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약사들이 의약품 생산 공장 한국지점을 철수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은 채용을 확대하고 있어 관심이 주목된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국내 인건비가 상승하고 세계 제약시장 동향이 변화하고 있음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들이 의약품 생산 공장 한국지점을 동남아시아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 한국노바티스가 2002년 철수를 시작한 뒤 2005년 한국 릴리, 2006년 한국화이자, 2008년 한국로슈, 2009년 한국MSD 생산기지 철수에 더해 바이엘코리아와 한국얀센까지 공장을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제약사가 창출한 국내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의약품 생산 공장 한국지점 철수와 별개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는 지속해서 일자리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제약업계 인력은 최근 10년 동안 연구직 53%, 생산직 43%가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3286명이 신규 채용되는 등 일자리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사는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바이오산업과 관련 규제 완화를 요청하는 등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평가 받는 제약‧바이오 관련 인력 획득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제약사, 새 시장 찾아 동남아시아로

태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대표 국가인 인구 약 6억명의 아세안 의약품 시장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의 자회사인 BMI리서치(BMI research)에 따르면, 아세안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6년을 기준으로 227억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6.1% 성장했다. 이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6.6% 성장했고, 202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8.4%로 성장세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인도네시아는 2016년 기준 시장규모 64억달러로 아세안 내 최대 의약품 시장이다”면서 “시장규모 2위인 베트남은 2020년까지 연평균 10.9%로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 국가별 의약품 시장 규모 동향. 출처=BMI research

아세안의 의약품 수입 상위 15개국 중 8개국은 유럽국가로 전체 수입 시장의 47%를 차지한다. 프랑스계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Sanofi), 스위스계 노바티스(Novartis), 영국계 GSK 등 유럽 글로벌 제약사의 아세안에 대한 적극 진출 때문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제약 시장에서 고가 처방 의약품은 주로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가 생산하며, 자국 업체는 저가 제네릭 의약품을 만들고 있다.

2016년 5월 스위스계 글로벌 제약사 먼디파마(Mundipharma)는 7400만달러를 투자해 싱가포르에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올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GSK, 노바티스 등 17개 글로벌 제약사들이 싱가포르에 R&D 센터를 설립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의 의료허브로 글로벌 제약사가 대거 진출해 임상실험의 목적지가 됐다.

KOTRA는 “세계보건기구의 보편 건강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 프로그램 추진으로 아세안 각국에 국민건강보험이 보편화됨에 따라 아세안 의약품 시장이 확대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소득 수준이 오름에 따라 아세안 소비자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고급 의료 서비스와 프리미엄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세안 국가에서 의약품 시장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들은 의약품 생산공장 한국지점을 동남아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 바이엘코리아는 경기도 안성에 있는 안성공장을 올해 말까지만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이 공장에서는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진단 검사, 영상 시술시 특정 조직이나 혈관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인체에 투여하는 조영제를 생산했다. 바이엘코리아는 올해 6월 조영제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지만, 시설을 인수할 업체를 찾지 못해 연말까지 이전 계획을 연장했다. 바이엘은 한국의 공장을 철수하고, 독일지점에서 생산한 조영제를 들여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얀센도 경기도 화성시 향남공장에서 2021년 말까지만 타이레놀 등 제제를 생산하기로 했다. 2008년 얀센의 아시아 지역 생산 거점 공장으로 지정된 향남공장은 지난 10년 동안 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 등 아세안에 의약품을 수출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생산기지는 앞으로 아세안 지역에 설립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아세안은 우리나라보다 인건비가 낮고,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 글로벌 제약사들의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의 의약품 공장 한국지점 철수로 국내에 공장을 둔 글로벌제약사는 한국존슨앤드존슨(J&J), 한국얀센 백신부문, 한국오츠카제약 등 세 곳만 남을 전망이다.

국내 제약사 고용 창출 확대…9월 7일에는 첫 채용박람회 열려

채용 비리, 에코세대(1979~1992년생)의 증가, 반도체‧조선‧자동차 등 기존 주력산업의 고용창출력 둔화 등으로 지난해 청년 실감실업률이 22.7%에 이르는 가운데,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자체 조사 결과 올해 상반기에만 국내 제약사 201곳이 3286명의 인력을 신규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기간 동안 100명 이상의 인력을 채용한 제약사는 모두 8곳으로, GC녹십자 333명, 한미약품 262명, 대웅제약 229명, 휴온스 219명, 종근당 188명, 보령제약 140명, 유한양행 111명, 동아ST 104명 등이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제약업계는 최근 10년 동안 해마다 평균 2.7%씩 고용을 늘려왔다”면서 “특히 연구개발직과 생산직 인력이 과거보다 대폭 늘어 제약산업계가 양질의 의약품 개발과 품질관리 분야의 비중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고 밝혔다.

▲ 2018년 상반기 신규 채용 100명 이상 제약‧바이오사 현황. 출처=한국제약바이오협회

국내제약업계 종사자 수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9만5524명으로 10년 전인 7만5406명보다 2만118명 더 늘었다. 퇴직자를 감안할 때 단순 계산으로 매해 2000명 이상 신규로 고용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연구직 인력은 1만1925명으로 2008년 대비 52.9% 증가했다. 생산직은 2008년 2만3212명에서 지난해 3만3129명으로 42.7% 늘었다. 사무직도 같은 기간 28.4% 늘었다.

향후 제약산업의 일자리 창출 전망도 밝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의료용 물질과 의약품제조업의 취업자 증가율은 2016년부터 2026년까지 3.4%로 22개 업종의 제조업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제조업 평균 0.5%, 전 산업 평균 0.7% 대비 각각 7배, 5배에 이르는 수치다.

국내 제약사들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관련,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오는 9월 7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개최하는 ‘2018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채용박람회’에 GC녹십자, JW중외제약, 구주제약, 국제약품, 대웅제약, 대원제약, 동구바이오제약, 동화약품, 메디톡스, 명문제약, 보령제약, 비씨월드제약, 삼진제약, 셀비온, 안국약품, 유유제약, 유한양행,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이수앱지스, 일동제약, 제일약품, 종근당, 코아스템, 코오롱생명과학, 한독,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한미약품, 휴온스그룹 등 28개 제약‧바이오기업의 참여가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가 신규 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출처=각 제약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회원사들에게 하반기 사원채용계획 시기와 직무별 인원 등에 대한 세부 계획을 받고, 회원 기업이 아닌 제약‧바이오기업들의 하반기 채용 계획도 최대한 파악해 행사 당일 개막식에서 발표할 예정이다”면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특강과 예비 취업자들을 대상으로 1:1 직무별 멘토링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면서 “취업자 수가 급감하는 등 청년실업과 고용대란이 심각한 현 상황에서 구직자들의 실질적인 취업과 국내 제약사들의 인재 획득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