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키움증권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양적·질적 측면 모두 위험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단기 부채 성격인 전세 보증금을 포함하면 국내 가계부채는 가처분 소득의 2.5배다. 전체 가계부채에서 원리금을 상환하는 장기 대출 비중도 20% 수준에 불과하다. 은행과 정부가 여신 위험관리 원칙을 무시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20일 ‘2018년 가계부채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총체적 위험 양적 측면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개인사업자를 국제 기준에 적용해 가계부채로 분류하고, 가계의 사적 부채인 전세보증금을 포함하면 지난 3월말 기준 가계 부채 규모는 가처분소득의 253%인 2243조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스위스를 제외하면 규모와 증가율 측면 모두 세계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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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서는 개인사업자 여신을 가계부채로 분류한다. 채무 불이행시 최종 책임이 개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같은 자영업자라도 법인사업자면 기업여신으로 분류된다.

서 연구원은 “전세 보증금은 임차인으로부터 부동산을 담보로 차입한 사적 채무”라며 “가계 입장에서 위험을 측정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부채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 채무상환능력과 무관하게 만기 2년의 단기 채무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질적 측면에서도 위험 수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봤다. 전체 가계부채에서 원리금을 상환하는 장기 대출 비중은 최대 20% 수준에 불과한 탓이다. 대부분의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중도금대출, 자영업자 대출, 전세보증금, 신용대출 등이 이에 해당된다. 신용대출, 부동산 담보대출 등 사용목적을 제한하지 않는 대출 비중도 지나치게 높다고 설명했다.

은행과 이를 감독하는 정부가 위험관리의 두 가지 기본원칙을 무시하면서 가계대출은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높은 부동산 투자 등 레버리지가 높은 투자 목적의 대출이 가능해졌다. 가계 부채가 단기간에 급증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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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여신 위험관리에 있어서 중요한 원칙은 원리금 분할 상환 장기 대출 비중 상향과 자동차 대출, 주택자금 대출, 학자금 대출, 리스 등 대출자금 용도를 한정하는 것이다.

실제 정부의 부동산 부양 과정에서 지난 4년간 약 100만명 정도의 가계가 투자 목적으로 주택이나 상가를 구매했다. 그 규모는 같은 기간 증가한 가계부채 600조원의 절반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금융위기와 같은 외부 충격이 발생하거나 내부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면 가계부채 문제가 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낮지 않다는 분석이다.

가계 부채 위험이 관리 가능수준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주체들이 감지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안정적인 연체율’을 꼽았다. 올해 상반기 가계 연체율은 0.24%로 2014년 말 대비 0.19%포인트 하락했다. 가계 대손비용은 0.13%로 0.13%포인트 내렸다.

건전성 지표가 개선된 이유는 부채의 질적 구조 악화다. 전체 가계부채 대비 원리금 상환 대출 비중과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감소했다. 전체 가계 대출 순증 금액에서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은 원리금 상환 대출 비중이 하락함을 뜻한다.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은행간 대출 경쟁 심화로 가계 대출금리는 크게 하락했다. 차주의 부담이 크게 감소한 이유다. 은행의 대출 태도가 크게 개선되면서 부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가계에 여신을 지속적으로 공급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가계부채 부실을 유발할 수 있는 변수는 개인 소득 감소, 자영업자의 업황 악화, 주택가격 하락 등이다.

서 연구원은 “부채구조를 감안할 때 부실을 촉발할 변수는 가계의 단기 채무 상환 압박이 전개될 수 있는 변수”라며 “이에 대한 은행의 대출태도와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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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변수로는 우선 전세가격 하락이 꼽힌다. 512조원 규모의 전세보증금 상환 요구가 발행하는 시점은 재계약시 최초 계약 시점 대비 전세가격이 하락하거나 주택가격이 전세가격보다 낮아지는 시점이다.

은행의 대출태도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상가 공실률 상승·자영업자 폐업 증가 등도 문제다. 1~3년 만기 대출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사업성이 악화되면 은행은 여신을 회수하거나 대출금리를 높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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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빼놓을 수 없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기준금리 인상 시 저원가성 예금을 중심으로 자금이탈, 한도 축소, 금리 인상 등 은행의 대출태도가 급변할 수 있다.

주택 거래감소에 따른 우려도 나온다. 거래가 활성화돼야 담보 자산 매각을 통해 채무 상환을 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