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문을 연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 중국인 고객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최근 중국정부가 면세상품 대리구매자 ‘따이공(代工)’을 규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면세점 업계가 일제히 긴장하기 시작했다. 중국정부의 한국 단체관광 제한 조치가 있은 후 그들의 구매 단위는 점점 커졌고 따이공들은 국내 면세업계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소비의 주체가 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그들을 규제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국내 면세업계가 이처럼 긴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따이공’은 불법행위?   

따이공(代工)은 우리나라에서 상품(주로 면세상품)을 구매해 이를 자국에 내다 파는 중국인 대리 구매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넓은 의미로는 중국산 상품을 우리나라에 불법으로 들여오거나 우리나라 상품을 중국에 밀반입시키는 업자들을 이르기도 한다. ‘따이공’이라는 말에 섞인 부정적 어감이나 영화나 드라마에서 강조되는 후자의 의미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따이공을인식하는 이미지는 좋지 않다.

그러나 전자의 의미라면 따이공들은 우리나라 상품의 해외 수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큰 손 고객’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복잡한 통관 절차를 거쳐 중국에 상품을 수출하는 수고를 덜어주기 때문이다. 즉, 따이공들이 우리나라 면세점에서 100억원의 물건을 구매하고 이를 중국에 반입해 그에 합당한 세금을 내면 현지에서 상품이 어떤 방법으로 유통되는가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 중국 따이공들의 화장품 중국 반입 경로. 출처= 하나금융투자

따이공들이 우리나라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매해 가는 액수는 생각보다 크다. 하나금융투자의 면세업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의 대표 상품인 ‘화장품’의 따이공 매출 규모는 약 3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2017년 기준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 14조원, 화장품 매출 비중 45%, 중국인 비중 60%, 그리고 중국인 가운데 따이공의 비중을 80%로 가정하고 산출한 수치다. 실제 따이공의 전체 면세상품 구매 규모는 수치로 추산되는 수준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자국에서 판매하는 면세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한국 면세상품은 품질이 보장된 믿을 수 있는 제품으로 인기가 높다”면서 “한국 단체관광이 제한됨에 따라 개인 혹은 개인들이 모인 점조직 형태의 따이공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따이공의 문제점 3가지 

따이공들의 면세상품 구매와 현지 판매는 문제의 소지가 전혀 없다. 그러나 이들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그들이 구매한 면세상품이 우리나라 내에서 유통되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과세를 피하기 위해 홍콩 등 제 3국을 거쳐 현지에 밀반입되는 것이며, 마지막 세 번째는 가짜 상품을 끼워 파는 것이다. 이 중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유형은 두 번째, 세 번째 유형이다. 첫 번째 유형의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에 세금을 내고 판매하는 것보다 마진이 크지 않아 거의 무시되는 케이스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기업형 조직으로 커버린 따이공들이 수익률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쓰는 편법이다. 관세 감시가 느슨한 홍콩과 중국 경로를 거쳐 구매 상품 수량을 속이면 직접 중국으로 반입시키는 것보다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가짜 상품을 중국에 반입된 상품에 몰래 끼워서 판매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특히 세 번째 유형은 화장품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사례인데, 이는 우리나라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그리고 화장품 업체들의 해외 매출 감소와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중국이 따이공 규제하려는 진짜이유? 자국산업 보호

아직까지는 중국 정부가 따이공들을 “어떤 방법으로 규제하겠다”라는 공식 발표는 없다. 그러나 국내 면세업계는 머지않아 중국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따이공들을 규제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일련의 정황들을 고려할 때 중국이 따이공들을 규제하려는 가장 확실한 이유는 한 가지다. 

바로 자국 산업의 보호다. 중국은 몇 년 전부터 자국에 세계 최대 규모의 면세점을 만들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글로벌 브랜드 유치를 시도하고 있으나, 이는 계속 실패하고 있다. 중국 국민들이 자국 면세점 상품을 신뢰하지 않는 것도 실패 요인 중 하나다. 반면, 한국 면세점 상품 수요는 단체관광 제한 이전이나 이후나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점점 늘어나고 있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면세상품의 수요 증가를 의식한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조치가 면세 업계에도 적용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마침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한한령(限韓令)’ 기조가 남아있으니 중국 정부는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아침 개점 전부터 수많은 중국인 고객들이 줄을 서 있는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시내면세점 수익 감소 위기 

중국 정부가 만약 따이공들의 면세품목 반입 수량 제한을 강화하면 국내 면세점들은 그만큼 수익이 감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따이공들의 구매가 국내 면세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에 각 면세점들의 수익도 중국 정부의 규제 내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면서 “특히 중국인 고객 의존도가 높은 시내면세점들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정부에서 따이공 규제에 대한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면세업계 다른 관계자는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한한령’ 기조가 규제에 반영된다면 이것이 국내 면세점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뒤끝’은 여러모로 우리나라 경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긴장 국면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우리나라 면세업계가 이제야 조금 숨통이 트이는가 싶더니 중국이 또 시비를 걸려는 모양새다. 면세업계는 초조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