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플래닛은 이커머스 사업부 11번가를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고, 새 대표이사로 이상호 전 SK텔레콤 서비스플랫폼 사업부장을 내정했다.출처= SK플래닛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SK그룹(이하 SK)은 지난 7월 19일 온라인·모바일 서비스 계열사 SK플래닛에서 오픈마켓 11번가를 분리해 9월 신설 법인으로 출범시킨다며 11번가를 이끌 새 대표이사로 이상호 전 SK텔레콤 서비스플랫폼 사업부장을 내정했다. 이를 두고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SK가 이커머스 사업에 걸고 있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주는 인사”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11번가의 새 대표 이상호 대표이사는 어떤 인물이며 이커머스 업계가 그의 앞에 던질 과제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인공지능·음성인식 전문가 

이상호 11번가 대표 내정자는 1971년생으로 국내 최고의 인공지능 관련 기술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동국대학교에서 전자계산학을 전공했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에서는 자연어 처리(일상 음성언어를 분석해 컴퓨터 명령으로 변환하는 기술)와 음성처리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LG전자기술원 선임연구원으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해 2006년에는 NHN 검색품질연구소장, 2013년 다음커뮤니케이션 검색 그룹장 그리고 2014년에는 카카오 추천팀장을 역임했다. SK에는 SK플래닛의 기술총괄(CTO)로 2016년에 처음 합류했고 현재는 SK텔레콤 서비스플랫폼 사업부장으로 인공지능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다. 이 내정자의 주도와 연구로 나온 SK의 인공지능 프로젝트 성과로는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NUGU)’가 있다.  

▲ 11번가 이상호 새 대표 주요 학력, 경력 출처= SK플래닛

첫 번째 과제, 한국형 아마존 프로젝트 

현재 SK는 자사의 통신회사 SK텔레콤을 포함한 여러 계열사의 연결로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를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각 사업군 계열사의 다양한 서비스와 인공지능을 연결해 미래형 사업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중에서도 SK는 최근 전 세계에 인공지능 플랫폼의 접목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이커머스와 연결된 유통업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1번가 쇼핑에 도입한 인공지능 ‘누구’ 채팅봇 서비스 그리고 지난해 인수한 신선식료품 O2O기업 헬로네이처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유통업체 BGF 리테일과 협력해 합작법인으로 전환한 것은 유통업 경쟁력 강화라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 이것으로 11번가는 온라인 신선식품 주문 플랫폼과 배송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전국 단위 오프라인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편의점(CU)과 협력 관계도 만들었다.

SK는 최근 ‘한국형 아마존을 만들자’는 캐치프레이즈를 지속 강조하고 있다. 그를 위해 SK는 음성인식 등 첨단기술과 유통 영역의 연결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그 사업의 중심이 SK 유일의 커머스 계열사인 11번가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래서 이상호 대표 내정자의 어깨는 더 무겁다.  

두 번째 과제, 적자 줄이기 

2015년 59억원이던 11번가의 모기업 SK플래닛의 영업적자는 2016년 3650억원 그리고 지난해에는 3497억원까지 증가했다. 물론 이 적자가 모두 11번가 운영에 따른 것은 아니었지만, SK플래닛 내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1번가의 사업 비중을 고려할 때 ‘전부는 아니어도 대부분’은 11번가 운영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었다. 적자가 계속되자 SK플래닛은 중국 민성투자유한공사 그리고 롯데·신세계에 11번가 지분 매각을 시도했으나 협의점을 찾지 못해 모두 결렬됐다.

SK플래닛은 지난 6월 이사회를 열고 11번가의 별도 법인 독립을 결정했다. 여기에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을 보면 사업을 포기하기엔 아깝지만 가지고 있자니 SK플래닛의 부진한 실적을 방치할 수도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 SK텔레콤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 '누구'. 출처= SK텔레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11번가의 별도 법인 출범은 이러한 계열사들의 경쟁력을 이커머스에도 적용해 더 큰 시너지를 도모하기 위함임과 동시에 이제는 별도 법인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을 가지고 강해지라는 SK그룹의 메시지와 같다”면서 “이상호 대표 내정자는 11번가의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고 이커머스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11번가 대표자 내정에 대해 이상호 내정자는 “급격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이커머스는 고객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첨단 기술과 접목에 성공하면 더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분야이고 그 중심에 11번가가 있다”면서 “앞으로 11번가는 장기 관점에서 이커머스에 고객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시키는 방식의 성장으로 한국형 아마존 모델 구축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SK플래닛은 11번가 분사와 새 대표자 임명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피 튀기는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격동의 이커머스 판에서 이상호 11번가 새 대표이사가 게임을 승리로 가져올 수 있을까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