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상계꿈에그린' (상계주공8단지) 재건축 현장. 사진=이코노믹 리뷰 정경진 기자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상계동 주공아파트 첫 재건축 단지인 만큼 운 좋게 당첨되기만을 바랄 뿐이죠. 새아파트가 없다보니 실거주자들이 많이 온 탓인지 상담 받는데 1시간30분 이상 기다렸어요.”

총 3만가구가 넘는 상계주공아파트 단지에서 첫 재건축 신규분양 단지가 나왔다. 바로 상계주공8단지를 재건축하는 ‘노원 꿈에그린’ 이다. 한화건설이 시공하는 이 아파트 단지는 기존 830가구를 1062가구로 건립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강화 등의 규제를 피해간 이 단지는 모델하우스 첫 개관 날부터 실소유자들이 몰리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17일 오전 11시께 찾아간 모델하우스 내부에는 상담을 받으려는 실소유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인기 분양단지들 마다 모델하우스 앞 줄행렬은 없었지만 상담행렬은 끝없이 이어졌다. 정부의 집값 규제를 의식한 건설사는 홍보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며 모델하우스의 꽃이라고 불리는 사은품 증정 등을 일체 하지 않은 탓에 실거주자들만이 모델하우스를 찾은 모양새다.

성북구에서 내집 마련을 위해 모델하우스를 찾은 한 방문객은 “상담 받으려고 번호표를 뽑은 지 1시간이 지났다”면서 “상담대기시간이 길 것 같아 입장하자마자 번호표를 뽑고 내부를 둘러보고 왔지만 대기시간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노원 꿈에그린’은 노원구 상계동 677번지 일대를 재건축하는 단지다.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30층 아파트 16개동 규모로 1062가구 중 조합원 물량이 829가구에 다다른다. 임대 141가구를 제외하면 일반분양 물량은 92가구에 불과하다. 일반분양가구 전용면적은 ▲59㎡ 35가구, ▲74㎡ 2가구, ▲84㎡ 50가구, ▲114㎡ 5가구로 구성됐다.

단지 규모에 비해 일반분양물량은 적지만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 대다수는 ‘로또당첨’ 희망을 품고 있었다.

17일 모델하우스를 찾은 한 신혼부부가 모집공고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정경진 기자

상계동에서 거주 후 도봉구로 이사 간 신혼부부 박은혜씨(38세·가명·여)는 “아이가 있기 때문에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넣을 생각”이라면서 “상계동 주공아파트단지 쪽이 아이 키우기가 좋고 앞으로 이 일대는 재건축이 될 것이기 때문에 실거주 이자 투자 개념으로 청약을 넣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단지가 들어서는 곳은 지하철 4호선과 7호선 더블 역세권으로 마들역과 노원역, 상계역을 도보로 10분 이내 이동이 가능하다. 특히 단지 바로 옆에 상곡 초등학교가 위치하고 온곡초·중, 청원초·중·고, 상계초, 노원고 등 학군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상계주공지구 자체가 베드타운으로 계획됐기 때문에 유해시설이 없는 점 역시 실거주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상계동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김미연씨(55세·가명·여)는 “사실 이 지역이 다른 서울 지역보다 값이 드라마틱하게 오를 것이란 기대는 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거주여건이 좋다보니 오래된 아파트밖에 없는 이 지역에서 새 아파트가 나온다고 해서 청약을 하러 왔다”고 설명했다.

이 단지 분양가격은 3.3㎡당 1815만원으로 전용면적 59㎡는 4억3700만원~4억8340만원 선에 결정됐다. 전용면적 84㎡는 5억6300만원~6억3970만원 선이다. 전용면적 114㎡는 6억9500만원~7억5410만원이다.

상계주공9단지 전경. 주거단지인 만큼 한적한 모습이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정경진 기자

상계주공8단지 재건축 아파트가 분양을 시작하면서 인근 단지들까지도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신탁방식으로 재건축 진행을 잠정적으로 합의한 상계주공5단지는 아파트가격이 오를 뿐만 아니라 매물 찾기도 쉽지가 않다. 상계주공5단지는 지난달 26일 총회에서 한국자산신탁을 예비신탁사로 정하고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마들역 인근에 위치한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오늘(17일)에만 해도 매물을 찾는 사람들이 대여섯명 이상이 다녀갔다”며 “8단지가 분양을 시작하니깐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조합원 분양권을 살 수 있는지부터 상계주공아파트 단지 내 매물을 추천해달라는 사람 등 문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계주공5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31㎡는 불과 한 달 전에 3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거래가격은 4억1000만원 이다. 한 달 사이에 4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이 마저도 매물이 없어 일부 방문객들은 “매물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며 연락처를 공인중개사에 적어놓고 갔다.

당장 재건축이 진행될 것이란 기대감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하려는 투자자들도 늘어났다. 17일 방문한 노원역 인근 N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매수 문의가 늘어나니깐 매도자들이 맘대로 가격을 올리거나 매물을 걷어들이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역세권 주변의 주공아파트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실제 상계주공11단지 전용면적 59㎡는 지난 6월 3억5000만원에 거래가 됐지만 현재 호가는 4억원이 넘어가고 있다.

N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상계동 뿐만 아니라 중계동, 도봉구 쪽도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GTX-C노선을 비롯해 창동·상계를 가로지르던 중랑천에 다리가 추가로 놓이고 동부간선도로도 지하화 되는 등 추진되는 사업들이 마무리되면 이 지역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기에 10여년을 전망하고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