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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피플] “일개미처럼 일하는 방식, 사회 떠받치지 못해"

고금숙 작가와 박효원씨가 말하는 에코라이프의 조건

송현주 인턴기자 ssong@econovill.com

기사승인 2018.07.07  10: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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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스틱 빼기 생활 '플라스마이나스'팀이  1일 오전에 한 '플라스틱어택(Plastic Attack)-직접행동'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송현주 인턴기자

[이코노믹리뷰=송현주 인턴기자] ‘그녀들’을 만나기 위해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인근 대형마트 안에 있는 커피전문점으로 찾아갔다. 왜 대형마트냐고? 7월 1일 오전 ‘플라스틱어택(Plastic Attack)-직접행동’ 행사를 한 곳이기 때문이다. 금요일 오후라서 그런지 카페 안은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들이지만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책상 위에 있는 여러 가지 친환경 소품이 내 눈길을 끌었다. 텀블러, 손수건, 친환경 스티커 등을 보고 인사를 건네니 환하게 미소짓던 ‘플라스마이나스’팀의 고금숙(‘망원동 에코하우스’ 저자)(41)작가와 박효원(40)씨를 만났다.

그녀들과 최근 문제가 된 ‘쓰레기 대란’, ‘주 52시간 근무제’, ‘에코라이프(친환경을 실천하는 삶)’를 이야기했다.  이들은 "쓸데없는 물건을 계속해서 사게 하고 쓸데 있는 물건이라 해도 오래 쓸 수 없게 만들어 놓거나 고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 자본주의 맹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은 쓰레기 대란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과 관련해  "재활용할 수 없는 물건을 만드는 기업에는 강력한 규제를 가하고 계속해서 재활용등급이 높은 물건을 만드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 등 을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또 "일개미처럼 일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떠받칠 수는 없다"며 주 52시간제 도입을 찬성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안녕하세요. ‘플라스마이나스’라는 팀명은 어떤 의미인지.

박효원: ‘플라스틱 빼기 생활’이라서 ‘플라스마이나스’다. ‘플라스마이나스’는 제로니까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구에 나쁜 것은 빼고 좋은 것은 더하자는 취지다.

‘플라스틱어택-직접행동’은 어떤 행사인가.

박효원: ‘플라스틱어택’은 장을 본 뒤에 불필요한 포장재를 모아 마트에 돌려주는 전세계적인 시민 캠페인이다. 올해 초 영국에서 시작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타고 유럽 전역과 남미 등 전세계에 퍼지고 있다. 국내에선 4월부터 소규모의 ‘플라스틱어택’ 행사가 있었다. ‘나는 음식을 사러 왔는데 왜 쓰레기까지 사야 하나?’라는 물음을 던지며 1회용품을 쓰고 싶지 않아도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것 중 대표가 포장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마트 행사상품으로 다섯 개를 묶어 팔고 싶다면 소비자가 다섯 개를 계산대로 가지고 오면 행사 할인을 해주면 된다. 그런데 이미 포장된 상품에 더 겹겹이 포장을 한다. 이런 불필요한 포장재를 줄여야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우리는 쓰레기를 사고 싶지 않다”는 소비자의 마음을 유통업계에 전하기 위해 캠페인을 기획하게 됐다.

   
▲ 7월 1일에 실시한 '플라스틱어택-직접행동'의 안내문이다. 출처=녹색연합 홈페이지 캡처

‘나라경제 6월호’에서 “1회용품에 의지하게 만드는 장시간의 노동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했는데.

고금숙: 요즘 청년들이 너무 힘들다. 그 상징이 되는 게 구의역 사고다. 청년 가방에서 나온 게 ‘컵라면’인데 밥 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빴다는 뜻 아닌가. ‘시간’은 친환경을 실천하는데 필수조건이다. 시간이 없고 너무 바빠서 에너지가 다 소진됐는데 자기 삶을 돌볼 에너지가 어디 있겠나. ‘에코라이프’는 자기 삶을 돌볼 에너지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일부 정규직 노동자를 제외하곤 노동강도가 너무 세다. 특히 저임금, 장시간 노동자는 삶을 ‘때울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빨리 쓰고 빨리 버릴 수밖에 없다. 

박효원: 마트에 가면 비닐봉지 하나에 10~20원이다. 이상하리만큼 싸다는 건 제값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환경에 지불할 대가일 수도 노동자한테 지불할 대가일 수도 있다. 지금 당장 자신의 피해로 돌아오지 않거나 혹은 다른 나라의 피해로 떠넘기고 있기 때문에 알아차릴 수 없는 것이다. 1회용품의 처리비용을 내가 지불한다고 하면 지금처럼 싸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땅히 지급해야 할 인건비나 중간비용, 처리비용 등을 나눠서 1회용품에 매긴다고 하면 다회용을 쓰는 게 더 저렴할 것이다. 

