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경제적 규모면으로는 이미 선진국임을 의심하는 우리 국민은 없을 것이다. 아마 OECD 국가의 사람들도 우리나라의 깊숙한 내면을 잘 몰라도 선진국임을 의심하진 않을 것이다. 

반면에 적어도 우리 국민은 교통사고 문제와 안전문화 만큼은 선진국이라고 자부심을 갖고 있지는 않는 듯하다. 최근 태국에서 동굴에 갇혔다가 구조된 어린아이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편으로 우리의 현실에 투영해보며 씁쓸한 뒷 여운이 남는 것은 왜일까? 

필자는 이런저런 인연과 일들로 20여년째 교통사고조사 경찰들의 지근거리에서 이들의 업무를 지켜볼 기회가 많았다. 내가 아는 한 대부분의 담당 경찰들은 자신의 맡은 바 직무에 매우 충실한 분들이고, 타 직무와 비교해 이런저런 고생과 상대적인 불이익들도 많이 감수한다. 지금의 단속카메라가 보편화되기 전인 과거 한때는 교통사고를 줄이는 가장 적극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의경을 도로에 풀어 단속하고, 사고처리 과정에서도 이런저런 잡음과 공정성 시비가 있었기에 지금도 그런 과거를 투영해 공권력에 대한 불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또한 자동차용 블랙박스와 cctv가 넘쳐나는 요즘에도 시시비비가 줄어들지 않는 것 보면 근본적으로 우리 교통사고 유발 원인 또는 처리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 것인지 차분하게 검토하고 근본적인 개선이 요구되면 개선해야 한다. 블랙박스와 cctv는 사고의 예방적 효과도 있겠지만 사실상 불신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발생과정을 보면 어느 한 차량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인해 발생하거나 두 차량 모두 명백히 잘못하여 발생하는 경우, 어느 한 차량이 조금 많이 잘못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이다. 즉, 예를 들어 신호대기로 멈춰선 차량을 뒤에서 추돌한 경우의 예는 일방적으로 추돌한 차량이 잘못하여 발생된 경우이고, 두 차량 모두 신호위반하여 교차로에서 충돌한 교통사고의 경우는 두 차량 모두 잘못하여 발생한 경우이다.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두 차량 모두 고의성이라기 보다는 실수와 상대방의 양보를 과신하여 발생하는 경우로 진로변경중에 발생하는 대부분의 교통사고가 이에 속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경우는 사실 잘잘못이 명백하고, 요즘은 블랙박스가 많아서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다. 문제는 어느 한 차량이 양보나 조심했으면 사고가 발생되지 않는 경우인데, 양보의 책임을 내 탓이 아닌 네 탓으로 하다 보니 논란이 이어지게 된다. 

이런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빠른 경제성장 과정에서 야기된 불공정성에 따른 피해의식이 바탕에 깔려있고, 네 탓으로 돌리는 책임전가의 사회적인 분위기, 물질 만능주의와 잘못 정착된 자동차보험보상, 법규 적용의 모호성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는 것이어서 꼬인 실타래가 참으로 풀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들 문제점과 대안적 요소들은 각론을 통해 좀더 세부적으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고, 전체적인 측면에서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해야 정상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필자는 땜방식 처방이 아닌 전체를 백지상태로 놓고 첨부터 다시 판을 짜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로교통법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등 관련 법규도 사람의 안전을 우선하는 관점에서 보다 큰 틀에서 현실적이고 안전의식 고양 차원에서도 큰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자동차 보험제도 또한 공제나 보험회사의 이해당사자 관계가 맞물려있어 조정이 쉽진 않겠지만 법규 개정과 함께 큰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특히나 오토바이나 자전거, 새롭게 등장하는 각종 이동수단에 대해 관련 법규와 보험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기존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교통사고의 주된 문제점들은 관련 법규와 시스템의 누더기와 같은 불완전성에서 온 것이다. 자동차의 대중화가 30년도 지난 시점인 2018년. 새로운 디지털 시스템이 대세일 수밖에 없는 10년 뒤 모습을 생각해보면 과도기때 최대한 개선이라도 해야 디지털에서는 황망한 사건들이 지금보단 훨씬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