인 2018.09.14  17: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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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정중동을 거듭하던 재계 총수들이 최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주요 경제 지표에 경고등이 들어오며 재계 역할론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총수들이 직접 미래성장동력을 찾으려는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유럽과 중국, 일본, 미국을 누비며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가능성 타진에 매진했다. 3월 말 유럽과 북미 출장을 통해 인공지능 전략을 수립했고 5월 초에는 중국과 일본 출장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김기남, 진교영, 강인엽 사장 등 반도체 부문 주요 경영진,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과 출장을 떠나 중국 선전의 전자매장에 들러 삼성전자와 샤오미 부스를 찾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통신사인 NTT도코모와의 만났다. 두 회사는 스마트폰 시대부터 협력을 다져오던 사이며, NTT도코모는 삼성전자 갤럭시 신화에도 큰 역할을 한 곳이다.

각 지역에 인공지능 허브를 구축하는 한편 세바스찬 승, 다니엘 리 교수를 영입해 인공지능 전략도 가다듬었다.

인도에서 열린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도 참석해 본격적인 경영행보에 나섰다는 평가다. 현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으며 두 사람의 자리에는 조한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과 홍현칠 삼성전자 서남아담당 부사장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일자리 창출을 위해 힘써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 김동연 부총리와 이재용 부회장이 만났다. 출처=뉴시스

이 부회장은 귀국한 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도 만났다. 8월6일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를 방문한 김 부총리는 “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정부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색하고 고민해왔다”면서 “우리 경제는 굉장히 중요한 전환기를 맞았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기다. 대표주자인 삼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삼성전자는 반도체 백혈병 분쟁과 관련해 시민단체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중재에 전격 합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도 발표했다. 180조원을 향후 3년간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키로 했다. 또 삼성의 혁신역량과 노하우를 개방·공유하고, 효과가 검증된 프로그램 중심으로 상생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 부회장의 전격적인 결단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종합기술원을 직접 방문해 기술전략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14일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09년 기아자동차 사장에서 현대차 부사장으로 승진한 후 다른 계열사의 경영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으나, 이제는 명실상부 최고 콘트롤 타워가 됐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승진을 두고 본격적인 3세 경영이 시작된 것으로 본다.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최태원 SK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전면에 걸고 정열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후 주요 그룹 총수들이 외부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때, 정부의 경제인 사절단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왕성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 회장은 SK가 단순한 대기업이 아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기업으로 구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6월26일 경기도 이천 SKMS 연구소에서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7개 위원회 위원장,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자(CEO)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8 확대경영회의 자리에서 "사회와 고객에 친화적인 기업은 단기적인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긍정적인 평판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가 성장하게 된다"는 소신을 밝혔다.

   
▲ 최태원 회장이 2018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했다. 출처=SK

최 회장은 ‘타인이나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프랑스 철학자 알렉시스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의 이론을 논하며 “사회의 신뢰를 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실제로 사회적 가치를 적극 추구하고,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야 하며, 이 원칙은 글로벌에서도 예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인도의 보텍스, 스웨덴의 ABB, 일본의 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거나 단기적 성과와 장기적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을 분리하는 등 새로운 조직설계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최 회장은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조직과 제도 설계방향에 대해 하반기 CEO세미나 때까지 준비하고, 내년부터 실행에 착수할 것을 주문했다.

구광모 LG 회장도 움직이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6월29일 LG그룹의 회장으로 올라 본격적인 LG 4.0 시대를 열었으며, 권영수 부회장을 그룹으로 불러들이는 등 본격적인 판 짜기에 돌입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로는 그룹의 현안에 집중하기 위해 최대한 대외행보를 삼가했다.

   
▲ 구광모 회장이 마곡 사이언스 파크에 방문했다. 출처=LG

정중동을 거듭하던 구 회장은 12일 권영수 ㈜LG 부회장을 비롯해 안승권 LG사이언스파크 사장, 박일평 LG전자 사장, 유진녕 LG화학 사장, 강인병 LG디스플레이 부사장 등 계열사 연구개발 책임 경영진과 LG 차원의 CVC(벤처 투자회사)인 LG 테크놀로지 벤처스의 김동수 대표와 함께 서울 강서구 마곡 사이언스 파크를 찾았다. 연구개발과 신기술에 대한 가능성 타진은 물론 고 구본무 회장이 그룹 70주년을 맞아 심혈을 기울인 마곡 사이언스 파크를 방문, 후계 정통성을 더욱 강화했다는 평가다.

구 회장은 “LG의 미래에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한 사이언스파크에 선대 회장께서 큰 관심과 애정을 가지셨듯이 저 또한 우선 순위를 높게 두고 챙겨나갈 것”이라며, “최고의 인재들이 최고의 연구개발 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고, 저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4대 그룹 총수들은 오는 18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과의 경제교류 여부가 눈길을 끄는 가운데, 재계 총수들의 본격적인 경영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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