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5G 시대를 장악하기 위한 국내 통신사들의 행보가 빨라지는 가운데, 단말기 제조업체도 진정한 5G 상용화를 위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5G라는 네트워크가 깔려도 이를 받아낼 수 있는 단말기가 없다면 진정한 상용화라고 부를 수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 진정한 5G 상용화 전쟁이 시작됐다. 출처=픽사베이

삼성과 LG, 5G 단말기 주도한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5G 주파수 경매를 마친 후 네트워크 장비 수급에 집중하고 있다. 내년 5G 상용화 일정을 따라가기 위해 각 장비업체와 합을 맞추는 가운데, 제조사의 로드맵도 빠르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관건은 5G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일정은 확인되지 않지만 내년 초 세계 최초 5G 상용화 시기에 맞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상반기 갤럭시S10이 5G 스마트폰으로 출시될 가능성은 없지만, 파생 라인업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5G 스마트폰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단서는 나왔다. 삼성전자는 15일 업계 최초로 5G를 적용한 멀티모드 통신칩 엑시노스 5100을 공개했다. 5G NR 릴리즈-15를 적용했으며  단말기의 OTA(Over The Air) 송수신 시험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엑시노스 모뎀 5100은 하나의 칩으로 5G를 넘어 각 세대별 이동통신 규격(GSM/CDMA, WCDMA/TD-SCDMA/HSPA, LTE 등)까지 지원하는 '멀티모드' 방식이다. 5G 통신환경인 6GHz 이하 주파수 대역에서 기존 4G 제품보다 1.7배 빠른 최대 2Gbps의 데이터 통신속도를 지원하며, 초고주파 대역(mmWave, 밀리미터파)에서도 5배 빠른 6G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지원한다.

▲ 삼성전자, 업계 최초 5G 표준 멀티모드 모뎀을 개발했다. 출처=삼성전자

6Gbps는 FHD 고화질 영화(3.7GB)를 5초 만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속도로 소비자들은 향상된 모뎀 성능을 통해 초고화질 영상이나 가상현실(VR), 홀로그램, 자율 주행 등 대용량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다. 4G 통신환경에서도 1.6Gbps의 속도를 지원해 한층 빠르고 안정적인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며, 2세대 10나노 첨단 공정이 적용되어 소비전력도 절감됐다.

엑시노스 모델 5100은 냉정히 말해 5G 전용이 아닌 4G와 5G의 연결고리다. 4G 시대의 장악력을 바탕으로 5G 단말기 상용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부터 엑시노스 모뎀 5100과 함께 모뎀을 구동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반도체 솔루션(RFIC, ET, PMIC 등)을 공급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3.5GHz 5G NR 기지국을 공개한 데 이어 업계 최초로 국제 표준을 만족하는 5G 모뎀을 개발함으로써 5G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기술 리더십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단말기를 넘어 통신장비 시장 경쟁력도 가졌기 때문에, 강력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강인엽 사장은 "시장에서 검증된 삼성전자만의 4G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업계 최초로 5G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엑시노스 모뎀 5100을 개발했다"며 "사물인터넷, 오토모티브 등 산업 전분야로 확장될 5G 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기술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북미 최초 5G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북미 주요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스프린트에 내년 상반기 중 5G 스마트폰을 공급한다고 15일 발표했다. 스프린트 CTO(최고기술책임자) 존 소우(John Saw)는 “LG전자와 최초의 5G 스마트폰 출시계획을 발표하게 되어 기쁘다”라며 “내년에는 미국에서 첫 번째 5G 모바일 네트워크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고객이 일하고, 놀고, 연결하는 방식을 바꾸는 획기적인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장 황정환 부사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서도 LG 스마트폰 제품과 서비스 기술력을 인정받은 계기”라며 “더 많은 고객들이 더 빠르고 안정적인 5G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프린트는 내년 상반기 미국 일부 지역에 5G 네트워크를 공식 출범한다. LG전자의 스마트폰이 스프린트와 함께 5G 바람을 타고 현지 시장 점유율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 스프린트가 북미 최초 5G 스마트폰 파트너로 LG전자를 낙점했다. 출처=갈무리

5G 단말기 경쟁...중국 주목하라
진정한 5G 상용화를 구현하려면 단말기가 필요하며, 이 대목에서 통신사와 제조사의 협력이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국내 통신사와 제조사의 5G 속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빠르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2020년 5G 상용화를 선언했으나 국내는 내년이 5G 디데이기 때문이다. 아이폰의 애플은 아직 5G 단말기 관련 소식이 없고 모토로라가 최근 5G 스마트폰을 공개했으나 기술적으로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중국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레노버를 중심으로 5G 단말기를 내년 초 출시할 것으로 보이며, 이르면 올해 말 전격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스마트폰 업계가 하드웨어 폼팩터의 진화를 기점으로 폴더블 스마트폰 경쟁에 나선 상태에서, 5G와 단말기의 결합을 둘러싼 치열한 신경전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