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신세계백화점이 다음달 2일부터 개점시간을 변경한다. 1979년 롯데백화점 본점이 문을 연 뒤 이어져 오던 ‘백화점 오전 10시 30분 개점’ 공식이 39년 만에 깨진다. 일과 삶의 균형을 취지로 올 들어 주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신세계그룹이 대형 마트인 이마트에 이어 백화점 운영 시간도 조정한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줄어든 운영시간에 고객이 몰려 노동 강도가 세질 것이라는 우려와 추가근무수당 감소의 걱정을 표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5일 이코노믹리뷰 통화에서 다음달 2일부터 점포 개점 시각을 오전 10시 30분에서 오전 11시로 늦춘다고 밝혔다.

전체 백화점 13곳 가운데 10곳에서 개장을 30분 늦추고, 본점과 강남점은 오전 9시 개장하는 면세점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편의를 위해 이전처럼 10시 30분 개장을 유지할 방침이다. 부산 해운대 신세계센텀시티는 주말 폐점시간을 오후 9시에서 8시 30분으로 30분 앞당겨 주말 근무시간은 이전과 비교해 1시간 줄어든다.

신세계백화점이 개점시간을 늦추는 것은 협력 사원에게도 ‘워라밸(일과 삶의 구별)’을 실현할 기회를 주기 위한 조치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3월부터 영등포점 등 3개 점포에서 11시 개장을 시범 운영했다. 오전 시간대에는 고객 방문이 비교적 적어 조금 늦게 문을 열어도 쇼핑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협력 사원들은 자녀 등교를 도와주고 출근해도 된다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밝혔다.

신세계백화점의 협력사원의 약 90%가 여성으로 이 중 절반 정도는 아이를 가진 엄마 사원이다. 개점시간이 30분 늦춰지면서 아침에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늘고 어린이집·유치원 등원을 직접 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미혼 사원들도 아침 출근준비에 여유가 생기고 항상 바쁘게 브랜드 매장의 오픈 준비도 한결 수월하게 할 수 있다며 호평했다.

신세계백화점의 협력업체 직원인 최모(33세, 여)씨는 “모두가 반기는 분위기다”면서 “올해 초 샤넬, 로레알, 엘카 등이 노조를 크게 일으킨 것이 근무시간이 너무 길고 그에 비해 인원충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협력업체 직원의 연봉협상은 9시간의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체결한다. 백화점이 개점시간을 늦추고 폐점시간을 앞당겨도 백화점의 운영 시간은 9시간 이상이기 때문에 연봉 변동에 걱정은 없다.

협력업체 직원 한모(41세, 여)씨는 “추가근무시간이 줄어 추가수당 감소 우려는 있다”면서 “줄어든 운영시간에 사람들이 더 몰려 업무 강도가 더 높아질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개점시간 변경과 함께 협력사원 휴게공간에 마사지 기계를 300여대 추가하고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고용하는 등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신세계 백화점은 브랜드 협력사원들의 출퇴근 시간에 직접 관여할 수는 없지만 영업시간 단축이 협력사원들의 근로시간 단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센텀시티 박종섭 영업기획팀장은 “영업시간 단축으로 협력사원들이 즐겁게 일하며 회사에 대한 애정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효율성과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