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미국 유통업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리테일 멜트다운(Retail Meltdown)’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져 사용되고 있다. 의미인 즉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확장으로 미국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마치 ‘녹아내리는(Meltdown)’ 것처럼 점점 몰락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오프라인 유통의 대표주자인 월마트가 올해 2분기 모두의 예상을 깨고 좋은 실적을 내면서 글로벌 유통업계는 오프라인 유통의 남아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의 무한 확장에 밀려 몇 년 이내 ‘망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으로 평가받아 온 월마트의 2분기 호실적은 미국의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월마트는 8월 16일(현지시간)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월마트의 2분기 매출은 1280억달러(약 143조9616억원)를 기록하며 직전 분기 대비 4.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 투자업계에서 예상한 1259억달러(약 141조5997억원)를 웃돈 실적임과 동시에 지난 10년 같은 기간 월마트가 기록한 매출 중 가장 좋은 실적이다. 2분기 실적 개선에 힘입어 이날 월마트의 주가는 전일 대비 9.31% 오른 98.64달러를 기록했다.

2분기의 좋은 실적에 대해 월마트 CEO 더그 맥밀런은 “지난 분기 월마트의 성장을 이끈 것은 오프라인 식료품 판매와 배달 사업이었다”면서 “앞으로도 오프라인에 점포 기반 식료품 분야 사업과 함께 온라인 마켓의 경쟁력도 계속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업체 무디스의 유통 애널리스트 찰리 오셰이는 “월마트의 식품 사업은 미국 유통업계에서 신선식품 혹은 가정간편식 제품 배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한동안 현재의 좋은 분위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월마트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출처= Flickr

일련의 평가들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오프라인 유통매장은 여전히 중요한 소비처로 남아있음을 설명하는 사례로 분석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의 중요성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사례로도 강조되고 있다. 바로 중국 제1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서 시작된 ‘신유통(新零售)’이다.

신유통은 알리바바의 CEO 마윈 회장이 2016년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개발자 대회에서 제시한 새로운 개념의 소비 유통 패러다임이다. 그는 “온라인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한 유통업의 성장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면서 “첨단 IT기술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을 하나로 연결할 것이며, 지난 몇 년 동안 온라인이 성장한 것처럼 오프라인 유통의 중요성도 다시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의 가전업체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도 “순수한 전자상거래의 시대는 끝났다”면서 샤오미도 신유통과 관련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음을 밝혔다.

중국의 신유통이 강조하는 오프라인 유통은 고객 접점에 취약한 온라인 유통의 한계를 보완한 형태의 점포들이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물건을 싸게 판매할 수는 있지만, 고객에게 물건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물류를 활용해 물건을 배송할 수는 있지만 분명 물리적 한계가 있다. 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지역 거점 오프라인 유통 매장이다. 고객들이 찾아와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을 두는 것이다. 이 점포들은 이전의 오프라인 점포와는 전혀 다른 형태를 보여준다.

▲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징동(京东)의 오프라인 신선식품 매장 7FERESH. 출처= ebrun

사람 없이 운영되는 무인점포이거나 모바일 간편 결제 시스템이 도입되며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는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돼 소비자 선호도에 최적화된 생산에 활용된다. 이미 중국 유통업계에서는 허마셴셩, 7fresh, 빙고박스 등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한 신유통업체들의 슈퍼마켓들이 급성장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유통의 흐름을 이끄는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은 이후 오프라인에 기반한 유통업체들이 나아갈 방향들을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