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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는 지금] 형사 전자소송제도 도입이 법조계에 가져올 나비효과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pert@econovill.com

기사승인 2018.08.16  08: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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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대법원은 형사재판에도 전자소송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2020년 전면 도입 예정인 형사 전자소송제도는 내년 초 서울 소재 지방법원 및 서울고등법원 일부 재판부에서 먼저 시범 실시될 전망이다.

일반인에게 전자소송제도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2010년 특허 사건에 대한 전자소송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민사, 2013년에는 가사, 행정, 보전처분, 2014년에는 파산, 회생, 2015년에는 민사집행 및 비송 사건에 이르기까지 현재 법원에서 이루어지는 재판 중 형사재판을 제외한 모든 재판은 이미 전자소송을 통해 진행이 가능한 상태다. 전자소송절차는 법원이 운영하는 전자소송시스템을 통해 소송당사자가 소를 제기함으로써 시작이 되는데, 이 때 법원은 접수받은 서류를 소송 상대방에게 송달함으로써 소송 중에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소송 서류가 상대방에게 제 때 송달 되지 않아 재판이 지연되는 어려움’을 덜고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법원행정처가 지난해 발행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전자소송제도 도입 후 항소심 처리기간은 최소 10일에서 70일, 상고심 처리기간은 최소 20일에서 40일 가량 더 빨라진 것으로 나타나 전자소송제도는 헌법 제27조 제3항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권리인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데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나아가 소송당사자인 국민들은 기존 재판에서는 관할 법원에 소송서류를 직접 또는 우편으로 접수해야 하는 불편함과 그에 따른 부가적인 소송비용의 발생, 혹은 우편으로 소송서류를 접수할 경우 배송지연으로 소송서류 접수 마감시한인 불변기간을 놓쳐 재판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심적 부담을 가지기 마련인데, 전자소송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이러한 경제적, 심적 부담감 역시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형사 전자소송제도가 도입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법원은 그 동안 민사, 가사, 행정 등의 소송기록과 달리 형사 소송기록은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공개될 경우, 피해자에 대한 피고인의 보복가능성, 피해자의 프라이버시 노출에 따른 2차 피해 가능성이 있어 모든 기록을 PDF파일로 전산화하기에 부적절하다며 난색을 표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형사 소송기록은 보통 수백 장에서 수천 장, 심지어 수만 장에 이르기도 하는데, 현 시스템 하에서는 소송당사자 또는 변호인이 그 많은 서류 중에서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일일이 찾아 가리거나 오려내어 기록을 복사해야 하므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 그나마 열악한 법원 열람, 복사 시설 탓에 소송당사자나 변호인은 미리 예약을 하고도 2~3주가 지나서야 겨우 열람, 복사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 등 법원이 현실적 문제를 도외시하였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특히 형사 소송기록 등사 지연에 따른 재판의 지연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리할 뿐 아니라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저해할 수 있다는 실무계와 학계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어가자 마침내 법원은 장고 끝에 태도를 바꾸어 형사 전자소송제도를 전면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법조계의 숙원사업인 형사 전자소송제도의 도입으로 향후 법조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형사 소송기록은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작성하는 조서와 조서를 뒷받침 하는 증거서류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서류를 PDF파일로 전산처리하는 작업은 수사단계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현재는 수사기관이 조서를 작성하고 이를 출력해 증거서류와 함께 기록에 순서대로 철하는 방식으로 수사기록을 만들지만, 앞으로는 조서 작성 단계에서부터 전산화를 염두에 두어 수사기관이 운영하는 별도의 내부 전산시스템에 조서와 증거서류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수사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물론 피해자 인적사항에 대한 익명화 작업 역시 이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만약 이 같은 일련의 작업이 수사기관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작업은 고스란히 공판절차를 책임지는 법원 소속 공무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엄청난 양의 수사기록을 수사기관과 법원 중 어느 곳에서 전산화할 것인지, 과연 법원은 지난 달 형사 전자소송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의 발표를 하기 전 사전에 수사기관과도 충분한 소통이나 교감을 한 것인지, 형사 전자소송제도가 조기에 정착할 수 있는가는 결국 법원이 수사기관으로부터 얼마만큼의 협조를 얻어내는가에 달린 문제라 할 수 있다.

형사 전자소송제도 도입으로 더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변호사업계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서류를 접수하고 기록을 등사하는 일은 주로 변호사가 아닌 직원들이 담당하는데, 만약 변호사가 전산망을 통해 형사 소송기록을 사무실에서 받아볼 수 있다면, 더 이상 이들 직원들의 존재 이유는 사라진다. 극단으로는 변호사 혼자, 사무실이 아닌 자기의 안방에서 어떠한 종류의 소송이라도 준비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이는 최근 변호사 숫자의 급증으로 나날이 수익이 감소하고, 최저임금 인상 및 주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직원의 신규 채용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변호사 업계로서는 단비와 같은 반가운 소식이다. 변호사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대한변호사협회가 형사 전자소송제도 도입이 결정된 당일 이를 환영하는 성명서를 즉각 발표한 것 역시 이러한 변호사업계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이다. 형사 전자소송제도가 법원과 수사기관의 원만한 협조 하에 조기에 정착될 수 있을지, 또한 이것이 변호사업계 지형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법조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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