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요즘 여러 기업 위기들을 보면 말입니다. 그 위기라는 것이 관리는 되는 것인가? 또는 관리될 수는 있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기업이 발버둥쳐도 결국에는 최악까지 치닫는 경우들이 많아서 말이죠. 위기, 그거 관리가 가능한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를 ‘관리’하는 것을 우리는 위기관리라 합니다. 그렇다면 ‘관리’라는 개념에는 항상 목적과 목표라는 것이 존재할 것입니다. 목적이나 목표 없는 관리라는 말은 행선지 없는 버스, 도착항 없이 항해하는 배나 도착공항 없이 운항되는 비행기 같은 의미입니다. 무의미하죠.

위기관리 목적을 일반적 개념으로 이야기하면 ‘(다양한 위기관리) 노력을 통해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함’입니다. 결국 어떤 기업이 위기관리 활동을 전략적으로 해서 기존에 예상하던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면 그 위기관리는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가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비록 항해 중간에 풍랑이나 해일을 경험했지만, 결국엔 목적했던 항구에 안착하게 되었다면 그 배의 항해는 일단 의미와 가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중간 목표들은 일부 성취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큰 의미에서 목적을 완전에 가깝게 달성했다면 해당 위기관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질문이나 궁금증이 나오는 원인에 있습니다. 많은 기업이 위기 시 최악의 상황을 제대로 예상,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입니다. 스스로 이 위기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잘 모른 채 일단 관리에 나섭니다. 어떻게든, 무엇이든 해야 이 위기가 관리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전부입니다. 바람의 방향을 모르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위기관리 목적이라는 것을 세우지 못하는 두 번째 문제를 경험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경우 목적을 세운다는 것 자체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최악을 예상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동서남북 어디로 향하는 바람인지 감조차 없으니, 스스로 가기 원하는 목적지를 정하기 힘든 게 당연합니다. 급하니 일단 너도나도 배에 올라타는 셈입니다.

일단 위기관리라는 큰 배에 올라탔으나 목적지 없는 항해 중 풍랑을 만나 고생을 하고, 고통과 충격을 겪고, 엄청난 손해를 입은 후 배가 우연히 뭍에 닿으면 그때부터 세 번째 문제가 발생됩니다. 우리가 왜 여기까지 왔는가? 이곳에 오려고 했던 것이 맞는가? 이곳이 출발했던 곳보다 나은 지경인가? 이런 반문이 내부에서 생겨나는 것이죠. 재미있는 것은 ‘일단 오긴 왔는데, 여기가 아닌가 보다’ 하는 경우들이 자주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네 번째 문제는 뭍에 내린 여러 임직원이 각자 한마디씩 항해(위기관리)를 평가하며 생겨납니다. 이 도착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러려고 어렵게 항해했는가? 누가 몰아 항해했는가? 우리가 운전했으면 더 나은 목적지로 갈 수 있었을 텐데? 같은 평가를 하는 것입니다. 배를 함께 타고 온 VIP의 개인적 생각을 통해서도 지난 항해의 성패는 종종 갈립니다. 방향이나 목적지에 대한 기존 생각이 없이 우연히 도착한 곳을 평가하는 모습이 참 재미있는 것이죠.

더 재미있는 것은 위기 때마다 최악의 상황에 대한 예상이나 예측을 못하고, 무조건 위기관리 배에 올라 도착항이 정해지지 않은 항해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 배를 운전하는 위기관리팀은 더 혼란에 빠집니다. 공유된 목적지가 없는 상태에서 배를 몰고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는 것이 성공적 위기관리인지 모르는 채 항해를 시작하는 것이 일상화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위기관리 현장에서는 어떤 것이 성공한 위기관리인가? 위기를 관리할 수는 있는 것인가? 어차피 대부분이 그러하듯 도착항을 정하지 않고 항해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이런 소모적 이야기가 반복됩니다. 위기 시 최악을 정확히 예상 예측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를 세워 계획된 항해를 하는 위기관리만이 합의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유일한 길입니다. 다른 길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