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과 인스타그램의 이커머스 진출은 국내 업계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안하고 있다. 출처= 각 사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보이지 않는 전쟁터’가 있다. 그 어떤 전장보다 치열하지만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다. 다른 사회 이슈들에 가려져 업계가 조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국내 업체들은 각자의 생존을 건 주도권 쟁탈을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이커머스로 경쟁하고 있었다. 그런데, 국내 업체들의 경쟁만으로도 치열한 이커머스 ‘판’에 글로벌 플랫폼들이 눈독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업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끝판왕 ‘아마존’의 한국 진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아마존’의 직접 진출이다. AWS(아마존 웹서비스)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의 사업 확장은 미국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몰락’에 가까운 하락세를 야기했다. 여기에 아마존은 유통을 넘어 제조·물류업의 경계를 허물고 각 산업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진출은 현재 아마존의 사업 구상에서 아직 고려되지 않고 있어 국내 업체들은 잠시나마 한시름을 덜었다. 이에 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은 조 단위의 돈을 들여 이커머스 확장을 선언했다. 이커머스 전문 업체들은 인공지능, 음성인식 등 첨단 기술을 온라인 쇼핑에 도입하는 등 아마존의 진출을 가정한 대비책들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업계가 예상하지 못한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인스타그램 쇼핑태그, 구글 쇼핑 

전 세계 약 7억명의 가입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사회관계망(SNS) 서비스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쇼핑’ 기능을 추가했다. 지난달부터는 우리나라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쇼핑 기능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쇼핑은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사진 속의 제품을 이용자가 터치하면 상품의 가격이 적힌 태그가 뜨고, 이 태그를 사용자가 터치하면 제품을 판매하는 쇼핑몰로 바로 연결해 구매를 유도하는 기능이다. 물론 이 기능은 사전 제휴된 업체들의 상품 이미지에만 국한돼있다. 현재 인스타그램으로 쇼핑을 할 수 있는 쇼핑몰로는 에잇세컨즈·라네즈·티몬뷰티·마몽드·W컨셉 등이 있다. 인스타그램은 추후 더 많은 기업들의 비즈니스 계정을 쇼핑 기능에 참여시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 에잇세컨즈의 인스타그램 쇼핑태그를 활용한 쇼핑 과정.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인스타그램에서 쇼핑기능을 활용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SPA브랜드 에잇세컨즈 관계자는 “현재는 서비스 테스트 차원으로 인스타그램의 쇼핑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면서 “기존 이커머스의 쇼핑 시스템과 같은 광고나 수익의 배분 구조는 아직까지 확립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인스타그램의 쇼핑기능은 ‘플랫폼’으로써 상품 검색과 판매가 모두 이뤄지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비즈니스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글로벌 관계망인 인스타그램의 온라인 영향력을 감안하면 성장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판매자 모집에 있어 쇼핑몰들을 관계사로 ‘입점’시키는 방법은 오픈마켓과 유사하기 때문에 비용에 있어 일종의 가격경쟁력이 있다면 판을 흔들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쇼핑은 아직까지 확실한 수익 배분의 구조를 만들어 놓지는 않았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감각적인 콘텐츠와 영상 정보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쇼핑 플랫폼들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이들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이 되는 곳은 없었다”면서 “인스타그램은 특히 20대, 30대 젊은 소비자들의 일상에 녹아 있는 플랫폼으로 그 자체만으로 굉장히 매력 있는 쇼핑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보다 더 무서운 ‘구글’? 

글로벌 검색엔진을 운영하고 있는 IT기업 구글이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지난 5월에 업계에 처음 전해졌다. 이에 업계는 구글이 한국의 이커머스 사업에도 진출할 가능성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구글코리아 측은 “미국 본사의 주도로 이커머스에 대해 실험적인 시도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더 이상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글 쇼핑 서비스의 사이트는 이미 만들어져 있다. 다만 아직은 검색을 포함한 그 어떤 기능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 구글 쇼핑사이트. 현재는 그 어떤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업계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업체들에게 더 위협적일 수 있는 주체는 구글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스타그램보다 더 무서운 것은 구글”이라면서 “만약 구글이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영상 플랫폼과 손잡고 영상에 온라인 쇼핑을 가미한 콘텐츠들을 선보인다면, 이는 국내 유통업체들이 그 경쟁력을 따라가기 어려운 커머스 콘텐츠(전자상거래와 연결된 콘텐츠)가 될 것이며 그 파급력은 어쩌면 아마존 이상으로 우리나라 유통업체들에게 위협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커머스가 아닌 글로벌 플랫폼 업체들이 자기들의 콘텐츠 영향력을 무기로 한국 이커머스 업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판도가 또 한 번 크게 흔들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