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낙농협회와 유가공협회가 원유 수매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우유가격을 이끄는 유업계 1, 2위를 다투는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의 가격인상에 업계는 촌각을 세우고 있다. 원유가격 상승이 우유가격 상승과 우유를 원료로 하는 버터와 치즈, 라테커피, 아이스크림과 분유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고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상도 유가공협회 전무는 23일 <이코노믹리뷰> 전화 통화에서 “낙농협회와 유가공협회가 지난 20일 원유기보가격조정협상위원회 회의에서  다음 달 1일부터 원유 수매가격을 ℓ당 924원에서 926원으로 4원 인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원유가격 인상 최종 결정은 24일 열리는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유가공 업체 쪽과 협의가 완료된 상황이라 큰 이견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원유가격 인상이 이뤄지면 2013년 원유가격 연동제가 시행된 이후  5년 만이 된다. 2014년과 2015년, 지난해엔 동결됐고 2016년엔 18원 내렸다. 당초 낙농업계는 우유 생산비가 올랐다며  ℓ당 4~5원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폈으나 4원 인상으로 가닥이 잡혔다.

문제는 원유를 가공해 생산하는 우유와 우유를 원료로 하는 각종 제품 가격의 연쇄 인상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우유가격이 오른다면 커피전문점이 파는 라테커피 가격 인상도 불가피해진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원유가격 연동제가 시작된 첫해 우유 가격을 103원 인상한  후 가격을 올린 적이 없다”면서 “2016년에는 원유가격이 떨어지면서 우유가격도 18원 인하해 가격 부담이 누적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원유가격이 ℓ당 4원 인상되면 우유 가격은 ℓ당 50원에서 100원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업계는 원유가격은 동결하고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다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인건비, 유통비 인상 등을 이유로 최종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매일유업 관계자는 “흰 우유 시장이 저출산 등으로 워낙 침체돼 있고 경쟁도 심하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논의하지는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우유를 납품하는 도매업체 관계자 A씨는 “우유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무조건 다 오르는 것은 아니다”면서 “업계 점유율이 높은 서울우유나 매일유업의 가격 인상 여부에 지켜본 후 나머지 업체들도 가격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한편,지난해 12월 기준 낙농가수는 6596농가로  2015년(6979농가), 2016년(6822농가)에  비해 크게 줄었다. 출생아 수 감소에다 학생과 성인들의 우유소비가 감소한 반면 원유생산은 계속되면서 생긴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폐업한 농가가 증가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