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 거주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자산 증식의 수단이기도 하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각종 규제를 가하고 있지만 부동산을 사는 그 누구도 그저 거주만을 고려하지는 않는다. ‘지금 이 집을 사도 될까?’ ‘지금 부동산에 투자를 해도 될까?’ 이 같은 물음처럼 부동산이 상당히 오랫동안 투자 자산으로 인식돼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동산을 투자하는 방법은 시기마다 달라져야 한다.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주택은 맞지만 주택공급이 과잉이 돼 빈 집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라면 다른 투자 방법을 생각해볼 만하다. 안정적인 수익을 원한다면 직접투자가 아닌 간접투자 방식을 통해 배당금을 받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그리고 이보다 앞서 고려해야 하는 것은 금리가 상승하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는 가운데 과연 부동산에 자본을 투입해 수익을 얻는 투자를 할 것인지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10년 주기설과 퍼펙트스톰 등 부동산 가격 하락 예측이 넘쳐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주택가격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주장도 제시되고 있다. 서로 각기 다른 주장이 공존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불확실하고 변수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부동산에 투자를 할지, 투자를 한다면 어떻게·어디에·어떤 방식으로 할지를 결정하기 위해서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변수들을 짚어봐야 한다.

가계부채가 사상최대로 치솟고 공급이 과잉돼 미분양이 넘쳐나는 상황 속에서 금리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지, 그 가운데에서 과연 우리는 부동산을 통해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 등을 고민해 봐야 한다. 물론 투기가 아닌 투자의 방식으로 말이다.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부동산 시장이 시장위축 시그널을 보내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선 가격상승 움직임을 보이는 등 혼재된 양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혹자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부동산 시장 위축의 근거로 이야기하고, 혹자는 서울 집값이 상승세를 띠는 모습을 보며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이란 희망을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 부동산업계에는 3년 안에 주택업계에 ‘퍼펙트스톰(Perfect Storm)’이 올 것이라는 예측도 나돌고 있다. 퍼펙트스톰은 다수의 크고 작은 악재들이 동시다발로 일어나 직면하는 절체절명의 초대형 경제위기를 뜻한다. 부동산 시장의 공급과잉과 하반기 예견된 금리인상, 이에 따른 가계부채발 경제위기론, 정부의 집중적인 부동산 시장 규제 등이 하반기 주택시장의 위축을 넘어 퍼펙트스톰 예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 급증과 서울을 제외한 지방과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불경기다. 여기에 하반기 금리인상 움직임까지 더해져 ‘10년 주기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리인상기에 부동산 투자는 난제 중의 난제가 된 형국이다.

시장 덮치는 10년 주기설… 현실화하나

10년 주기설은 1988년, 1998년, 2008년 부동산 시장이 폭락한 경험에 비춰 10년을 기준으로 부동산 폭락이 주기로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2008년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 또 부동산 한파가 찾아올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2008년과 흡사하다는 게 그 배경으로 작용한다. 2008년 당시 강남을 중심으로 재건축 열풍이 부동산 과열로 번졌고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규제책을 시장에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전국에 부동산 공급과잉이 이뤄지고 경제 성장이 둔화하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부동산값이 폭락했다. 금융위기 이후 강남 일부 단지는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아파트값이 하락했다.

2013년 상반기 최저점에 있던 아파트값은 그해 하반기 회복세로 돌아서며 2015년 상승기에 진입했다. 2008년 이후 주택공급이 감소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것이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초저금리에 전세난까지 겹치면서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돌아서고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책으로 집값은 끝없이 올랐다. 그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규제책으로 시장은 다시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공급과잉으로 빈 집이 속출하고 있다.

가계부채 규모 역시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말 가계부채(가계신용)는 1468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 관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금의 가계부채는 최저금리이기 때문에 감당이 가능한 것”이라면서 “금리가 오를 경우 빚 부담을 감당하지 못할 가구가 상당해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가계부채 위험에 노출된 가구는 전체 부채가구의 11.6%인 127만1000가구다. 가계 빚 부담의 주요 변수는 금리 흐름이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대출금리도 오르고 결국 가계가 갚아야 할 이자부담도 늘 수밖에 없다.

