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터키발 금융불안이 글로벌 시장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우려가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진했던 금융시장의 반등 기대감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G2가 관세 전쟁에 이어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을 감안하면 시장은 녹록치 않다.

대외 불안에 시장 면역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단기 반등을 기대할 수 있지만 위험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시장 상승에 배팅하기보다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 코스피와 주당순자산비율(PBR) [출처:NH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다음주(8월20~24일) 코스피 예상밴드를 2200~2280포인트로 제시했다. 상승요인은 국내 증시하락에 따른 밸류에이션 매력과 미국 경기 호조, 하락요인은 수급 공백기, 터키발 신흥국 위기설, 미·중 무역분쟁 현실화 우려 등을 꼽았다.

오는 23일 미국은 중국산 160억달러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 인상을 발효할 예정이다. 다만, 미국의 요청으로 중국 상무부 부부장이 이달 하순 미중 무역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해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억달러 25% 관세 부과 관련 기업 공청회 일정이 9월 5일 이후라는 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협상 시간도 충분할 것”이라면서도 “중국 기업의 미국 투자 제한, 중국은 게임 불허가 등 관세 전쟁에 이어 비관세 장벽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에 난항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미중 무역 분쟁은 공포와 안도가 반복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소 매파적이었던 8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를 감안하면 FOMC의사록의 뉘앙스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금리 상승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23일부터 시작하는 잭슨홀 미팅의 주제가 ‘시장구조 변화와 통화정책 시사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방준비제도(Fed)의 장기 균형 목표 금리에 대한 논의도 활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달러 강세를 유지시킬 요인이다.

반면, 미국 경제지표 서프라이즈 지수 반락, 유로존 PMI 예상치 상회 가능성 등은 달러 강세를 진정시키는 요인이다.

NH투자증권은 달러 강세 둔화가 예상되나 단기적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한국 고유의 모멘텀인 남북경협주, 엔터·콘텐츠, 제약·바이오 등이 당분간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 강세 진정 시 IT 등 대형주의 상승이 재개될 전망이다.

시장 면역력 약화, 장기 부진 가능성도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터키발 금융불안이 시장을 흔들었다. 미국의 터키에 대한 무역제재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우려가 완화될 조짐을 보인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국내 증시의 하락을 야기했던 불확실성도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 터키 리라화 추이 [출처:대신증권]

올해 상반기 신흥국 금융불안은 그리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취약국 증시의 급락, 신흥국 증시 약세에 국한됐다. 그러나 8월에는 독일, 영국, 일본 등 선진국도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며 미국도 고점대비 1.5% 이상 하락했다. 문제는 시장 전반 체력이 약해진다는 데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내성과 면역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경기둔화고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Non-US 지역의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향조정이 재개되는 중심에 터키 사태에 흔들린 유럽이 있다”고 지적했다.

불안한 매크로 환경으로 누적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커지고 변동성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흥국 금융불안, 미중 무역분쟁 이슈의 근본적 해결도 어려워 불확실성이 시장을 언제든 흔들 수 있는 환경이다.

▲ 미국 OECD 경기선행지수 3 개월 연속 둔화 [출처:대신증권]

대신증권은 G2의 갈등은 11월 미국 중간선거와 2020년 대선을 감안할 때,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서로 주고 받는 관세부과, 기업제재, 비관세장벽의 규모 강도는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리적 변화에 기댄 트레이딩 전략은 유효하고 투자심리 회복에 따른 코스피의 기술적 반등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리스크는 누적되고, 펀더멘털 동력은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추세적 변화에 순응하라는 조언이다. 10월 이후에는 브라질, 독일, 미국 등에서 정치적 리스크가 불거질 소지도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경민 연구원은 “코스피 반등폭이나 탄력에 대한 기대를 낮춰야 한다”며 “단기 매수전략에 대한 매매비중도 낮추고 안전자산(달러, 배당주, 우선주)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