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현재 저출산과 더불어 고령화앓이 중이다. 출산율 감속 세계 1위, 고령사회 진입속도 세계 1위로 급속한 고령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2016년 후반에 이미 65세 이상 노인이 유소년(0~14세)보다 많은 노인추월시대에 진입했으며, 향후 10년이 채 안 된 시기에 생산인구 4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게 된다.

더욱 가슴을 조여오는 소식은 2060년이면 노인 인구가 40%, 즉 젊은이 3명이 노인 2명을 부양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현재 베이비붐 세대가 백세 수명을 산다고 했을 때 이 시기까지 경험하게 된다.

단순히 수적 증가뿐 아니라 고령화시대의 질적 양상 또한 밝지 않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2.7%로 세계 1위다. 노인차별, 학대, 노인 나홀로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고독사가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노인자살률 또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노인층의 의료비 지출 또한 막대하다.

백세시대를 맞아 3세대가 아닌 4세대 심지어 5세대가 동시대에 공존하는 복잡한 세대를 살아가는 것이라고 볼 때, 이 부담은 우리 자녀세대에게 계속 누적되어 부과된다. 부담으로 다가오는 고령화에 대해 연재를 시작하면서 먼저 에이징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2026년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중요한 것은 우선적으로 관점의 변화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즉 고령화 문제는 돌봐야 할 부담이라는 관점에서, 살아온 지난 삶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고 앞으로도 건강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자는 관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일본에는 향로학회에서 파생된 ‘나이듦을 향해 간다’는 뜻의 ‘향로(向老)’라는 개념이 있다. 향로란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서 인생주기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이다.

웰다잉(Well-Dying)의 태도와도 상통한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해 암울하고 피하고 싶은 일생일대의 사건이 아니라, 내 삶의 여정상 당연히 찾아오는 한 부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생을 되돌아보며 의미 있는 삶을 준비하는 자세 말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칭찬하고 아쉬웠던 부분을 아름답게 수습하는 시간이 되도록 말이다. 내 삶을 정리한다는 마지막 단락이면서 동시에 젊은 시절 미처 챙기지 못했던 진정 ‘건강한 삶’을 시작한다는 처음 단락이 될 수 있다. 장차 그 세대가 될 지금의 젊은 세대 역시 노인세대가 내재적 잠재력을 드러낼 수 있도록 일상을 돌려주고 건강한 활동을 지속하도록 응원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 히로시마의 고요 뉴타운 고령자들은 방과 후 교실 운영을 통해 맞벌이 부부들의 자녀들을 돌보고 있다. 젊은 부부의 양육 고민을 덜어주며 동시에 세대 간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로 활용한다.

1980년대에 시작된 스웨덴,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 시니어 코하우징에서는 상호 부양(Co-Care)이라는 가치관을 중심으로, 공동체 주거환경 속에서 운전, 요리, 원예 등 함께 도움으로써 사회적 고립감을 줄이고 활동적 노화(Active Aging)를 서로 격려한다.

핀란드 국립직업건강연구소는 고령화 사회에서는 노화의 비밀(Secret of Aging)을 이해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독일은 노인 연령 기준을 점차적으로 올리면서 노인복지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최대한 줄여가며 동시에 일자리를 위한 사회시스템을 개선하고, 기업들은 노인세대의 노동생산성과 고용 유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를 통해 노인세대에 맞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부담이 되기를 거부하는 몸짓도 그러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2017)에 따르면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의 경우 노인의 1/3에 이르는 층이 부정적인 답변을 보였다. 이들 중 무임승차 대상 연령의 상향조정 혹은 일부 본인 부담의 의견이 70~80%에 달한다. 또한 출퇴근 시간에는 지하철 승차를 자제함으로써 일하는 젊은이들을 배려하는 노인층이 늘고 있다. 지금 나이에 사회에 기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운전할 때 무조건 양보한다는 어느 할아버지의 소회도 감동적이다. 이외에도 우리의 가까운 주변에서 이미 사회변화를 감지하고 스스로 인식을 새롭게 바꿔나가는 많은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노인세대는 당연히 존중받아야 할 세대다. 특히 지금의 노인세대는 험한 세월을 살아오며 대한민국을 황폐함으로부터 번영으로 이끈 주역들이다. 그러나 노인을 부양의 대상으로만 생각한다면 고령화 진입속도 세계 1위인 대한민국은 무거운 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지금의 노인세대 그리고 실버층에 진입하기 시작한 두터운 인구층인 베이비붐 세대가 본인의 지나온 삶에 박수를 보내고 스스로의 명예를 지키며 젊은 세대를 향한 배려의 마음을 기억할 수 있어야 하고, 젊은 세대는 노인세대에 대해 도움만을 필요로 하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지식과 경험을 지닌 가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을 할 수 있어야 하며 나아가 기업과 정부 모두가 변해야 한다.

‘나는 지금도 사회의 공헌자다,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는 쓸모 있는 존재다’라는 존재의 기쁨을 우리 부모세대가 회복하기를 원한다. 그 모습이 우리 중년과 젊은이들의 미래이고 싶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백세시대를 재앙이 아니라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관점의 변화다. 한 사람의 관점의 변화와 작은 실천이 10년 후, 20년 후 커다란 물결로 변해 있음을 보게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