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관리위원이다. 회생절차를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관리위원의 힘을 실감했을 것이다. 회생절차에서는 전관보다 관리위원이 더 중요하다. 관리위원이 회생절차 전반을 관장하기 때문이다. 회생절차에 대한 이해도도 판사 못지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관리위원 제도에 대해 개선 명령이 내려졌다.

먼저 관리위원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 관리위원은 변호사, 회계사, 상장기업의 임원, 은행 등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자 등이 될 수 있다. 대부분 회계사나 은행 경력이 있는 사람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변호사 출신 관리위원도 생겼다.

관리위원은 관리인(회생절차에서 대표이사를 부르는 호칭)과 채무자 회사를 조사하는 조사위원(통상 회계법인)을 감독하는 업무뿐만 아니라 채무자 회사의 신청서류를 허가(관리위원에게 위임된 사무만)하거나 법인 회생절차에 대한 폐지 의견까지 전달할 수 있는 막강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된 이유는 회생 사건의 독특성 때문일 것이다. 회생 사건은 원고와 피고가 따로 있지 않다. 원고와 피고가 있다면 서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다양한 증거를 제시할 테니 그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조금은 수월할 텐데 회생 사건은 신청자의 신청 서류만 있다 보니 이 서류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사건 자체를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수년간 기업이 거래한 내용을 재무제표 등의 요약된 서류 몇 장으로 어떻게 쉽게 알아내겠는가? 어떤 회사는 매출이 없어도 매출이 있다고 하고, 어떤 회사는 매출이 있어도 매출이 없다고 한다. 참 독특하다. 그러니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회계사나 은행 출신 중에서도 굉장히 숙련된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회사 재무제표에서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관리위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보니 점점 대체불가 영역이 되었고, 관리위원이 월권하더라도 쉽게 제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동안 관리위원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번의 시도가 있었으나 실패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엔 대법이다. 지난 6월 28일 대법원 산하 회생·파산위원회에서 관리위원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위원회의 건의 내용에는 그동안 회생신청회사가 가장 힘들어했던 허가업무 지체 금지를 포함해 회생 회사의 대표이사라는 슬픔을 한껏 느끼게 해줬던 관리위원의 고압적인 자세 개선까지 실질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제일 먼저 서울회생법원이 관리위원들의 언행을 인사고과에 반영하기로 하고 회생신청회사와의 소통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사실 이런 변화가 사소해 보이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정말 많이 온 것이다. 관리위원 제도를 개선한다는 것은 그만큼 회생법원의 역량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조직의 역량이 하루아침에 커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동안 꾸준히 노력한 결과일 것이다. 사실 이런 변화는 도산 전문법원인 서울회생법원이 설립되면서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관리위원에 대한 문제 인식이 공유되었으니 곧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그동안 남몰래 눈물을 훔쳤을 회생신청회사의 대표들에게도 조금은 위안이 될 것이다. 다만 관리위원은 우리나라 도산 제도 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므로 운영의 미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가 숙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