그렇다면 ‘주 52시간 근무제’는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고금숙: ‘주 52시간 근무제’는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다. 한국의 임금체계는 매우 비정상적이라 생계가 가능하려면 추가 근무를 해야 하는 노동자가 많다. 한국 노동시장의 기본값은 장시간 노동이다. 이는 ‘에코라이프’를 떠나서라도 한국사회의 병폐를 나타낸다. 사람들이 취미가 없고 저녁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자기 돌봄과 여가시간을 가질 수 있는 필수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 이처럼 '삶을 노동에 점령당하는 상태'에서는 대안의 삶을 꿈꾸기 힘들다.

반대할 이유만 생각하면 노동시간은 끝까지 줄일 수 없다. '주 52시간 근무제' 이후 생산성은 어떻게 향상할 것인지, 일자리는 어떻게 나눌 것인지, 기본급은 어떻게 높일 것인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 그게 힘들다면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이라도 도입해서 저임금자의 임금을 높여주는 방식을 생각해야 한다. 일개미처럼 일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떠받칠 수는 없다.

최저임금 인상 후에 인건비가 부담된다는 이유로 ‘키오스크’ 도입과 같은 무인화 바람이 불고 있는데.

고금숙: 무인기계가 도입되고 자동화하면서 생산 비용은 계속 절감되는데 이렇게 얻어진 이익이 사회에 배분이 되지 않는 게 문제다. 기계화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계화하는 게 맞다. 단순반복하는 일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인간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생산성을 담보하는 일이 아니다. 자원봉사일 수도 있고 아픈 사람을 간병하는 일이거나 사람과 관계를 쌓는 일일 수 있다. 생산성과 관계없이 삶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어떻게 보상하고, 그 재정이 어디서 어떻게 나오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여기서부터 정치의 영역이다. ‘기본소득’ 제도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노동에서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찾는 것, 바른 방향일까요?

박효원: 사람은 노동을 통해 맺는 관계에서 의미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노동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고 성취를 해야만 성공한 삶은 아니다. 자기가 하는 일과 자기가 맺고 있는 관계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자부심을 느낀다. 그런데 꼭 전통 방식의 임금노동이어야 할까. 노동형태보다 중요한 것은 ‘나는 필요한 사람이고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즐겁구나’라는 자신을 존중할 수 있는 느낌이다. 

고금숙: 노동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다. 임금노동이든 아니든 개인이 노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의미를 찾는 것은 바람직하다. 지금은 임금노동만을 기준으로 자신의 노동 가치를 평가하고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진한다. ‘기본소득’을 제시한 앙드레 고르가 <프롤레타리아여, 안녕>에서 말한 ‘타율노동-자율노동-자활노동’이 골고루 실현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자활노동에는 자기 삶을 돌보는 노동이 들어간다. 자기를 제대로 돌보며 친환경을 실천하는 ‘에코라이프’의 필수조건은 노동시간 단축이다.

박효원: 대가를 받을 수 있는 노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의 경우(장애가 있거나 질병이 있거나 몸이 약하거나 어리거나)에도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노동은 임금노동의 형태 뿐만이 아니라 ‘어떤 사람으로 삶을 어떻게 살고 있는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임금노동으로 자기 자신을 증명해야 하고 마치 일을 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존재인 것처럼 평가한다. 이 사고가 많은 사람을 소외시킨다. 

   
▲ '플라스마이나스'의 고금숙(41)씨와 박효원(40)씨가 '플라스마이나스' 팀을 상징하는 표시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송현주 인턴기자

‘나라경제 6월호’ 기고한 글에서 “‘쓰레기 대란’은 쓰레기를 만들도록 고안된 망가진 시스템을 함께 봐야 한다”고 했는데.

고금숙: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물건을 생산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물건을 너무 싸게 생산하고 끊임없이 버리도록 만드는 문화를 말한다. 환경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가격 시스템에선 오히려 고쳐서 쓰거나 오래 쓰거나 아껴 쓰려는 사람을 절망시킨다. 며칠 전 스탠드 조명이 고장나서 조명을 들고 전파상을 찾아갔다. 모두 “부품이 없어서 못 고친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말은 “버리고 새로 사시라”였다. 그런데 새 물건은 너무 싸다. 결국 스탠드를 구매한 고양시에 있는 I상점에 찾아가서 “이 조명 버리기에 너무 아까운데 고칠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점원은 “고객님, 이 조명은 고칠 수 없으니 새로 하나 사시고 저희 매장에서 드실 수 있는 쿠폰을 드리겠습니다. 몇 명이 오셨어요?”라고 물었다.

