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ICT 전자업계를 호령하던 미국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과 중국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강력한 ICT 플랫폼 전략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대의 주인으로 군림했으나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을 비롯해 후발주자의 추격, 연이은 악재로 허덕이고 있다.

핵심은 각 기업이 처한 상황에 있다. 최근 FANG과 BAT이 주춤거리고 있으나, 이들의 동반몰락이 아닌 일종의 시장 재편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에 더 힘이 실리는 이유다.

▲ FANG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고 있다. 출처= 각 사

FANG의 재편...기회와 위기 공존

FANG 기업들은 모두 플랫폼 비즈니스를 한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에는 호불호가 갈린다.

페이스북은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2분기 매출 132억3000만달러, 순이익 51억달러를 거두며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으며 아시아 시장 공략에 힘입어 총 14억7000만명의 일일 이용자를 확보했으나 유럽 이용자는 1분기 대비 300만명 감소한 2억7900만명에 그쳤다. 미국에서 1020세대의 이탈이 빨라지는 가운데 선진 시장의 이용자가 떨어지는 장면이 부담스럽다. 2분기 총 비용이 75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0% 급증한 것도 불안하다는 평가다.

사상 초유의 사생활 정보 침해 논란에 최근 중국 진출까지 무위로 돌아가며 성장세는 더욱 둔화되고 있다. 가짜뉴스 사태에 잦은 알고리즘 변경으로 인한 플랫폼 공공성 침해 논란까지 겹치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SNS 기업들은 사람들을 연결하며 커다란 장터를 세우고, 기업 광고를 유치해 플랫폼 수수료를 받으며 생존했다.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분류됐으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8일 "투자자들이 SNS에서 발을 빼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사용자를 위해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페이스북은 물론 트위터가 역사속으로 사라진 최초의 SNS인 마이스페이스의 운명을 답습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마존은 2분기 활짝 웃었다. 순이익 25억30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 1억9700만달러의 12배인 어닝 서프라이즈다. AWS를 중심으로 하는 클라우드 매출이 61억달러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꿈의 시가총액 1조달러에는 애플에 선수를 뺏겼으나, 아마존의 성장세는 거칠 것이 없다는 평가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인공지능 동맹까지 이뤄내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 월마트가 공세를 퍼붓는 한편 구글의 견제도 만만치않지만, 아마존은 클라우드 전략을 중심으로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문제없다는 평가다.

아마존의 미래는 탄탄대로지만 불안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2분기 실적을 보면 북미 시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으나 글로벌 지역 매출 증가율은 27%에 그쳤고, 트럼프 행정부의 곱지않은 시선도 발목을 잡고 있다.

넷플릭스의 미래는 모호한 편이다. 신규 구독자 수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강력한 경쟁자들의 등장이 부담이다. 디즈니는 2017년 12월 21세기 폭스의 일부 콘텐츠 사업부를 524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후, 우여곡절 끝에 최근 계약을 확정해 넷플릭스를 정조준하고 있으며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 통신사 AT&T도 타임워너 합병 계약을 추진하며 넷플릭스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공략에 임하며 각 지역의 반발에 직면하는 장면도 문제다. 특히 국내의 경우 넷플릭스 구독자가 많지 않음에도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구글은 주력인 광고 사업을 비롯해 클라우드, 자율주행차 등 전 분야가 성장하고 있으나 유럽연합(EU)이 안드로이드 독과점을 이유로 구글에 43억유로(50억2920만달러)의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한 장면이 눈길을 끈다. 구글과 관련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연일 거론되는 가운데 각 지역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경고등이다.

▲ BAT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고 있다. 출처= 각 사

BAT...이제 이름 바꿔야?

중국의 BAT를 둘러싼 논란은 미국의 FANG보다 더 심각하다. 'BAT라는 말을 바꿔야한다'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바이두는 포털에서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기술까지 선도하며 여전한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구글이 중국 시장 재진출 가능성을 타진하자 리옌홍 바이두 회장은 8일 위챗 계정을 통해 "우리는 2010년 구글을 이긴 경험이 있다"면서 "구글이 지금 돌아온다면 우리는 진짜 칼과 진짜 창으로 또 이겨줄 수 있다"고 호언했다.

리 바이두 회장의 호언장담은 깊은 인상을 남겼으나, 최근 감지되는 바이두 발(發) 위기는 심상치 않다는 평가다. 2016년에 이어 올해 5월 또 과대 의료 광고 논란에 휘말리며 플랫폼 공공성 논란을 겪고있기 때문이다. 의료 광고 산업 확장에 나서는 바이두의 질주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위세에 가려져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으며, BAT가 아니라 AAT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AAT에서 바이두를 밀어낼 후보기업은 알리바바의 핀테크 기업인 앤(A)트파이낸셜이다.

알리바바는 꾸준한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아시아 대장주 텐센트다.

텐센트가 15일 2분기 실적을 공개한 가운데 총 매출은 736억8000만위안(106억9100만달러)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179억위안(25만9700만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2% 떨어졌다. 최근 대주주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나스퍼스는 텐센트 주식 2%를 처분했다.

텐센트의 주력인 온라인 게임이 흔들리고 있다. 일본 캡콤이 개발한 몬스터 헌터 게임이 최근 예약판매를 통해 '대박'을 예고했으나 최근 당국이 일방적으로 접속 중단을 결정해 뒷 말이 무성하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지만, 중국 당국이 비디오 게임을 사행성 논란으로 몰아가는 최근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국의 BAT는 당국의 전폭 지원을 받아 거대한 내수시장을 타고 성공가도를 달렸으나, 알리바바를 제외한 바이두와 텐센트는 크게 휘청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텐센트는 플랜B가 있지만, 바이두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중국 O2O 사업을 두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으나, 바이두는 계속 경쟁에서 밀리는 분위기도 연출되고 있다. 바이두와 협력한 우버 차이나가 중국 시장 포기를 선언하고, 중국 요식업 O2O 시장에서 바이두가 백기를 든 사실이 대표적이다.

FANG과 BAT의 모든 기업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망 중립성 폐지, ICT 플랫폼 전략의 변화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미국과 중국의 ICT 트로이카들이 마냥 태평성대를 누리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ICT 인사이트 연구소의 정홍월 연구위원은 "FANG과 BAT가 플랫폼 비즈니스로 성과를 봤지만 각자 성장 베이스는 모두 다르다"면서 "한 때 주목을 받던 중국의 러에코가 현지 법원으로부터 설립자와 자회사 자산 동결 처분을 받는 등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당국의 규제, 후발주자의 추격, 미중 무역전쟁 여파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이들의 진짜 옥석 가리기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