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인랑> 스토리의 주축이 되는 특수기동대. 출처= 네이버 영화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영화 관객들이 웬만하면 ‘걸러야(보지 말아야 할)’ 하는 작품들이 있다. 바로 ‘명작’ 이름을 날린 손일본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표현하는 세계관이나 설정은 2차원의 만화 화면에 머물렀을 때 가장 멋있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만든 영화들 중에서도 나름 이질감을 줄인 수작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냉정하게 말해 ‘극소수’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인랑>도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 실사화 영화들이 보여주는 한계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인랑>은 동명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참고로 애니메이션 <인랑>(1999) 역시 또 다른 일본 만화 <견량전설>을 극장용 만화로 만든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속의 배경은 세계대전 패전국이 된 일본이다. 빈부의 격차는 극심하고, 거의 내전(內戰)에 가까운 반정부 세력과 정부의 대결로 어지러운 작품 속 일본의 상황은 영화에서 어지러운 국제 정세 속에 완전하지 않은 통일을 이룬 한국으로 표현된다. 반정부 세력 테러조직 ‘섹트’를 잡아내는 잔혹한 특수기동부대 대원 임중경(강동원)이 조직에 대한 충성과 섹트의 일원이자 연인인 이윤희(한효주) 사이에서 끝없이 고뇌하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 줄거리다.    

▲ 역시 정우성은 비주얼만으로도 스크린을 압도할 수 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이러한 전개에서는 사실 크게 문제될 부분은 없는데, 문제는 이 세계관의 적용을 설명하는 영화의 방법이 그렇게 설득력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픽과 내레이션으로 처리되는 이 과정은 만화적 설정을 억지로 영화에 끼워 맞춘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이후의 영화 전개는 원작의 어두운 모습이 잘 유지된다. 김지운 감독 특유의 하드보일드(Hard-boiled·폭력적인 주제를 냉철하고 무덤덤한 태도로 묘사하는 기법)와 작품의 분위기는 대체로 잘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영화에서 갈등의 핵심이 되는 이윤희(한효주)가 몰린 절박한 상황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족해 영화의 스토리가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물론 이것은 원작 애니메이션의 내용이 워낙 난해한 부분이 많기에 발생 할 수도 있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영화라면 이를 풀어내는 조금 더 세련된 방법을 찾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 영화 <인랑>에서 배우 김무열의 악역 연기는 꽤 매력적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비주얼 부분은 훌륭하다. 정우성, 강동원, 한효주, 김무열, 한예리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은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특히 극중 악역 한상우(김무열)의 비열한 연기는 주인공 임중경(강동원)의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눈에 띈다. 

좋은 부분도 있지만, 아쉬운 부분이 더 크다. 일본 만화의 상상력은 역시 만화에 머무를 때가 가장 좋은 것 같다. 물론 이 어려운 작품을 영화로 만드는 것에 도전하는 것은 김지운 감독이니까 가능한 일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