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과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로 대표되는 글로벌 ICT 플랫폼 업계의 재편이 최근 감지되는 가운데, 고객 최접점을 확보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벌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단독 경쟁력으로 이겨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을 감지해 과감한 합종연횡을 꿈꾸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아마존과 스포티파이가 있다.

이커머스 강자 아마존은 지난해 오프라인 신선식품 업체 홀푸즈를 인수하는 한편 최근 필팩까지 품에 안으며 제약업계에 진출했다. 거침없는 문어발 확장을 거듭하면서 최근 극장 체인 인수에도 나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아마존이 운영하는 아마존고 매장 전경이 보인다. 출처=디지에코

<블룸버그>를 비롯한 주요 외신은 8월 16일(현지시각) 아마존이 극장 체인인 랜드마크 시어터 인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50개가량의 오프라인 극장을 보유하고 있는 랜드마크 시어터는 한 때 글로벌 OTT 강자인 넷플릭스가 인수하려고 했던 곳이다.

넷플릭스가 랜드마크 시어터 인수 시도에 나선 장면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큐레이션 사용자 경험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바탕으로 글로벌 영화 시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최근 전통 플레이어들로부터 배척을 당하고 있다. 실제로 칸 국제 영화제 측은 넷플릭스 콘텐츠가 전통적인 동영상 배급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쟁 부문 초청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랜드마크 시어터 인수 시도는 기존 영화 산업과의 시너지라는 키워드로 이해할 수 있다.

아마존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운영하는 한편, 영화 배급 서비스인 아마존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오프라인 극장 체인과의 연결을 통해 확실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아마존이 특유의 멤버십 사용자 경험으로 오프라인 극장 체인을 포함하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경우 시너지는 배가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아마존이 랜드마크 시어터를 통해 넷플릭스의 구독형 콘텐츠 모델을 오프라인에 확장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아마존 스튜디오는 소위 제3영역으로 불리는 예술영화 배급에 조예가 깊으며, 랜드마크 시어터도 예술영화 상영으로 유명하다.

최근 중국의 완다가 극장 체인을 매각하는 등 현존하는 극장 체인들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면도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 사용자 경험이 발달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인프라가 약해지는 현상이며, 이커머스 아마존의 등장으로 미국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이 고전을 겪는 장면과 일맥상통한다. 오프라인을 위협한 온라인 플레이어가 다시 오프라인 인프라를 선택해 시너지를 일으키는 전형적인 장면이다.

아마존의 랜드마크 시어터 인수는 고객의 확장을 꾀할 수 있는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로도 확장될 수 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알렉사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코타나가 연합해 이커머스와 스마트워크 생태계 고객을 동시에 노리는 것처럼, 아마존의 랜드마크 시어터 인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영화 콘텐츠 고객의 연결과 확장을 노린다는 평가다.

온라인 중심의 기업이 오프라인 접점을 확보해 새로운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마존이 랜드마크 시어터를 인수할 경우 오프라인 극장 체인을 통해 기존 온라인 고객의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고, 신규 오프라인 고객도 확보하면서 콘텐츠가 흐르는 플랫폼의 모든 영역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막대한 투자를 통해 콘텐츠를 생산해 온라인에 뿌리는 한편, 오프라인 고객과도 바로 소통한다는 뜻이다.

▲ 스포티파이가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다. 출처=스포티파이

삼성전자와 손잡은 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도 마찬가지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8월 9일 삼성전자의 모든 디지털 기기에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애플뮤직에 밀려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의 최강자라는 입지가 흔들리는 것은 극장 체인의 고민과 닮았고,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단말기를 고객과의 최접점으로 이해해 융합되는 장면도 오버랩된다.

인공지능 시장이 음성 인터페이스로 재편되며 스트리밍 서비스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조만간 갤럭시홈이라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할 계획이라는 점도 스포티파이의 행보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고객과의 접점을 확보하는 것 이상의 전략도 필요하다. 아마존의 극장 체인 인수는 홀푸드, 필팩 인수의 연장선에서 거대 생태계 조성의 키워드로 이해해야 한다. 아마존이 금융시장 진출까지 꾸준히 타진하는 장면과 애플카 출시를 두고 나온 밍치 궈 애널리스트의 예언을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IT매체 <나인투파이브맥>과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주요 외신은 8월 15일 밍치 궈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인용해 애플이 2020년 이후 애플카와 증강현실 글라스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그는 애플이 2020년 증강현실 글라스를 출시하며, 금융산업을 접목해 애플카 비즈니스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아마존도 금융을 중심으로 다양한 경쟁력을 확보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아마존의 랜드마크 시어터 인수 시도를 단순하게 오프라인 영역 확장으로만 이해하기는 아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