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주택시장이 죽을 쑤는 사이 토지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올 상반기 보합세를 보이는 아파트 가격과 달리 올해 6월 기준 전국 지가변동률은 이미 지난해 지가 변동률의 절반을 넘었다.

8월 20일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변동률은 0.12%에 그쳤지만 전국 지가변동률은 2.05%를 기록했다. 지난 한 해 지가 변동률은 3.88%로 이미 지난해 상승률의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업계는 전국 토지가격이 급상승하게 된 이면에는 풍부한 거래량과 이를 뒷받침하는 서울 거주자의 원정거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이 순수토지 월평균 거래량과 서울 거주자의 원정거래 비율을 분석한 결과, 서울 거주자의 외지 거래 비율이 지난 2015년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2018년 6월 기준 순수토지 월평균 거래량 중 서울 거주자의 비율은 10.4%로 지난 2015년 대비 0.86%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역시 지난 6월까지 순수토지 월평균 거래량은 9만4400필지로 지난해(9만6726필지)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2015년부터 2018년 6월까지 월평균 9만필지 이상 꾸준히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전은 지난해 578필지가 거래됐지만 6월 기준 717필지가 거래됐다. 세종 역시 지난해 876필지에서 올해 6월 1138필지가 거래되는 등 전년 대비 거래필지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서울 거주자의 외지 토지 원정투자 비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순수토지 월평균 거래량 중 서울 거주자의 비율은 10.4%로 2017년 10.17% 대비 0.23%p 증가했다. 2015년 9.54%를 기록한 이후 매해 서울 거주자 거래비율이 증가하는 모습이다.

서울을 제외한 15개 광역자치단체 중 인천·경기·충남을 제외한 12개 광역자치단체도 전년보다 서울 거주자의 순수토지 거래 비중이 증가했다.

서울 거주자의 순수토지 월평균 거래비중 증가는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지방에서도 현저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정부의 부동산 수요억제책 완화와 조정지역 규제해제 요구가 커지고 있는 부산은 2015년 2.12%에서 2018년 6월 5.19%로 2배 이상 서울 거주자의 토지 원정거래가 증가했다. 이는 전국에서 주택 미분양 재고가 가장 많은 경남도 마찬가지다. 2016년 2.52%였던 경남의 순수토지 서울 거주자 월평균 거래비율은 올해 들어 3.29%로 원정거래비율이 확대됐다. 경남지역은 올 6월 기준 미분양 물량이 1만4896가구에 달한 상황이다.

한편 올해 서울 거주자의 외지 토지 원정거래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6월 기준 20.83%로 10필지 중 2필지는 서울에 거주하는 외지인이 거래한 셈이다. 이어 ▲강원(15.94%) ▲인천(15.35%) ▲세종(11.34%) ▲대전(10.37%)이 뒤를 잇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토지시장은 정부 수요억제책의 집중포호와 입주물량 증가 등 공급과잉 우려를 빚고 있는 주택시장과 달리 탄탄한 거래량과 서울 외지인 수요가 꺼지지 않고 있다”면서 “풍부한 유동자금과 대북경협 호재, 도시재생 뉴딜, 택지개발로 인한 토지보상금 유입 등 지역의 개별호재에 민감한 원정투자가 아직 유효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