저는 어차피 그 조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똑같은 물건을 사야 하니까 비용이 들더라도 고쳐서 쓰고 싶었다. 아주 작은 예에서 알 수 있듯 고쳐 쓰는 문화가 사라졌다. ‘물건이 망가져서 버려지면 어디로 갈까, 버려지면 어떤 환경 문제를 일으킬까’라고 고민하지 않는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맹점이다. 쓸데없는 물건을 계속해서 사게 하고 쓸데 있는 물건이라 해도 오래 쓸 수 없게 만들어 놓거나 고칠 수 없게 만든다. 

박효원: 어릴 때 부모님께서 밥을 남기지 말라고 하면서 “농부 아저씨가 땀 흘려가며 힘들게 만드신 쌀이야”라고 이야기하실 때가 있었는데 대부분의 물건이 그렇다. 한 번 쓰고 쉽게 버려도 되는 물건은 없다. 

생산업자와 유통업자의 적극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고금숙: 첫째는 정부 정책과 규제이고, 둘째는 소비자 참여다. 우리나라에 생산자책임재활용(EPR :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제도가 있긴 하지만 효과가 미미하다. 이 제도가 실제 상벌체계로 작동할 수 있게끔 바뀌어야 한다. 기업은 상벌체계가 작동하면 비용 절감 차원에서라도 따라올 수 밖에 없다. 또 EPR에 더 많은 품목이 포함돼야 한다. 현재는 고무장갑 등 많은 품목이 빠져있다. 환경부는 재활용등급제를 명확히 공개해서 소비자가 제품을 알고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등급제에 따라서 재활용할 수 없는 물건을 만드는 기업에는 강력한 규제를 가하고 계속해서 재활용등급이 높은 물건을 만드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 등 을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친환경 생산이 더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게 정부의 정책이고 규제의 역할이다.

둘째는 소비자 차원이다. 소비자가 너무 편리함만 찾고 과도한 위생만 찾으면 안 된다. 생산업자와 유통업자는 판매를 위해 소비자의 뜻을 따라가는 것이다. 소비자가 과대포장과 이중포장을 거부한다고 말하고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순간 기업이 바뀌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소비자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정책 우선순위에서 환경 문제, 환경 정책은 항상 뒤로 밀려나는 게 현실인데.

고금숙: 무책임한 말일 수 있지만 경제는 먹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저한테도 먹고 사는 문제는 되게 중요하다. 그것만이 중심사가 되면 안 된다. 우리 사회에서 경제가 너무 절대조건이 되는 것 같다. 경제 논리로 본다고 해도 장기간으로 따지면 실이익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이익'이 누구 입장에서 이득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실제 경제 이익이 먹고 사는 문제라든지 효율성을 위한 게 아닌 경우가 많다. ‘경제적’이라는 말은 수사일 뿐이다. 

박효원: ‘경제발전’보다 ‘지역개발’을 말하면서 “어디를 봐라. 잘 살지 않느냐. 우리도 이렇게 개발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도민이 사업유치 결의를 한다거나 지역 내 소외된 정서와 결합하면서 “우리도 한 번 잘살아 보세”식으로 밀고 나가기도 한다. 몇몇은 "환경은 다 있는 사람 논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경제와 환경이 어떻게 상생할 수 있을까"를 논의해야 한다. ‘지역개발’이 기업이나 지역의 정치인하고 연결되면서 ‘경제적인 문제’로 포장하는 경우가 있다.

 과대포장, 이중포장, 디자인 등은 ‘마케팅’이라는 명목하에 이뤄지는 게 아닌가요?

고금숙: 포장을 줄이고 없애는 것이 마케팅의 색다른 면이 될 수 있다. 아이슬란드는 ‘쓰레기 대란’ 이후 플라스틱 없는 매대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좋은 취지로 하는 것이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마케팅이다. 친환경 포장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과 유통업체에 새로운 마케팅 기회가 될 수 있다. ‘착한 포장’처럼 말이다.

박효원: ‘플라스마이나스’가 이번 ‘플라스틱 어택’ 후 준비하는 캠페인은 ‘필요 없는 껍데기는 가라! 알맹 망원시장’(가칭)이다. 전통시장 안에서도 포장재를 없애보자는 취지다. 첫 번째 대상은 망원시장이다. 망원시장은 지역주민이 이용하는 시장이면서도 동시에 관광객이 찾아온다. 따라서 지역주민과 외부 유입이 비슷하게 된다. 시장상인도 좋은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지역주민도 지역 내 활동에 높은 관심이 있는 곳이다. '알맹 망원시장' 캠페인이 성공하면 다른 전통시장으로 확산할 수 있다. 전통시장의 변화를 위해서는 소비자도 중요하지만 상인의 결단도 필요하다. 이런 전통시장의 변화가 1인가구가 급증하는 요즘 소량으로 살 수 있는 곳을 찾는 수요를 채워줌과 동시에 다른 전통시장에 좋은 영향을 주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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