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에너지 저장 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시장의 성장세가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ESS의 중요 부품인 배터리를 제작하는 삼성SDI와 LG화학 등 한국 업체들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ESS 개념도. 출처=LG화학

ESS는 쉽게 말해 ‘큰 외장형 배터리’로 전력을 저장해 놨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장치다. 일반적으로 ESS에는 배터리가 들어가는 것이 맞지만 업계서는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까지 큰 개념에서 ESS로 본다.

최근 언급되는 ESS는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ESS로 주로 배터리와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PCS(전력변환장치·Power Conversion System), 운영 소프트웨어 PMS(Power Management System), EMS(Energy Management System)로 구성돼 있다. 통상 배터리와 BMS는 배터리 제조사에서 PCS와 PMS는 전기 관련 회사에서 제작한다.

ESS는 용도에 따라 전력용, 상업용, 가정용, 통신용 솔루션으로 나눠 진다. 특히 친환경에너지 생산에서 ESS는 필수품으로 여겨진다. 태양광, 풍력 등 자연환경 변화에 따라 불규칙하게 전기를 생산하는 곳에서는 발전된 전기를 모아 둬야 할 배터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과 같은 전력회사들도 ESS를 필요로 한다. 가장 전력 수요가 많이 발생할 때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 이와 관련한 송배전 투자 계획을 적절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갑작스러운 정전과 같은 전력사고 대비, 전력공급 안정화 등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 큰 손실이 발생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장에서는 UPS(무정전전원공급장치)라 불리는 ESS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이 밖에도 주택과 상업용 ESS시설에서도 피크가 아닌 시간대에 전력을 저장해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

▲ ESS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전망치. 출처=SNE리서치
▲ 세계 ESS 시장 전망. 출처=유진투자증권

판 커지는 ESS 시장

전 세계 ESS시장은 현재 성장 중이다. 유진투자증권과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의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ESS시장은 올해 5500MWh에서 내년 7100MWh, 2024년에는 3만2600MWh가 될 것으로 나타났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ESS 시장을 주도하는 국가는 한국인데 2020년까지 전기 저장요금 인하 정책과 높은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부여로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여기에 더해 미국 ESS시장 규모도 급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한국과 미국만의 수요만으로도 2020년까지 글로벌 시장의 고성장세가 확정적”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유럽도 독일과 영국을 중심으로 대용량 ESS와 주택용 소형 ESS 수요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면서 “2024년까지 글로벌 ESS 시장 전망치는 연평균 약 27%성장에서 향후 40%이상으로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SS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도 성장세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ESS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16년 2824MWh에서 2020년 1만 5922M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지난해 ESS 배터리시장 점유율에서는 LG화학이 30%, 삼성SDI가 29%, 테슬라가 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ESS용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회사가 6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 삼성SDI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치한 ESS 모습. 출처=삼성SDI

LG화학·삼성SDI 국내외 시장 적극 공략

국내 대표 배터리 생산 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도 커지는 ESS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LG화학은 가정과 산업단지에서 태양광 발전설비를 이용해 만든 전기 또는 심야의 값싼 전기를 저장했다가 활용하는 시스템부터 풍력,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스템 등에 활용되는 ESS 배터리 설비까지 다양한 ESS사업을 진행 중이다.

LG화학 관계자는 “2016년 ESS전지 사업에서 27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는데 2017년에는 전년 대비 80%이상 증가한 5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LG화학은 2015년 세계 1위 ESS 기업인 미국 AES에너지 스토리지(AES)와 당시 1GWh규모로 세계 최대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작년에는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이케아(IKEA)의 가정용 ESS 솔루션인 ‘솔라 파워 포탈’에 리튬 이온 배터리 공급을 시작하는 등 글로벌 ESS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 중이다.

삼성SDI도 올해 3월 미국 하와이 태양광 연계 ESS 프로젝트에 배터리를 공급했다. 미국 AES 그룹의 자회사인 AES DE와 전력회사 KIUC의 카우아이섬 태양광 연계 ESS 설치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다. 삼성SDI는 배터리용 모듈 약 1만 3000개를 공급한다.

이 프로젝트는 28MW 규모의 태양광 발전과 연계해 100MWh의 ESS를 설치하는 것으로 미국 하와이주의 클린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100MWh는 하와이주 카우아이섬 전체 약 1만 7000가구가 10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지난해 10월에도 하와이 지역에서 유나이코스와 테라폼 파워가 진행하는 풍력 발전 연계 ESS프로젝트에 10MW 규모의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2월에는 AES에너지스토리지 등 글로벌 ESS 업체들과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력 공급망 구축 사업에 참여해 240MWh ESS 배터리를 공급했다.

▲ LG화학 직원이 익산공장에서 ESS 배터리 모듈을 점검하고 있다. 출처=LG화학

ESS 배터리 시장 차별화 요소는 무엇?

ESS 배터리 구성은 배터리 셀, 배터리 팩, 배터리 모듈, 배터리 랙으로 구성된다. 셀이 모여 팩이되고, 팩을 모아 모듈을, 모듈을 모아서 랙이 되는 것인데 이는 전기차용 배터리 구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전기차용 배터리와 ESS용 배터리는 생산라인을 함께 사용해도 될 정도로 공정이 비슷하다”면서 “다만 차이점은 ESS에 보다 더 섬세한 전력제어 기술이 적용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의 ESS 배터리는 스택앤폴딩(Stack & Folding)이라는 기술을 적용해 고에너지 밀도를 고현하고 소형화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전기차용 배터리에서도 에너지 밀도와 소형화가 중요한 차별 포인트였는데 ESS용 배터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배터리를 관리 시스템인 BMS도 차별화의 포인트다. 배터리의 기본 상태인 전압, 전류, 온도 등을 측정해 진단하고 이를 제어하는 제반 시스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ESS에 저장됐다가 나가는 전기의 변동 폭이 1% 이내여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데 이같이 각 나라별, 고객별로 다른 점을 충족해 배터리를 만드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가정용, 산업용, 전력용 등 여러 분야의 고객이 있는 만큼 이들에게 최대한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것이 ESS 배터리 업체의 1차적인 과제”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에서 ESS 사업을 하는 회사는 효성, 두산중공업, 현대일렉트릭, SK D&D, 현대중공업 그린에너지, 한화에너지, LS산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