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프랑스를 기반으로 삼는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데일리모션이 19일 서울 을지로 위워크에서 국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최고 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인 막심 사다(Maxime Saada), 아시아 총괄 부사장(Head of Asia Pacific)인 앙투완 나자렛(Antoine Nazaret), 최고 기술 책임자(Chief Technology Officer and Chief Product Officer) 기욤 클레멘트(Guillaume Clément)를 비롯해 최고 애드테크 책임자(Chief Ad Tech Officer) 비쇼이 바스타(Bichoï Bastha)까지 총 4명의 주요 임원진이 총출동했다.

데일리모션은 프리미엄 콘텐츠 전략을 중심으로 지갑을 열 수 있는 성인층을 타깃으로 삼으며, 고도화된 광고 인터페이스 플랫폼과 브랜디드 콘텐츠 전략을 중심으로 국내 콘텐츠 업계와의 협력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유튜브의 기본 생태계 전략을 차용하면서도 생활밀착형 동영상 플랫폼의 지위는 버리는 한편, 넷플릭스처럼 매력적인 국내 콘텐츠 업계와 손을 잡으면서 광고와 브랜디드 콘텐츠 전략을 화두로 삼는 장면이 의미심장하다.

▲ 앙투앙 나자렛 데일리모션 아시아 총괄 부사장 등이 19일 서울 을지로 위워크에 열린 데일리모션 한국 론칭 발표회에서 기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막심 사다 데일리모션·까날플러스 공동 최고 경영자(왼쪽 두 번째), 기욤 클레멘트 데일리모션 최고 기술 경영자, 비쇼이 바스타 데일리모션 애드테크 최고 경영자, 앙투앙 나자렛 데일리모션 아시아 총괄 부사장. 출처=데일리모션.

데일리모션의 전략 ‘수익화’

데일리모션은 2005년 탄생해 3억명의 고유 방문자와 월 30억뷰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유럽의 유튜브다. 글로벌 종합 미디어 기업인 프랑스 비방디의 계열사로 편입되며 포트폴리오 전반을 다듬고 있으며 2016년부터 한국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데일리모션의 국내 시장 진출은 광고 인터페이스 고도화, 브랜디드 콘텐츠 전략으로 압축된다. 막심 사다 CEO는 “우리는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생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 왔다”라며 “시청자들은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제작자는 시청자 기대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광고주는 브랜드가 훼손되지 않는 환경에서 광고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패러다임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콘텐츠 전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막심 사다 CEO는 “기존의 UGC 역량도 유지하겠지만 프로페셔널 콘텐츠, 즉 프리미엄 콘텐츠 전략을 보여줄 것”이라면서 “뉴스와 스포츠, 음악,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대들이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의 주요 타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색적인 전략이다. 프리미엄 콘텐츠에 집중한다는 뜻은 트래픽보다 플랫폼 수익 강화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프리미엄 콘텐츠 확보를 위해 국내의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MBC와 CJ ENM, YTN 등 다양한 콘텐츠 프로바이더와 이미 협력관계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글랜스TV와 최근 대표의 갑질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셀레브 등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자와도 손을 잡아 두터운 파트너십을 꾸리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국내 콘텐츠 업계는 한류, K-POP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아시아를 넘어 북미, 나아가 세계를 호령하는 중이다. 문제는 플랫폼이다. 매력적인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세계에 알리는 수단은 유튜브와 트위터 등 대부분 외산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브이가 있지만 존재감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국내의 매력적인 콘텐츠 역량에 주목하며 일종의 윈윈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할테니, 콘텐츠 사업자의 역량을 플랫폼 생태계에 적극 활용하자고 제안하는 전략이다. 아마존이 국내 셀러에게 접근하며 제안하는 방식이자, 넷플릭스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한 이유다.

데일리모션도 국내 시장을 일종의 콘텐츠 확보 전진기지로 삼지만, 확보할 콘텐츠를 프리미엄 콘텐츠로 한정하면서 타깃층도 성인으로 잡아버리는 차별점을 보여준다.

프리미엄 콘텐츠로 지갑을 열 수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삼으며 광고 인터페이스 고도화, 브랜디드 콘텐츠 전략에 집중한 대목을 의미심장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비쇼이 바스타 CATO가 현장에서 데일리모션의 획기적인 광고 인터페이스 전략을 자세하게 설명한 장면이 중요하다. 시청자가 광고를 볼 때 스크롤바를 브랜드의 이미지로 차용하거나, 특정 영상을 보면서 다른 영상의 목록을 확인할 수 있는 연속 사용자 경험도 공개했다.

브랜디드 콘텐츠 전략도 눈길을 끈다. 광고주와 함께 콘텐츠 제작 기획부터 협력해 수익 모델을 확보하느 개념이다. 국내 매력적인 콘텐츠 제작자와 협력해 광고주를 섭외, 브랜디드 콘텐츠 전략을 구사하며 글로벌 시장까지 노릴 수 있다.

콘텐츠 불법복제 등의 민감한 규제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콘텐츠 저작권을 지킨다는 기본적인 의미를 넘어 광고주의 불안감을 걷어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기자회견 현장에서 발표된 메조미디어와의 협력도 큰 틀에서 브랜디드 콘텐츠, 광고 전략의 보완이다.

▲ 데일리모션은 끊임없는 사용자 경험을 추구한다. 출처=데일리모션

철저한 수익화 전략...메기될까?

데일리모션은 유튜브처럼 동영상 플랫폼을 지향하면서 성인을 타깃으로 삼아 프리미엄 콘텐츠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단순 트래픽보다 지갑을 열 수 있는 성인을 포섭하겠다는 뜻이다. 광고와 브랜디드 콘텐츠 전략은 생태계에 포섭된 성인을 대상으로 수익화 사업에 나서는 그림이다.

프리미엄 콘텐츠를 핵심으로 삼는 장면은 단순 트래픽을 버리고 성인의 취향을 겨냥한 콘텐츠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며, 광고주에게도 프리미엄 콘텐츠로 광고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플랫폼 수익화 측면에서는 이상적이지만 문제는 플랫폼 자체의 매력도다.

광고주와, 광고주와 함께 협력하는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자에게 데일리모션은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지만 브랜디드 콘텐츠와 광고를 시청해야 하는 성인 시청자가 어떻게 볼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다양한 콘텐츠가 수급되며 데일리모션 본연의 콘텐츠 매력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시청자는 유입될 가능성이 높지만, 데일리모션 플랫폼 볼륨이 타사와 비교해 얇아지는 것은 불안요소다.

데일리모션 국내 진출 전략의 핵심인 프리미엄 콘텐츠도 보기에 따라 정의내리기가 모호하다는 평가다. 국내 인터넷 모바일 이용자들은 금액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패턴에 익숙하지 않으며, 이는 돈을 받지 않지만 프리미엄 콘텐츠의 가치를 추구하는 데일리모션의 기본 전략과 엇박자가 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ICT 기업 역차별 문제가 불거지며 그 어느 때보다 반 글로벌 기업 정서가 만연한 가운데, 국내 콘텐츠 제작자에 손을 내민 데일리모션이 넷플릭스처럼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망 사용료 문제, 세금 문제 등 정무적인 판단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유튜브가 석권한 국내 동영상 플랫폼 시장에서 데일리모션이 어떤 방식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판도라TV 등 토종 업체들이 유튜브 천하에 맥을 쓰지 못하고 있다. 데일리모션이 프리미엄 콘텐츠와 성인 사용자 경험 강화, 수익화 전략의 삼박자를 추구하기 전 기본적인 플랫폼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