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부동산114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서울 집값 상승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가 서울 투기세력을 잡기 위해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은 뒤 서울 집값은 보합세를 보였지만, 최근 비강남권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7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북 우선 개발 발언이 더해지면서 강북권 집값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8월 2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5% 상승했다. 일반 아파트 중심으로 7주 연속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울 25개구가 모두 상승한 가운데 서대문구를 비롯해 양천구, 도봉구 등 비강남권이 집값 상승을 주도한 모양새다.

실제 강남권에 밀집한 재건축 단지 변동률이 0.11%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서대문(0.28%) ▲양천(0.27%) ▲도봉(0.27%) ▲구로(0.25%) ▲강서(0.24%) 은평(0.24%) ▲마포(0.22%) ▲관악(0.21%) ▲성북(0.20%) 등이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또한 8월 17일 기준 강남 3구 누적 상승률이 11.20%를 기록한 반면 마포(14.30%), 성동(14.26%), 동작(13.80%), 서대문(13.14%), 동대문(12.40%), 관악(11.70%), 중구(11.41%) 등은 강남 3구를 뛰어넘었다.

실제 동대문구 전농동에 위치한 ‘전농동신선미소지움’ 전용면적 80㎡는 최근 7억6000만원에 매매됐다. 불과 3달 전에는 7억원에 거래됐지만 그 사이 6000만원이 뛴 것이다. 청량리 미주아파트 역시 7월 전용면적 101㎡가 7억65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양천구 역시 재건축과 인근 여의도 개발 기대감이 반영되며 상승폭이 확대됐다. 목동e편한세상, 하이페리온2, 신정동 삼성쉐르빌2차 등은 많게는 한 주 사이에 7500만원 가까이 집값이 올랐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북 우선 개발 발언은 향후 서울 집값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강북 집값이 상승세를 탄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 모일 수 있다”면서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8월 19일 강북 개발을 위해 ‘균형발전특별회계’로 1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 달간의 생활을 마치면서 “수십 년간 강남 쪽에 투자가 집중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으려면 혁명적 정책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강·남 균형 발전의 주요 사업들을 자신의 임기 내인 2022년 이전에 완료하겠다”고 공약했다.

서울시는 향후 2022년까지 빈 집 1000채를 사들이고 청년과 신혼주택 4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교통 부문에서는 그동안 지지부진한 면목선(청량리~신내동)과 우이신설 연장선(우이동~방학역), 목동선(신월동~당산역), 난곡선(보라매공원~난항동) 등 비강남권 4개 철도 노선을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진행한다. 강북의 비탈길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모노레일과 곤돌라도 도입한다. 이는 서울 전역에 건설할 예정으로 2020년부터 서울 5곳에, 2022년부터는 서울 25개 자치구에 한 곳 이상씩 설치한다.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의 강북 이전도 추진할 계획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와 서울연구원 등의 이전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여전히 강북과 강남의 집값 차이를 줄이기는 부족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강북 우선 개발이라고는 하지만 여의도 통합 개발 등과 비교하면 사실상 인프라 투자에 그치기 때문에 집값 격차를 따라잡기에는 부족할 것”이라면서 “강남권역 아파트가 이미 10억원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성북구나 노원구 등은 여전히 4억원대에 머무르고 있는 곳이 많기에 추가적으로 주거환경 개선과 학군 등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역시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북 우선 개발은 인프라 정비에 집중된 것으로, 신규사업을 새롭게 진행하는 것이 아닌 기존 인프라 사업을 빠르게 재정비하겠다는 의미로 집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보다는 균형 개발에 대한 의지를 보인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강북권역 부동산 시장 역시 박 시장의 발언에 대해 기대감과 함께 그간 오르지 않았던 집값이 과연 오를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보냈다.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N공인중개사 관계자 역시 “최근 노원구 쪽이 저평가됐다는 인식과 재건축 등의 기대감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이곳에 오래 거주한 사람들 대부분은 집값 상승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면서 “오히려 지금이 고점이라고 생각해서 매물을 내놓는 매도인들도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