미분양 증가 역시 수요자들의 구매력 하락을 의미하며 경기침체에 힘을 싣는 요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주택이 준공된 이후에도 분양되지 않은 ‘악성 미분양’은 5월(1만2700호)보다 4.9% 증가한 1만3300호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3월 이후 최고치다. 지역별로는 충남의 악성 미분양 가구가 가장 많았다. 충남의 악성 미분양 물량은 3192가구로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의 23.9%를 차지했다. 경기지역 역시 악성 미분양이 2024가구로 두 번째로 많았지만 충남과의 격차는 1168가구에 이른다. 예산과 당진, 천안 등 지역 위주로 악성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다. 이어 ▲경남 1776가구 ▲경북 1641가구 ▲충북 1264가구 등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 총 악성 미분양은 2636가구로 전달보다 6.9% 늘어났으며 지방은 1만712가구로 4.4% 증가했다.

이 같은 악성 미분양의 증가는 건설사에는 큰 부담이 된다. 미분양 증가는 분양미수금과 대손충당금 확대로 연결돼 건설업의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급증한 2008년 이후 건설사들의 분양 미수금이 급증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이 급감, 2년 전까지만 해도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건설사가 다수를 차지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일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가 버거워진다. 이런 회사는 ‘좀비 건설사’라고 부른다.

수치가 말해주는 부동산 시장 전망

그렇다면 과연 부동산 시장이 10년 주기설에 따라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까? 일단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입주물량 리스크는 빈 집 증가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44만9000여가구에 이른다. 내년 35만가구, 2020년에는 26만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주택 입주율은 77.6%다. 이는 4채 중 1채 가까이가 빈 집이란 뜻이 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영향으로 주택 거래량 역시 축소됐다. 전국 주택 거래량은 올해 3월 17만7000호에서 4월 13만6000호, 5월 13만8000호, 6월 13만6000호로 감소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하반기 거래량이 전국에서 41만건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거래물량과 비교하면 올 한 해 거래량은 86만여건으로 지난해 95만건의 거래와 비교하면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인허가 26만7000호, 착공 21만8000호, 분양 15만5000호로 지난해 대비 20~50% 수준 감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준공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증가한 34만5000호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하반기 분양물량만 봐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면서 “그마저도 시장 상황에 따라 공급이 가능한지 알 수 없는 데다 금융비용만 들어가다 보니 건설사에겐 부담이 상당하다”고 털어놨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준공물량의 증가는 전세가격 하향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입주물량이 본격 급증하는 일부 지역은 역전세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 수주 역시 지난해보다 14.7% 감소한 136조8000억원이 될 것으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3분기 연속 전년 대비 10% 이상 수주가 감소하는 것이다. 2015년 이후 3년 동안 역대 최고 수준의 호조세를 보인 수주액이 2018년에는 2014년(107조5000여억원) 이후 4년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가 3년 호황이 끝날 것이란 전망이다. 발주 부문별로 공공 수주가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과 신규 사업 예산 급감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14.3% 줄어든 40조5000여억원을 기록해 2014년 이후 최저치로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민간 수주는 주택 수주를 중심으로 건축 수주가 부진한 영향으로 전년 대비 14.9% 감소한 96조3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건설 수주가 감소하는 주된 원인은 민간 주택 수주가 주택경기 하락 영향으로 급감하는 가운데 공공 수주가 완충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정부 SOC 예산 급감 등의 영향으로 동반 하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건설투자 역시 지난해보다 0.2% 감소해 지난 2012년(-3.9%) 이후 6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설경기 동행 지표인 건설투자도 지난해 7.6% 증가에서 올해 0.2% 감소로 돌아서 건설경기 하락세가 상당히 빠르게 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주택가격 역시 전국에서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주산연은 올 하반기 매매가격은 서울 지역 상승세가 수도권을 견인해 수도권은 0.1% 상승하지만 지방은 0.8% 하락해 전국적으로 0.3% 하락할 것으로 바라봤다. 결론은 부동산 시장을 나타내는 모든 수치가 하락세인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럼에도 주택가격이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홍춘욱 키움즈권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상승 탄력은 둔화되지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주택가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택의 절대적 가격과 소득 금리 등”이라면서 “이 중 소득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 기업실적이 올해 상당히 좋기 때문에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표기업 200개를 선정하고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을 지수화한 코스피200 지수의 올해 예상치는 206이다. 이는 2001년부터 2018년도까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의 실적은 소득의 증가로 이어진다”면서 “현재 공급과잉 등은 구매력이 없는 지역에 아파트가 대거 공급됐기 때문에 미분양 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