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계 미국인이 높은 인구성장률과 고학력, 고소득 등을 앞세워 미국 내에서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출처=Harvard Business School

[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미국에서 아시안 아메리칸(Asian-American)이 폭발적인 인구성장률과 젊은 연령, 높은 구매력 등을 앞세워 새로운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미국에서 한국산 식품의 소비저변이 꾸준히 확대되기 위해서는 주요 소비층으로 각광받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 소비자를 적극 공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인구성장률과 젊은 연령, 고학력·고소득 등으로 미국 내 영향력 확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닐슨(Nielsen)과 미국의 인구조사국(US Census),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뉴욕무역관 등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미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는 백인계층·타인종과 비교해 폭발적인 인구성장률과 고학력·고소득의 젊은 층 증가, 높은 구매력과 온라인 활용도 등의 이유로 분석할 수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 인구수는 2016년 현재 2180만 명으로, 미국 전체인구의 7%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증가율만 따지면 2006년 이후 10년 만에 43%가 증가한 것. 특히 2011~2016년까지 미국에 이민 온 아시안 인구는 280만 명으로 같은 기간 미국 이민자 수의 35%를 차지할 만큼, 2010년 이후 미국 내 아시안 인구가 크게 늘었다.

▲ 2000~2017년 미국의 인종별 구매력 신장률. 출처=Selig Center for Economic Growth, Nielsen, KOTRA

아시아계 미국인은 다른 인종보다 평균연령이 젊고 소득수준과 학력도 높은 편이다. 2016년 기준 아시아계 미국인의 중간연령은 35세로, 42세인 백인과 38세인 미국 전체 중간연령보다 낮다. 또한 18세 이상 성인의 중간 연소득은 4만4887달러(한화 약 5070만원)로 역시 백인 3만7863달러(약 4277만원), 미국 전체 중간 값인 3만5006달러(약 3954만원)보다 각각 15.6%, 22.0% 높은 수준이다. 2014~2016년 미국의 고등학생 대학진학률은 아시아계 미국인이 87%인 반면, 미국 전체 평균은 이보다 15% 낮은 72% 정도다. 또한 전체 아시아계 미국인의 절반 이상은 이민자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의 81%가 영어를 능숙히 구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까지 아시아계 미국인 구매력 1조3000억 달러

구매력 면에서도 아시아계 미국인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아시아계 미국인 소비자 구매력은 9860억 달러(한화 약 1113조7000억 원)로 미국 전체 구매력의 6.8%를 차지했는데, 지난 2000년 이후 17년 사이에 구매력이 257% 성장했다. 같은 기간 백인의 구매력은 87%, 미국 전체 평균이 97%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수치. 또한 2022년까지 아시아계 미국인의 구매력은 1조3000억 달러(약 1468조3500억 원)로 미국 전체 구매력의 7.7%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구매력은 주로 미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에 집중됐고, 뉴욕·뉴저지 등 동부지역에도 넓게 분포됐다. 이 중 캘리포니아주의 아시아계 미국인 구매력은 3230억 달러(약 364조8300억 원)로 미국 전체 52개 주 중에 가장 높았다. 이처럼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뉴욕·뉴저지·플로리다·버지니아·텍사스 등 미국의 대도시 지역을 중심의 10개주에 아시아계 미국인 구매력의 75%가 집중됐다.

아시아계 미국인이 타인종보다 가구당 소득수준이 높고 가족구성원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아시아계 미국인 가구의 평균 소득은 11만523달러(약 1억2500만원)로, 전국 평균치인 8만720달러(약 9120만원)보다 27% 높다. 연평균 지출액에서도 6만1400달러(약 6940만원)로 전국 평균치 5만3510달러(약 6044만원)를 웃돌았다.

▲ 미국 지역별 아시아계 미국인 소비자 구매력 규모. 출처=Selig Center for Economic Growth, Nielsen, KOTRA
▲ 미국 가구 특성 분석. 출처=US Census, Nielsen

결혼한 커플 비중은 아시안계 미국인이 63%로 백인(50%)보다 높았고, 18세 미만 자녀를 둔 가구도 39%로 백인 가구의 26%보다 비중이 컸다.

