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산업용 금속인 백금족 금속이 무역전쟁과 환율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백금은 10년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말께나 돼야 온스당 900달러를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다. 이걸 보면 앞으로 최장 4개월은 횡보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 백금괴. 출처=킷코뉴스

미국의 금융 시장 전문 매체 마켓워치와 귀금속 전문회사 킷코 닷컴에 따르면, 백금 가격은 13일 10년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백금 10월 물은 이날 3.6%(30.10달러) 내린 온스당 799.50달러를 기록했다. 팩트셋 데이터에 따르면, 하루 낙폭 기준으로는 7월2일 이후 가장 크다. 가격은 2008년 12월5일 이후 가장 낮다.

킷코닷컴에서 거래된 현물가격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온스당 805달러로 하루에 3% 내렸다.

백금 가격은 올해 1월 온스당 1000달러 이후 줄곧 하락하고 있다.

이날 가격은 하락은 세계 최대 백금 매장국(90%)이자 생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 화폐인 란드의 평가절하 탓이 크다. 이날 달러화에 대한 란드 가치는 1.5% 정도 하락했다. 란드는 터키 경제위기로 신흥국에 대한 투자자 염려가 커지면서 동반 하락했다. 란드 가치가 떨어지니 달러로 표시한 백금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당연하다.

역으로 달러 가치가 올라 간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와 견준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 인덱스는 이날 1.4% 오른 96.47을 기록했다. 달러 가치는 전주에도 1.3% 올랐다.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백금과 금 등 달러로 표시되고 거래되는 상품 가격은 내려간다.

좀 더 파고들면 백금 공급과잉과 무역전쟁에 따른 경제성장 둔화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염려가 함께 작용했다.

백금은 자동차 산업 특히 디잘자동차 산업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산업용 금속이다. 귀금속이기도 하지만 디젤차량 배기가스 정화장치 촉매제로 쓰인다. 그렇기에 자동차 산업이 부진하면 백금 가격은 하락을 면하지 못한다. 2013년 독일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 이후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디젤차 판매는 급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기차 도입으로 백금 촉매제 수요가 줄어들 것인 만큼 중장기로 봐서는 백금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추측해왔다. 이미 전기차 보급확대로 백금은 공급 과잉을 보이고 있다.

독일 투자은행 코메르츠방크에 따르면, 백금투자협회( World Platinum Investment Council)는 올해 18만온스 공급 초과를 예상하고 존슨매티(Johnson Mathhey)는 31만6000온스, 메털스포커스는 8만6000온스 공급 초과를 각각 점치고 있다.

사정은 팔라듐도 마찬 가지다. 필리둠 9월 인도분 가격은 이날 2.2%(20.20달러) 하락한 온스당 880.90달러로 9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역시 휘발유 엔진 차량 배기가스 정화정치 촉매제로 쓰이는 금속이다. 수요 감소에 따른 공급 과잉과 가격하락은 백금족 금속의 공동 운명이다.

반면 전기차 보급이 늘면 늘수록 배터리 수요가 늘 것이고 배터리를 구성하는 주요 금속인 구리와 아연의 수요도 늘면서 백금족 금속의 자리를 꿰찰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13일 구리가격이 약보합세를 보인 것은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날 구리가격은 파운드에 2.76달러로 전날보다 1.15센트, 0.24% 내렸을 뿐이다.

백금족 금속은 추락해 사멸할 운명인가? 아니다. 희망은 있다. 코메르츠방크는 백금 지난 1일 연말에 백금은 온스당 약 900달러, 팔라듐은 약 950달러로 복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이 급락해 반등할 여지가 있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연초 고점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디젤차 수요가 감소하는 데다 귀금속 수요 또한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코메르츠방크는 내년에는 공급 부족 현상을 보일 것으로 진단했다.유럽 자동차 업계 수요 감소는 힘을 잃고 유럽 외 아시아와 북미지역 자동차 업계의 백금 수요는 늘어날 것이며, 귀금속 수요도 몇 년 만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메르츠방크는 투자수요가 안정을 유지한다면 백금 시장은 내년에 다시 공급 부족이 될 것이며 따라서 가격은 연말께는 온스당 900달러로 올라 내년에는 네지리수(1000달러대) 수준에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남아공의 최대 생샌업체인 임플라트는 백금 가격 하락과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대량 감원에 나섰으며 관련 업계, 생산국인 남아공과 러시아는 수요 창출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