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삼성이 9일 발표한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향후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고 직접 4만명을 고용한다는 것인데 이는 국내 대기업의 투자고용계획 중 독보적이다. 특히 삼성은 AI(인공지능), 5G, 바이오,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을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기로 했는데 이는 지난 2010년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5대 신수종 사업을 선정한 이래 8년 만에 집중 투자 사업을 발표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당시 발광다이오드(LED),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의료기기, 바이오·제약의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했다.

재계는 이런 이유에서 이번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관련한 재판이 끝나지 않았지만 집행유예 이후 이 부회장이 외국 출장을 가는 등 경영 일선 복귀에 시동을 걸었고,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고민 끝에 대규모 투자에 이 부회장의 의중이 적극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해외 출장서 엿볼 수 있었던 삼성의 신사업

삼성이 제시한 4대 미래성장사업은 이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보인 행보를 보면 예상이 가능했다. 특히 해외출장을 통해 이 부회장은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집중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3월 경영 일선 복귀 후 처음으로 유럽 출장을 떠났다. 출장 후반에는 캐나다도 들렸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이 부회장의 당시 해외 출장 이유는 해외 사업부 점검과 지역 거래선 체크 등 이 부회장이 수감된 1년 동안 기업 총수로 하지 못한 일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AI연구소가 있는 캐나다를 방문했다는 점, 유럽에서 자동차 관련 전장부품 회사 접촉설 나왔다는 점에서 새로운 미래성장동력 발굴도 당시 출장의 핵심 목적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을 다녀온 후 외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의 부품 계열사인 마그네티 마렐리를 인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올해 5월에 떠난 중국출장에서도 중국의 전기차 회사인 BYD 관계자를 만나는 등 자동차 전장부품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했다.

삼성, AI· 전장부품 전략은

삼성은 2020년까지 AI분야 인재 1000명 확충을 목표로 인재영입에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영입한 세바스찬 승 교수와 다니엘 리 교수가 AI인재 영입에서 눈에 띈다.

승 교수는 세트부문 통합 연구소인 삼성 리서치(SR)에서 삼성전자의 AI전략 수립과 선행 연구 자문을 한다. 리 교수도 삼성 리서치에서 차세대 기계학습 알고리즘과 로보틱스 관련 연구를 담당한다. 두 교수는 모두 인공지능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한국 AI센터를 중심으로 미국, 영국, 캐나다, 모스크바에 AI연구소를 세워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다.

전장부품에서는 2015년에 세운 전장사업팀을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전장업부품 회사인 하만을 인수하면서 사업을 본격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의 강점인 반도체, ICT, 디스플레이 기술을 자동차에 확대 적용해 자율주행 SoC(System on chip) 등 미래 전장부품 기술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