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터키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내렸다.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국가 신인도가 내려가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리기 더 어려워지고 돈을 빌리더라도 비싼 금리를 내야 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은 최근 외환시장의 극심한 불안을 이유로 터키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 터키 신용등급 추이. 출처=각사

S&P는 17일 터키 국가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한 단계 강등했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제시했다.S&P 애널리스트들은 "신속하고 효과 있는 정책대응 부재가 터키 경제의 위험을 더 악화시킨다'고 경고했다.

S&P는 "최근 2주 동안 터키 리라는 극단적인 변동성을 나타냈다"면서 "이는 오래된 경제 과열과 대외부채, 경제정책 변동에 따른 것"이라고 등급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S&P는 "지속적인 리라화의 약세는 재정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기업들의 재무상태와 역내 은행 대해서도 부담을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S&P는 또 터키 경기가 2019년에 침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남은 넉 달 동안 22%로 오른 이후 내년 중반이 지나야 2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S&P는 환율급등으로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은행의 자금조달 위험도 상향했다.

다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터키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무디스는 터키의 신용등급을 'Ba2'에서 'Ba3'로 강등하고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다.  무디스는 "오늘 신용등급 강등의 주된 이유는 터키 공공기관의 지속되는 약화와 정책입안의 신뢰성 하락"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또한 터키 중앙은행의 독립성 우려를 전하고 현재 재정적자의 근인을 재거하려는 '신뢰성'있는 계획의 부재도 이유로 들었다.

무디스는 "더 나빠지는 재정상태와 환율은 대외 재정 리스크 증가와 함께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성장을 잠식할 것이며 경상수지 리스크는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신용평가인 피치는 앞서 지난달 터키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고, '부정적' 전망을 제시했다. 

피치는 이날 터키 정부가 리라화 하락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방침을 내놨지만, 이것만으로 리라화 하락을 막기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터키 중앙은행의 정책 신용성과 독립성이 개선돼야 하고, 정책 당국자들은 낮은 성장을 고려해 거시경제와 금융 불균형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터키 정부는 지난 13일에 이어 15일 한차례 더 외환 스와프 거래 한도를 축소하는 등 금융시장 안정화에 나섰다. 소비자 대출에 대한 만기를 줄이고 가계 소비를 억제하는 등 인플레이션 통제 의지도 드러냈다. 카타르가 150억달러 규모의 직접 투자를 약속했지만 리라화 가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 터키 리라 환율추이.출처=블룸버그통신

그러나 리라화 가치 하락은 계속되고 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터키리라는 16일 1달러에 5.8246리라에 거래됐으나 17에는 6.028리라를 기록했다. 환율은 뛰고 가치는 더 내려간 것이다. 리라화 가치 하락은 터키의 수출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수입하는 제품 가격을 올려 수입물가 상승에 이언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