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휴가철에 접어들면서 아시아나 항공이 정상적으로 기내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여행객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나 항공은 다음달 5일부터는 ‘게이트고메’를 새로운 기내식 파트너로 선정해 기내식 제공을 완전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이 경우 지난달 1일 기내식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전체 항공편 80편 가운데 51편이 1시간 이상 지연 운항했고, 36편은 기내식을 아예 싣지도 않고 운항한 아시아나 항공 ‘노밀’ 사태는 사건 발생 2달 여 만에 봉합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만약 우리나라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전면적으로 도입되어 있었더라면, 아마도 아시아나 항공은 기내식 대란 기간 중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한 승객들로부터 천문학적인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미비로 인해 아시아나 항공 입장에서는 아주 다행스럽게도 피해 승객들에게 운임의 10~20%을 배상하거나 마일리지를 추가해 주는 등 피해 승객들이 본 실제 피해액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의 배상을 하는 것으로 이번 사건을 무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노밀’사태에 대한 법적 논란은 이제 모두 끝난 것일까?

지난 16일 법무법인 한누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463,850주(발행주식 총수의 약 0.23%)를 보유한 소액주주 8명의 이름으로 박삼구 회장을 비롯한 아시아나 항공 경영진들을 상대로 약 703억 5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의 소장을 관할법원인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출하였다고 밝혔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만분의 1에 해당하는 주식을 6개월간 보유한 주주가 회사에 대하여 이사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소를 먼저 제가할 것을 청구하고, 회사가 30일내에 이사들에게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회사를 위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원고들은 지난 7월 13일 아시아나 항공에 소제기청구서를 발송하였음에도 아시아나항공은 30일이 지난 시점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아, 원고들이 아시아나 항공을 위해 직접 아시아나 항공 이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상법 제403조 참조). 아시아나 항공의 이사들인 피고들은 ① 아시아나항공이 수행하고 있는 국내외 여객운송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과거 직접 영위하기도 하였던 기내식 공급 사업의 사업권자를 선정함에 있어서 ②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로서 그 임무를 수행해야 하고, 회사의 승인 없이 자신들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③ 아시아나항공의 이익보다는 박삼구 회장이 지배하는 금호홀딩스의 이익을 도모하고자 ④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하는 알짜배기 사업권을 ‘게이트고메 코리아 (Gate Gourmet Korea)’에 30년간 부여하는 대가로, ⑤ 게이트고메의 모회사인 하이난 항공으로 하여금 박삼구회장이 지배하는 제3자인 금호홀딩스에 1,600억 원을 최장 20년간 무이자로 대여하도록 하는 파격적인 자금지원을 하도록 함으로써 ⑥ 회사에는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금호홀딩스에는 막대한 이익을 제공하여 아시아나 항공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상법상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 없이는 현재 또는 장래에 회사의 이익이 될 수 있는 회사의 사업기회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사업기회유용금지의무’를 부담한다(상법 제397조의 2 제1항 전단 참조). 과거 이사와 회사 간의 이익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으로는 이른바 ‘경업피지의무’(상법 제397조)와 ‘자기거래금지의무’(상법 제398조)가 있었지만, 최근 경제가 발전하고 회사 규모와 영리기회가 확대됨에 따라 이사가 자신이 실질적으로 ‘오너’로 있는 동종 업체를 통해 회사의 이익을 가로채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자 지난 2011년 상법 개정과 함께 ‘사업기회유용금지의무’조항이 도입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아시아나 항공이 2003년 이후 아무런 문제없이 5년 단위로 기내식 공급 계약을 갱신해 오던 엘에스지(LSG)스카이셰프와의 거래를 돌연 중단하고,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무이자 조건으로 인수해 준 중국 하이난그룹의 계열사인 게이트고메 코리아에 아시아나 항공 기내식 공급을 맡기면서 시작되었다. 아시아나 항공 임원진은 아시아나항공이 수행하고 있거나 수행할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기내식 사업권이라는 사업기회를 박삼구 회장 개인이 지배하는 금호홀딩스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한 것이다.

회사의 이사는 상법 제382조의 3에 따라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하는데,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이사회 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승인도 없이 박삼구 회장 개인이 지배하는 금호홀딩스의 이익을 위해 현재 또는 장래에 아시아나 항공의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이용하였으므로, 이는 상법 제397조의2(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 금지)조항을 위반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이를 묵인한 이사들은 연대하여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상법 제399조 참조). 물론 이러한 행위는 법령에 위반한 것이므로 이에 가담한 이사들에 대해서는 해임 결의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임판결을 할 수도 있다(상법 제385조 제2항 참조). 더 나아가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 항공의 이익이 아닌 금호홀딩스의 이익을 위해서 기내식 공급업체를 신설업체로 바꾼 아시아나항공 이사들의 행동은 형법적으로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도 있다(형법 제356조 참조).

오늘날 주주들은 자신이 투자한 주식이 얼마나 짧은 시간 내에 얼마나 주가를 높여줄 것인가에 관심을 갖지만, 이는 주주들이 가지는 권리의 한 쪽 면 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다. 주주의 권리에는 주주가 회사로부터 경제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한 권리인 자익권(自益權) 이외에도 주주가 회사의 지배나 경영에 관여하는 권리인 공익권(共益權)이 있고, 특히 공익권은 기업의 장기적 발전과 건전하고 투명한 경영을 위해서는 반드시 적극적인 행사가 필요하다. 물론 이사, 감사 등도 상법상 회사를 감사할 의무를 가지고는 있으나, 아무래도 주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에 불과한 이들의 회사에 대한 감시 정도와 기업의 진정한 주인인 주주들의 회사에 대한 감시 정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번 대표소송이 우리나라 대기업에 만연한 총수 중심의 의사결정구조를 개편하고, 궁극적으로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합리성 제고로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동인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