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990엔(9993원) 청바지’를 앞세워 일본에서 급성장한 SPA(제조유통일괄형) 브랜드 '지유(GU)'가 국내에 상육할 예정이어서 국내 SPA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GU는 특히 일본의 SPA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2006년 만든 자매 브랜드로 SPA업계에서 다양한 노하우를 축적한 기업이어서 우리 업계의 긴장감은 말할 수 없이 높다. 낮은 가격을 내세우는 만큼 국내 토종 SPA 브랜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내 SPA 브랜드는 이전과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990dps(9993d원) 청바지를 앞세워 초저가 전략으로 일본에서 급성장한 SPA(제조유통일괄형) 브랜드 지유(GU)가 오는 9월 국내에 상륙할 예정이다. 낮은 가격을 내세우는 만큼 국내 토종 SPA 브랜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출처= 각 사

유노키 오사무 지유 글로벌 대표이사는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9월 한국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1호 매장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마련한다. 한국에선 유니클로처럼 롯데쇼핑이 49%, 패스트리테일링이 51%를 출자해 만든 에프알엘코리아가 영업을 담당한다.

GU의 가장 큰 특징은 낮은 가격이다. 일본에서 유니클로와 비교해도 20~30% 정도 싸다. 품목 하나당 통상 1000엔(1만98원)대로 3만~4만원 정도면 옷 한 벌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간담회에서 GU의 가장 큰 경쟁력인 낮은 가격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일본과 같은 수준의 가격을 책정할 것인지, 단기 목표 매출은 얼마인지에 대한 반복된 질문에도 유노키 대표는 “아직 논의 중”이라는 말만 남겼다. 때문에 한국에 들어온 지유는 일본만큼 경쟁력 있는 가격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노키 대표는 가격 경쟁력 보다 고객들에게 스타일링을 제안하는 직원 ‘GU어드바이저’, ‘디지털 매장’ 등을 강조했다.

국내 SPA 브랜드는 10년 전 5000억원 규모였지만 불황을 타고 성장해 현재 3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3분의 1을 유니클로가 차지하고 있다. 스파오, 탑텐, 에잇세컨즈 등 국내 토종 SPA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 2009년 스파오를 시작으로 등장한 토증브랜드는 1000억에서 4000억원대 매출 수준에 머물러 있다.

▲ 국내 SPA 시장은 불황을 타고 10년만에 7배 이상 성장했다. 출처= 삼성패션연구소, 업계

업계 관계자는 “해외 SPA 브랜드와 비교하면 짧은 기간에 성장했지만 현 상태를 유지하는 수준이지 더 큰 도약은 어려워 보인다”면서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데다 모방하기에 급급하다 보니 제품에 특색이 없고 그나마 해외 브랜드보다 낮은 가격이 경쟁력이었는데 GU가 들어오니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사상최대 매출을 올렸다. 매출은 1조1822억원에서 1조2377억원 4.7%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073억원에서 1765억원으로 전년보다 64.5% 급증했다.

유니클로와 GU의 성공은 동남아시아 등에서 저렴한 노동력으로 생산하는 데다 글로벌 매출을 근간으로 한 원가 절감력에 수요예측, 첨단기술을 더하면서 가능했다.

업계 관계자는 토종 SPA 브랜드 업계는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브랜드를 쫓아가려는 목표만으로는 더 이상 성공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무조건 싼 가격에 물량 공세를 할 게 아니라 친환경 소재, 디자이너와의 협업 등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이전 브랜드가 못 채우는 분야를 공략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제는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협업과 친환경 소재, 소비자 취향 반영은 시간과 자금이 들어가는 일이어서 우리 SPA 업계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