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9가 국내 예약판매에 돌입하는 한편, 싱가포르와 중국 등 주요 전략 거점에서 출시행사를 열며 초반 흥행몰이에 나섰다. 하반기 아이폰의 애플과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갤럭시 노트9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예약판매 기간 웨어러블 아이콘X를 제공하며, IFA 2018 현장에서 인공지능 스피커인 갤럭시홈의 윤곽도 일부 공개했다. 갤럭시S탭4는 이미 출시됐다. 다양한 하반기 전략 라인업이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낙서로 출발한 3세대 덱스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고동진 사장이 갤럭시노트9을 공개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삼성 덱스, 두 개의 키워드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은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 시대의 개막을 알렸고, iOS의 강점을 통해 생태계 전략을 고도화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평가된다. 꿈의 시가총액 1조달러를 달성한 유일한 기업이다. 애플의 스마트폰 경쟁자인 삼성전자는 후발주자, 패스트팔로워 수준으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최근 이러한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에서 팀 쿡 체제로 돌입한 애플은 조금씩 삼성전자의 혁신을 따라오기 시작했다. 4인치 아이폰을 고집하던 것이 패블릿으로 변하고 투톱 라인업을 적용했으며, 아이폰X에 OLED를 탑재한 것이 대표 사례다. 애플이 태블릿을 중심으로 공개한 애플펜슬은 삼성전자의 하반기 스타일러스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S펜을 연상하게 만든다. 삼성전자의 S펜은 갤럭시 노트9을 통해 블루투스 기능을 강화, 새로운 스마트폰 사용자 경험의 전기를 알렸다.

▲ 갤럭시 모바일 언팩이 열리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나가는 장면은 삼성 덱스의 등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9을 공개하며 3세대 덱스를 공개했다. 스마트폰의 화면을 PC 등 대화면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TV나 모니터를 HDMI 어댑터로 연결하면 별도의 액세서리 없이 바로 스마트폰에서 즐기던 애플리케이션, 게임을 큰 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 지금까지의 덱스가 별도의 액세서리가 필요했다면, 이제는 그마저도 생략된 셈이다.

TV나 모니터 화면에 각각 다른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TV로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면서 갤럭시 노트9으로 중요한 내용을 필기할 수도 있다. 단순한 미러링이 아니라, 기능의 세분화를 통해 사용자의 선택지를 넓혔다.

▲ 3세대 덱스가 구동되고 있다. 출처=갈무리

덱스의 등장은 두 개의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강력한 연결 시너지와 무한에 가까운 확장성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9을 공개하며 하반기 갤럭시홈, 인공지능 빅스비, 새로운 갤럭시워치 등을 순차 공개할 예정이다. S펜을 중심으로 갤럭시 노트9이 스타일러스 스마트폰의 기능을 확보하고 빅스비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생태계를 짜는 한편, 갤럭시워치와 갤럭시홈으로 하드웨어 확장성을 노리는 전략이다. 덱스는 처음으로 갤럭시탭S4와도 연동된다.

▲ 갤럭시탭S4 이미지가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 폴더블 스마트폰을 통해 하드웨어 폼팩터의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갤럭시 노트9는 일종의 안정화 모델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작과 비교해 눈에 들어오는 킬러 포인트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빅스비를 중심으로 ICT 생태계를 구성해 새로운 갤럭시워치, 갤럭시홈과 연계하면 탄탄한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다. 별도 액세서리가 없어진 3세대 덱스는 삼성전자의 미래 생태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활동할 전망이다.

덱스의 무한에 가까운 확장성도 눈길을 끈다. 초기 덱스는 단순 미러링에 액세서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쓰임새가 낮았다. 그러나 3세대 덱스는 PC와 같은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며 단축키와 복사, 붙여넣기, 휠 스크롤 등이 가능하다. 사용자 경험은 더욱 ‘슬림’해졌고, 용도는 다양해진 셈이다.

게임은 물론 스마트 워크 등 다양한 선택지가 생겼다. PC와 연동해 갤럭시 노트9 화면을 대화면에 보내면서 별도의 스마트폰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장면은 ‘PC 본체의 종말’을 예고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노트북의 등장으로 데스크톱의 존재가치가 큰 위협을 받는 선에서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면, 덱스는 자유로운 사용자 경험으로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 워크가 가능한 세상’을 끌어낼 전망이다. 스마트폰 이상의 사용자 경험을 추구하면서 시장 선점의 가능성도 노릴 수 있고, 초연결 기기 생태계에 입문하는 이들을 갤럭시 생태계로 잡아두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 덱스의 시작인 4년전 낙서 그림이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낙서로 출발한 아이디어… 멀티태스킹 시대 열다

미국에서 갤럭시 노트9이 공개된 9일(현지시각) 임채환 삼성전자 IM부문 B2B서비스개발그룹 상무는 한 장의 낙서를 공개했다. 손으로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낙서에는 PC와 키보드, 마우스가 보이고 충전되고 있는 휴대폰이 PC와 연결될 장면이 보인다. ‘윈도7’이라는 글이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4년 전이다.

PC 모니터가 빙긋 웃고 있는데 휴대폰은 무표정이라 진정한 미러링은 아니다. 휴대폰은 마치 ‘기가 빨리는 것 같은 표정’이라 재미있다. 이 낙서는 팀원 한 명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의 낙서가 덱스의 미래를 그렸고, 스마트워크와 기기 라인업의 연결성에 중요한 퍼즐을 맞춘 셈이다.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까지 고려해야 하는 지금, 삼성전자의 생태계 전략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