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semble 16-1, 108×89㎝, Korean Traditional paper, Natural dyes, 2016

박철 작가의 작품을 빛내주는 것, 그것은 아마도 옛 것의 참맛을 되살려내되 오늘의 미감에 걸맞게 소화해 내는데 있지 않나 싶다. 그가 택한 소재는 평범하지만 전통의 재창조를 훌륭하게 이루어가고 있다.

또한 한지(Korean Paper, Hanji)의 매재적 특성을 살려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것 등은 그가 이 문제를 오랫동안 골똘히 연구해왔음을 실증한다. 참고로 한지작업은 단색화를 맹아(萌芽)시킨 미술로 우리 화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영역이자 그럼에도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차세대 미술로 점쳐진다.

▲ Ensemble 16-4, 98×88㎝, Korean Traditional paper, Natural dyes, 2016

박철(PARK CHUL)작가로서의 역정(歷程)은 개인전 47회라는 경력에 오롯이 나타나 있다. 이중에는 슈투트가르트, 밴쿠버, 암스테르담, 파리 등의 해외 갤러리, 이번에 개인전을 갖는 줄리아나 갤러리를 비롯하여 영은 미술관, 포스코 미술관, 워커힐미술관, 선화랑에서의 개인전 등이 포함되어 있다.

거의 모든 개인전에서 그는 한지작품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것은 그의 한지작업에 대한 의욕이 남다르다는 것을 나타내준다. 그가(ARTIST PARK CHUL) ‘한지회화’의 중심 작가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칠 줄 모르는 창작의 열정과 한지에 관한 각별한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 Ensemble 16-2, 108×89㎝, Korean Traditional paper, Natural dyes, 2016

한지부조 박철(서양화가 박철,박철 화백,朴哲)의 작업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나온다. 작가는 석고나 시멘트와 같은 경질의 재료로 몰딩을 만들고 그 위에 창틀이나 멍석, 바이올린을 올려 원하는 형태를 음각으로 떠낸 다음 그 위에 한지나 색종이를 2,30 여회를 덧발라가며 양각의 형태를 얻어낸다. 한 점의 한지부조작품이 나오는 과정은 까다롭다 못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이 한지부조회화 작업을 고수하는 것은 한 점의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의 희열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근성 있는 화공(畵工)’의 모습을 보는 것은 우리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한지 탐구의 역정으로 화업 30년을 장식한 그의 예술의 길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서성록, 미술평론가,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