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한국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 전세계 선박 발주량의 40.2%를 수주하면서 1위에 올랐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이 효자였다. 덕분에 2016년과 지난해 중국에 내준 선두 자리를 다시 탈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선박 수주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더딘데다 해양플랜트 등의 수주가 거의 없고, 미중 무역전쟁과 환율 급변동 등이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일 시장조사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전 세계 발주량 1234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중 496만 CGT를 수주했다. 척 수로는 전 세계 441척 중 115척을 수주했다.

한국에 이어 중국이 203척, 438만 CGT로 2위에, 일본이 58척, 148만 CGT로 3위에 올랐다. CGT점유율로 따지면 한국, 중국, 일본이 각각 40.2%, 35.5%, 12%를 기록했다. 한국은 2016년과 2017년에 중국에 밀렸지만 올해 상반기에 이를 역전했다.

▲ 한국 조선 상반기 수주 선박수와 CGT기준 점유율 추이. 자료=클락슨

경쟁력 우위 LNG선·대형 컨테이너선이 ‘효자’

한국 조선업계가 올해 상반기 수주 1위를 기록한 데 크게 공을 세운 것은 기술력 우위를 바탕으로 한 선박 수주에서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 LNG 수요 증가에 따른 LNG운반선 수주물량 증가가 효자 노릇을 했다. LNG선은 척당 평균 가격이 1억 8000만달러 대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8900만달러보다 2배 가까이 높다. 1만 4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의 컨테이너선도 1억 1100만달러 수준으로 LNG선보다 낮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등에서 기술에서 우위가 있다는 점이 한국 조선업체들이 올해 상반기 수주물량에서 성과를 낸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 관계자도 “중국의 경우 올해 상반기 내수 물량이 적었고, LNG운반선 시장이 괜찮았는데 LNG운반선에서는 한국 조선소가 일본과 중국보다 기술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상반기 수주 1위의 원인”이라면서 “여기에 더해 현재 우리 조선사들도 올해 목표한 수주 물량이 있기 때문에 공격적인 영업을 한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LNG선(왼쪽부터). 출처=각 사

한국 조선업, 업황 회복되지만 하반기는 지켜봐야

한국 조선업이 상반기 수주 1위를 기록했지만 하반기 수주는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수주가 2016년에 저점을 찍고 서서히 반등해 올해는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는 더디고 해양플랜트 등에서 수주 소식이 거의 들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LNG의 지속 수요 증가와 전 세계 물동량 증가로  해운사들의 컨테이너선 수요가 증가해야 하반기에도 좋은 수주 실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업체 빅3인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포함),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치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1월~6월)기준 으로 현대중공업은 77척, 70억달러를 수주했고, 삼성중공업은 26척, 25억달러, 대우조선해양은 26척, 32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각 사가 올해 목표치의 연간 수주목표액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40%대 후반, 삼성중공업이 30%정도를 올해 상반기에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 5월 기준 한국 조선업계 수주 현황. 출처=DB금융투자, 클락슨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선박 수요의 근간이 되는 선종별 해상물동량을 보면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특히 2021년까지 LNG선, 컨테이너선, LPG선, 화학제품운반선의 수요 증가가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고, LNG선 발주를 주도하는 그리스 선주로부터 LNG선 발주가 추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발주 척수와 금액 기준으로 보면 2015년 이후 지난해에 조금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주목할 점은 한국 조선소의 평균 척당 단가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2배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5월말 기준으로 수주잔고의 척당 가격은 한국이 1억 3543만달러였고, 일본이 5028만달러, 중국은 4243만달러를 기록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도 “수주량과 금액도 중요하지만 배 한 척당 어느 정도의 이익을 내는지가 더 중요하기에 LNG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서 경쟁력을 가진 한국 조선사의 하반기 분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율,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물동량, 원자재 가격 인상 등도 하반기 조선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슈다. 업계 관계자는 “원 달러 환율이 수출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나아지고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세계 물동량 감소는 해운사들의 컨테이너선 주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배를 제작할 때 평균비용의 20%정도를 차지하는 후판(두께 6mm이상의 열연강판)비용 상승도 조선업계가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