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요즘 언론에서 ‘억대 매출 청년농부’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어떤 청년농부는 사과 농사로 연매출 3억을 넘었고, 이름도 낯선 ‘노루궁뎅이버섯’을 재배해 3년 만에 억대 매출을 기록한 갓 서른의 청년도 있다. 어떤 청년은 절임배추 사업으로 국내 판매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까지 이뤄내며 올해 연매출 100억원을 바라본다고 한다.

또래로서 이들이 격렬하게 부러웠다. 억대 매출이라니. 10년 가까이 글 밥으로 따박따박 월급을 받아왔지만 이들처럼 억 단위의 돈을 손에 쥔 적은 없다. 순간 귀농귀촌해서 저들처럼 억대 매출을 올려서 TV에 얼굴 좀 비춰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도전하기에는 농사 지을 땅이 없고 시설을 갖출 만한 돈도 부족하며, 농업과 농사에 대해 직접 알려줄 일가친척도 주변에 없다는 한계를 절감한다. 농업 분야 기자로 경력은 있지만, 막상 농업 현장에 뛰어들기에는 가진 게 하나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최근 다녀온 귀농귀촌박람회에서도 20~30대 청년농부의 스마트팜 경영 우수사례를 발표하는 컨퍼런스가 열렸는데, 이곳에 가장 많은 참관객이 몰렸다. 특히 대학생과 취준생(취업준비생), 직장인 등 2030 청년들이 많았다. 매번 역대 최악의 실업률을 찍는 지금의 세상에서, 귀농귀촌을 새로운 탈출구로 생각하는 청년들이 꽤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이들을 위한 정책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스마트팜 확산 방안’을 발표하면서 “청년들이 스마트팜에 도전하고 성장하며,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도록 청년 스마트팜 창업생태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2022년 청년농과 스마트팜 연관산업을 포함한 전문인력 600명 양성을 목표로 ‘청년창업 보육센터’가 설치한다. 적정 임대료만 내고도 스마트팜 창업이 가능한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을 보육센터 교육을 이수한 청년 창업농에게 우선 제공한다. 올 초에는 금리 1%대의 최대 30억원 대출이 가능한 ‘청년 스마트팜 종합자금’이 출시됐다.

농장 경영을 하고 싶어도 밑천이 없는 청년들에게는 정부 정책이 꽤 반가운 소식으로 들릴 만하다. 억대 매출 청년농부의 대다수는 부모로부터 농장을 물려받은 승계농이다. 부모에게 고스란히 자본과 경험, 인적 네트워크를 물려받았기에 밑천 없이 시작하는 이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 정책이 잘만 시행되면, 밑천 없는 ‘흙수저 청년’도 농업 현장에서 열심히 땀 흘리면 억대 매출 성공사례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그럼에도 ‘청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정부의 스마트팜 정책을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 이전에도 청년층을 대상으로 여러 농정 정책이 시행됐지만, 연속성을 갖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6년에 추진된 ‘청년농산업 창업 지원사업’이 있다. 일본의 ‘청년취농급부금’이라는 제도를 본떠 만들었는데, 19~39세 이하 전국의 청년농부 중 선발 과정을 거쳐 300명을 선발, 이들이 안정적으로 귀농귀촌할 수 있도록 2년 동안 매월 80만원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그럼에도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기획재정부 수시배정사업 심사에 따른 추진방식 변경을 요구받았다. 결국 지원기간과 지원금 모두 절반으로 줄었고, 지원금 용도도 제한되는 등 사업방향이 엉뚱하게 바뀌면서 흐지부지 사라졌다. 이외에도 청년 대상의 여러 지원정책이 취지에 맞지 않게 변질되거나 사라진 사례가 많다. 앞서 얘기한 청년 스마트팜 종합자금의 경우, 첫 지원대상자가 오랫동안 딸기 사업을 하는 영농법인 대표이자 농업 컨설팅 전문가인 부모를 둔 덕분에 30억원의 저리 융자를 ‘수혜’ 받았다는 풍문도 있다.

취지가 좋다 한들 대상자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와 지자체가 성과주의에 매몰되면, 정작 청년 귀농자가 아닌 승계농 위주의 지원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겉만 번지르르한 청년 농정정책은 오히려 귀농귀촌을 꿈꾸며 농업 현장에 정착하려는 청년들에게 상처만 줄 뿐이다. 청년이 농정의 들러리가 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세심한 정책 배려를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