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정부가 16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폭염과 관련한 현안 점검과 함께 ‘농수축산물 피해지원과 수급안정대책’을 심의 확정했다. 이 자리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폭염에 따른 농축산물 피해 확대로 고랭지채소 가격이 상승하고 사과 등 일부 작물의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지만, 정부 비축물량 방출·계약물량 조기출하와 같은 대책을 통해 농축산물 추석 수급에는 차질을 빚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종-서울 영상회의를 통해 열린 제49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비롯해 해양수산부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청, 기상청 등 주요 부처 장·차관과 관계기관들이 참석했다.

회의에서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폭염으로 가축폐사가 늘고, 일부 농작물 중심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추석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수급에 차질을 빚을 영향은 적다고 강조하면서, 폭염에 따른 농축수산물 가격급등 방지와 함께 추석·김장철 농축산물 수급안정대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이 15일 강원도 고랭지채소와 고추 포전을 방문해 수급현황 점검과 농가 애로를 청취했다. 출처=농식품부

16일 기준 가축폐사 572만 마리·농작물 피해 880만 평

농식품부는 16일 기준 폭염에 따른 가축폐사는 572만 마리, 과일·밭작물 등 농작물 피해면적은 2909헥타르(ha, 약 880만평)라고 밝히면서, 현재 밭 급수대책비 78억 원과 과수 햇볕데임 피해저감 약제·영양제 24억 원, 축사 냉방장치 설치비 69억 원 등 약 171억 규모로 긴급 지원했다. 또한 폭염 피해농가 581호에 60억 원의 재해보험금을 지급했고, 9월에 재해보험 미가입 농가를 대상으로 농약대·가축입식비 등의 복구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해수부는 15일 현재 피해규모가 69어가 약 22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현재 어가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지자체 긴급지원 예산 10억 원을 배정했으며, 어업인 행동요령 지도·점검, 항공예찰 강화, 긴급방제 등을 추진 중이다. 또한 피해어가조사를 조기에 마무리해 재해보험금과 재해복구비를 신속히 지원한다고 밝혔다.

정부 비축물량 방출·조기출하 유도 통해 추석 수급안정 총력

농식품부에 따르면 노지채소는 현재 배추·무 등 고랭지채소 생산량이 감소해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나, 향후 태풍 등 추가 기상변수가 없을 경우에 추석 수급은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현재 가격안정을 위해 2500t 규모의 봄배추 정부비축물량을 하루 100~200t 수준으로 도매시장에 방출하고 있고. 채소가격안정제 물량은 하루 기준 배추 100톤·무 50톤 등을 조기 출하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석과 김장철 가격안정을 위해 농협 단기 저장물량을 활용하는 한편, 김장채소 정식기간 중에는 필요에 따라 예비묘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과일은 배의 폭염 피해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고, 사과는 봄철 이상저온과 폭염 피해로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전망이나 추석과일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농식품부는 수급상황에 따라 계약출하물량(사과 6만t·배 5만9000t) 조기출하와 할인판매를 진행하고, 상품성이 떨어진 과일의 가공용 수매 지원을 검토한다고 농식품부는 발표했다.

축산물은 폐사 피해 신고가 증가하고 있지만, 가금류를 비롯한 가축 사육마릿수 증가로 추석 수급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는 추석 2주 전부터 도축물량을 집중 출하하도록 농가를 유도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한편, 할인판매·알뜰소비정보 제공 등을 통해 소비자 가격 부담을 완화할 방침이다.

식량작물에서 쌀은 폭염피해가 없으나, 감자가 고온현상으로 일부 지역에서 품위 저하 등이 발생해 가격대가 상승한 상황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농협과 민간업체 등과 연계해 감자 비축물량의 출하·방출을 유도할 계획이다.

수산물은 고등어·오징어를 비롯한 대중성 어종은 지난해부터 생산량이 급감한 오징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산물 가격은 하락하거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며, 넙치·전복 등 양식수산물 가격도 출하량 증가로 대부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8월 초(6~10일) 고등어 소비자가격은 ㎏당 6835원으로 전년 대비 5.6% 정도 올랐고, 갈치는 1만8910원으로 39.8% 줄었다. 오징어는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18.6% 오른 1만2029원이지만, 7월 가격(1만1940원)과 비교하면 0.7% 소폭 상승한 수준이다. 제주산 양식넙치는 1만500원으로 전년 대비 19.8%, 완도산 양식전복은 3만원으로 18.9% 하락했다.

해수부는 어가들이 적기에 출하할 수 있도록 주요 양식수산물 수급·가격동향을 지속 제공하는 한편, 주간 단위로 수산물 현황을 진단해 수산물 수급안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충남·전남 등 일부 농업용저수지 저수율 평균 이하

이번 회의에는 분야별 가뭄 대응방안도 논의했다. 농업용수를 살펴보면, 현재 농업용 저수지 저수율은 평년 대비 77.7%로 보통 수준이나, 충청남도(69.7%)·전라남도(66.6%)를 비롯한 일부지역 저수지 저수율이 평균에 못 미쳐 폭염으로 밭작물 피해가 발생하는 등 가뭄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폭염피해가 가장 극심한 밭작물 중심으로 간이 급수시설 설치·살수차 운영 등에 소요되는 급수대책비 87억 원을 지난 7월 27일과 8월 6일에 긴급 지원한 바 있다. 특히 최근 저수율이 낮은 전남 나주호는 보조수원을 활용한 용수공급을 지난달 23일부터 추진 중에 있고, 충남 공주보-예당저수지는 도수로(저수지 등 수원에서 취수한 물을 정수장 유입부까지 상수 원수를 보내기 위한 수로)를 이달 9일부터 가동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저수율이 일정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올해 영농급수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 봄 가뭄에 대비해 오는 10월부터 물부족 지역을 조사해 양수저류·관정개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