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허리가 굽은 90세의 할아버지가 힘겹게 아이스크림 수레를 끌고 가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고펀드미(GoFundMe)’에 올라왔다.

사진을 올린 사람은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수레를 힘겹게 끄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 사진을 찍었다면서, 얼마 전 딸을 잃고 아내는 몸이 아파 돈을 벌어야 하는 이 할아버지가 힘겨워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등이 휘청하게 굽은 할아버지의 사진에 마음 아파한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온정의 손길을 보낸 덕분에 할아버지에게는 30만달러가 넘는 돈이 답지했고, 앞으로는 매일 수레를 끌지 않아도 돼서 노후를 조금이나마 편하게 보낼 수 있게 됐다.

크라우드 펀딩은 대다수의 대중(Crowd)으로부터 자금조달(Funding)을 받는 것으로 돈이 필요한 개인이나 단체, 기업이 인터넷 등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 것이다.

자금조달은 추후에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투자금을 돌려받거나 이익을 받는 대출이나 투자형, 혹은 금전적 보상이 전혀 없이 돈을 지급하는 후원형, 기부형 등으로 나뉜다.

사업 아이디어는 있지만 이를 현실화할 자금 여력이 부족한 창업자들이 사업이 잘될 경우 투자금을 돌려주거나 자사의 제품으로 갚는 등의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이 큰 인기를 끌었다.

벤처캐피털들로부터 관심을 받아서 수백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없는 소규모의 기업이나 소소한 일상 제품 등을 만드는 기업들이 마땅한 자금조달의 수단이 없을 때 선호하는 경로다.

2000년대에 선뵈기 시작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로는 미국의 킥스타터(Kickstarter)와 인디고고(Indiegogo)가 유명하다.

고펀드미는 기업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하는 다른 크라우드 펀딩사이트들과는 달리, 사업이나 창업이 아닌 개별 프로젝트나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자선모금 등에 활발히 사용되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다.

gofundme홈페이지

지난 2010년 설립된 고펀드미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중에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데, 평균 한 달간 펀딩 규모가 1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예술가가 전시회를 위한 펀딩을 모집하거나 희귀병을 앓고 있는데 돈이 없어서 수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 부당한 이유로 기소된 경우 변호사 비용을 대기 위한 경우 등에도 고펀드미의 펀딩이 주로 사용된다.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줬던 한국 대표팀의 민유라와 겜린 선수도 해외 전지훈련 등의 비용을 대기 위해 고펀드미를 이용한 적이 있다.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서 펀딩이 이뤄지던 고펀드미는 최근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했거나 가족 중 한 명이 사망하는 등의 불행이 닥치면 이곳에서 펀딩을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일각에서는 가족에게 불운이 닥쳤는데 고펀드미를 이용해서 돈부터 벌겠다는 속셈이냐는 비딱한 시선도 있지만, 실은 미국의 부실한 사회안전망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2800만명의 미국인들이 여전히 비싼 보험료 때문에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만달러에 달하는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 고펀드미는 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멀쩡히 부모가 모두 직업을 갖고 있더라도 어린 아이가 암에 걸린다면 치료비용이 수십만달러에 달하는 데다, 한 명은 거의 자동적으로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돼서 금전 비용 부담이 커지는 탓이다.

그러나 특히 고펀드미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젊은 층이 고펀드미를 마치 공짜로 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여기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일이 다가온다면서 선물을 사기 위해서 펀딩을 개설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생 첫 해외여행을 위해서 펀딩을 통해 얻은 돈으로 여행을 나가는 사람도 생긴 것이다.

더구나 자신의 친구 사연을 올려서 그 성금을 가로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펀딩을 열기 위해 강아지를 일부러 다치게 하거나 사건 가해자를 위한 펀딩 페이지가 열리는 등의 부작용도 생겼다.

고펀드미 측은 사기와 관련된 펀딩은 1% 미만이라면서, 이런 사실이 밝혀지는 즉시 페이지는 닫히고 해당 인물은 평생 고펀드미를 이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