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용 부품 현황. 출처=통계청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자동차 부품산업은 자동차 차체, 자동차 엔진용 부품, 자동차 동력전달장치와 전기장치 등을 제조하는 산업이다. 자동차산업의 후방산업으로. 완성차 제조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역할을 맡고있다. 수요의 대부분은 완성차 조립용인 중간재다. 부품의 품질에 따라 완성차 성능을 결정한다. 이 때문에 품질관리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게 자동차 부품 산업이다.

자동차 부품은 엔진용 신품 부품, 차체용 부품 등 10개 종류로 분류한다. 부품 개수는 10년 전만해도 1만~2만개 수준에서 최근 3만개를 넘어 3만5000개(대형 픽업트럭)까지 늘어났다. 내연기관차에 쓰이는 자동차 부품은 늘었으나 전기차 등 미래차에 쓰이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내연기관 자동차부품 수는 2만~3만개 정도지만, 전기차는 1만~1만5000개에 불과하다.

미래차 비중이 자동차 산업에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부품이 새로운 부품으로 교체되면 내연기관에 특화된 부품업체들은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부품 개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큰 위기를 맞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변화다.

무엇보다 전기차 산업을 주도하는 곳이 기존 업체가 아니라는 것은 가장 큰 위기다. 테슬라나 구글, 애플 등 자동차와 무관한 기업이 전기차 시장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이는 매우 큰 변화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지난 수십년간 신규 기업의 진입이 거의 없었다. 엔진 설계와 제작 기술, 대규모 설비투자와 마케팅 비용 등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내연기관이 필요 없는 전기차는 엔진 제작 기술보다는 센서·소프트웨어·카메라·2차전지 등 IT부품이 핵심이다. IT부품이 자동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프리스케일은 “자동차 원가에서 IT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35%에서 2030년 50%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EV는 일반 전기차(Electric Vehicle), PHEV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를 의미. 출처=코트라

국내 시장은 더욱 타격이 클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은 개수가 늘어나면서 종류도 다양해졌다. 최고급 부품에서부터 인증된 대체품은 물론이고 재활용 부품, 재제조품, 중고부품 등 다양한 부류가 존재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종류의 부품을 인증하여 시장에 내보내고 소비자는 자신의 차량에 맞는 부품을 선택하여 장착하고 있다. 이에 따른 인세티브를 받는 시스템도 안착돼 있다. 반면 국내의 시장에서는 아예 ‘순정품’이라는 부품만 존재하고 다른 부류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 개점휴업 상태의 부품만 존재한다.

현재 국내 자동차 부품 시장은 다수의 중소기업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산업구조로 형성돼 있다. 대부분 완성차기업에 종속된 납품거래사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부품산업 밸류체인은 1차에서 많게는 7차 협력사까지 완성차 업체와 엮여있다. 그 규모가 크다보니 지난해 기준 국내 제조업 시장에서 자동차 산업은 생산 1위, 수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산업은 생산 4위, 수출 9위를 차지하는 산업이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산업을 합치면 생산과 수출 모두 타 산업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면 국내 경제 전체가 주춤하는 모습을 볼 수있다.

전문가는 이러한 국내 자동차 산업구조를 두고 경제 위기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기업을 게으르게 만드는 요소라고 지적한다. 자동차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미 국내 자동차 산업은 추격성장 한계에 봉착해 있다”면서 “현대·기아차만 바라보며 적당히 하청으로 30년 넘게 지내온 부품사들의 낮은 기술력과 낮은 생산성은 위기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이런 상황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거다. 특히 기술 개발에는 투자하지 않는 것이 관련 업계에 유행처럼 번지면서, 경쟁력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인천 남동공단 A 기업 관계자는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면서 "이런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공장들이 정부 지원금을 받아 기술 개발에 역량을 강화하는 모습이지만 실제로 생산 라인에 개발 상품이 투입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전기차 관련 부품을 생산한다 해도 납품을 제대로 할 수 있을리가 만무하다"면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변 자동차 부품 공장들은 전기차 부품에 대해 관심을 끄고있다. 대부분이 내연기관 부품에 집중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지난 13일 방문한 인천 남동공단 모습. 공장은 생산 설비가 움직이는 소리는 물론 사람들 인기척까지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장영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