이 외에도 아시아계 미국인은 다른 인종과 비교해 인터넷·모바일기기의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인터넷 접근비율은 93%로 미국 전체 평균의 85%보다 높았고, 휴대전화 보유비율 94%로 역시 미국 평균의 86%를 웃돌았다. 또한 아시아계 미국인은 커뮤니케이션·정보공유·결제·엔터테인먼트 등에 어플리케이션(앱)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식 등 아시안 음식 미국 식품업계가 주목

이처럼 미국으로 이민을 오거나 이민가정에서 자란 아시아계 미국인이 사회 곳곳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식품업계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가정에서 아시안 음식을 즐기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아시아계 미국인 레스토랑이 붐을 이루며 미국의 새로운 외식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전의 비아시아계 셰프가 아시안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를 서양식에 첨가한 서양화된 아시안 메뉴가 아닌, 아시아계 미국인이 자신의 스타일로 본국의 맛을 재해석해 아시안 소비자뿐만 아니라 백인 등 주류 소비자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일례로 한국계 미국인인 데이비드 장이 운영하는 ‘모모푸쿠 누들바(Momofuku NoodleBar)’는 미국과 캐나다의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큰 성공을 거뒀고, 미슐랭 스타를 받은 뉴욕의 고급 한식당 ‘단지’의 후니 김 셰프는 현지에서 유명인사가 된 지 오래다.

또한 유명한 아시아계 미국인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이 미국 소비자의 기호와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한국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지금은 구독자 271만에 누적 조회수 3억 뷰를 돌파한 유튜버 ‘망치(Maangchi)’는 김치를 비롯한 자신의 한식 요리법을 유튜브(Youtube)에 공개해 미국에서의 한식 인지도를 크게 높인 인물로 꼽힌다. 이 외에도 자신의 아시안 요리법을 블로그에 게시하고, 아시안 식당 리뷰를 통해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다수의 아시아계 미국인 푸드 블로거(Food Blogger)가 다수 존재한다.

▲ 모모푸쿠 누들바(좌), 단지(우). 출처=모모푸쿠 누들바, 단지, KOTRA

아시아계 미국인, 한국산 식품 소비의 인플루언서 역할

이처럼 지속적인 이민인구의 유입과 고학력·고소득을 기반으로 아시아계 미국인이 현지에서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고, 특히 미국 식품업계에서 아시안 음식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한국산 식품의 대미 수출확대를 위해 아시아계 미국인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닐슨의 마리코 카펜터(Mariko Carpenter) 전략적 제휴관계 담당 부사장은 “성장 중인 아시아계 미국인의 영향력과 구매력은 파워풀한 소비자그룹의 주요 특징”이라며 “밀레니얼세대(Millennials,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가 주축이 되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미국의 비즈니스와 스포츠, 패션, 식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트렌드세터(Trendsetter)로 떠오르는 중”이라고 밝힐 정도로, 향후 미국 내 아시아계 미국인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코트라 뉴욕무역관도 식품을 비롯한 한국의 수출기업이 미국시장을 공략할 때 아시아계 미국인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뉴욕무역관 관계자는 “아시아계 미국인 소비자는 아시아 국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데 백인·타인종보다 더욱 개방적”이라며 “이 점은 한국의 수출기업이 미국 소비자를 공략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 소비자가 최근 미국에서의 한국산 식품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인플루언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무역관 관계자는 “인터넷·SNS 등 온라인 활용에 능하고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를 자칭하는 아시아계 미국인은 현지에서 찾기 힘든 한국 등 아시안국가의 제품을 구입하는데 적극적이고, 일반 소비자들과 사용 후기를 활발히 공유하는 경향이 있다”며 “블로거들이 생산하는 콘텐츠 중 미국 소비자 관심도가 높은 식품 부문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소비자 리뷰가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입소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은 일본·중국에 이어 한국산 식품 제3의 수출시장(단일국가 기준)이다. 미국으로의 한국산 식품 수출액은 2010년 5억1900만 달러에서 2013년 7억4000만 달러, 2015년 8억5900만 달러, 2017년 10억2500만 달러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2018년 6월 현재 5억1955만 달러로 전년 동기(5억70만 달러)대비 3.8%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