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최저임금 인상으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편의점 업계에서 한 가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로 근접 출점 제한에 대한 문제다.

편의점사업협회는 편의점의 브랜드와 관계없이 기존 점포의 일정 거리 이내에 새로운 점포가 입점할 수 없도록 하는 자율적 규약을 만들어 공정위에 심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이는 과열된 각 브랜드의 출점 경쟁으로 개별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업계의 의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편의점사업협회는 CU(씨유),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 5개 편의점 가맹사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조직이다. 

현재 각 편의점 브랜드들은 기존 점포 반경 250m 이내의 거리에 자사 브랜드 편의점 점포를 개설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만들어서 지키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같은 브랜드에 한정된 조항이기에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 점포들에 대한 규제 조항은 아니다. 

협회와 업계가 근접 출점 제한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우리나라의 과포화 된 편의점 현황이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가는 “인구 1억의 이웃나라 일본도 전국의 편의점 수가 약 5만8300개(지난해 기준)인데 인구가 그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우리나라의 편의점 수는 4만개가 넘는다”면서 “이렇다 보니 매장 간의 경쟁도 심해져 점포별 매출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는 이미 한 차례 근접 출점 제한을 제안하고 실행한 적이 있다. 지난 2000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여겨 폐지시켰다. 그러나 최근 편의점들의 과포화와 초저임금 인상 문제가 화두로 떠오름에 따라 업계는 다시 한 번 근접출점 제한을 검토했다. 편의점산업협회가 제안하는 자율규약의 점포 간 거리 기준은 80m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것이 온전히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공정위가 부당한 공동행위라는 판단을 내린 것과 더불어 최근 공격적으로 출점을 확장하고 있는 '이마트24'가 제안의 내용을 달가워하고 있기 않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기준 이마트24의 전국 매장 수는 3009개였고 6월말 기준 이마트24의 매장 수는 3236개까지 늘어났다. 두 달 사이에 약 200개가 넘는 점포가 새롭게 열렸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업계에서 편의점 출점거리 제한에 대한 의견이 나온 이유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그러나 그로 인해 새롭게 편의점 사업을 준비하는 가맹점주들이 특정 상권에서 밀려나거나 하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내 편의점 A사의 가맹본사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편의점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통 채널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일본이 편의점 선진국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의 상황은 확실히 다르며 이를 동일선상에서 놓고 비교하면서 포화상태를 논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생존을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소상공인인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적은 방향으로 결론을 내기 위해 업계와 단체들은 머리를 싸매고 방법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